
안녕하세요. 훈하니 @hunhani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과학뿐만 아니라 철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근대까지만 하더라도 서양에서는 과학과 철학은 하나의 학문이었죠. 철학이 세상의 모든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자연의 진리를 탐구하는 과학도 철학의 일부였던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철학은 과학으로부터 결론을 얻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처럼, 상대성 이론은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물론 인문사회학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절실히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과학의 범주를 넘어 누구나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상대성 이론에 대해 [쉽게 풀어 쓴 상대성 이론] 시리즈에서 차근차근 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전에 포스팅 했었던 물리학도가 들려주는 인터스텔라를 더 재밌게 보기 위한 18가지 이야기과 암호화폐가 100% 망한다고 양자 컴퓨터와 블록체인 보안 이야기에서 상대성 이론에 대해 아주 가볍게 언급했었죠? 이번 시리즈를 통해 보다 자세하게 그러나 더 쉽게 전달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려면 맨 먼저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년)의 상대성 원리를 이해해야만 합니다. 상대성 이론은 상대성 원리를 기초로 만들었기 때문이죠. 즉, 상대성 이론은 상대성 원리를 조금 더 발전시킨 것입니다.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는 다음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모든 운동은 상대적이며, 등속 운동을 하는 모든 관찰자에게는 동일한 물리 법칙이 적용된다.
이 말의 정확한 뜻을 이해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로 돌아가 보지요.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기원전 384~322년)는 세상의 모든 물체는 정지해 있는 것이 본질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쉽게 말해 물체를 밀거나 던져서 움직이게 하더라도, 언젠가는 정지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세상에 어떤 물체라도 일단 움직이면 결국에는 정지 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한 것도 당연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갈릴레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진리로 받아들여졌죠. 갈릴레이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반대로 정지 상태란 본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여성이 움직이는 열차 앉아있는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여성 입장에서 보면 열차 안에 있는 자신은 가만히 앉아 정지해 있는 것으로 인식합니다. 하지만 창문 밖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사람, 건물, 온 세상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지요. 반대로 가만히 서서 이 열차가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행인에게는 어떻게 보일까요? 열차 안의 여성이 엄청 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인식하겠죠? 서로가 각자 자신은 정지해있고 상대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정지하고 누가 움직이는 것일까요?

더 나아가 우리가 사는 지구는 스스로 돌면서 (자전) 태양 주위를 돌고 (공전) 있습니다. 지구의 자전 속도는 약 시속 1,670 km, 공전 속도는 무려 약 시속 108,000 km입니다. 음속은 약 시속 1,235 km,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는 일반 항공기 기준 약 시속 900 km 인데요. 지구의 자전 속도는 소리와 비행기의 속도보다도 빠르고 심지어 공전 속도는 이보다 100배 가까이 더 빠르답니다. 만약 등속으로 움직이는 우주선에 타고 있는 누군가가 우주에서부터 지구에 가만히 서있는 행인을 바라본다면 어떨까요? 비행기보다 100배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일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지구에 가만히 서있는 행인은 자신은 가만히 있다고 느낄 테지요.

게다가 지구가 속한 태양계 역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주의 다른 은하계에서 본다면 태양은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고 있죠. 에드윈 허블(Edwin Hubble, 1889~1953)은 모든 은하계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서로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이는 [밤하늘의 물리학] Chapter 5. 허블의 법칙과 우주의 나이, 크기, 팽창률에서 자세히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갈릴레이는 우주 공간에서 절대적으로 정지해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는데요. 모든 운동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상대적이므로, 본질적으로 정지 상태란 있을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죠. 즉, 기준이 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정지한 상태가 될 수도 있고, 운동 상태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기준이 되는 사람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으면 정지하고 있고, 다른 속도로 움직이면 운동을 한다고 인식한다는 것이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입니다.

'모든 운동은 상대적이다.'라는 이야기가 이해되었으면, 이제 '등속 운동을 하는 모든 관찰자에게는 같은 물리 법칙이 적용된다.'는 이야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위 그림처럼 등속으로 움직이는 트럭 위에서 공을 수직하게 던지는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트럭 위의 관찰자는 공이 연직선 상에서 운동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지면에서 가만히 서서 이를 바라보는 다른 관찰자는 공이 포물선 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요. 과연 둘 중에 누구의 이야기가 옳을까요? '정지하다.'와 '움직이다.'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모순된 이야기지만 모든 운동은 상대적이므로, 두 명의 답은 모두 옳습니다. 두 경우 모두 각자가 관찰하는 입장에서 각자의 운동 방정식을 통해 공의 운동을 설명할 수 있죠. 즉, 모든 관찰자에게는 동일한 물리 법칙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갈릴레이의 1638년 논문 《두 개의 새로운 과학에 관한 수학적 논증과 증명》을 발췌했습니다.

"당신이 어떤 큰 배의 선실에 친구와 함께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선실에는 파리와 나비가 날아다니고, 금붕어가 들어 있는 어항도 있고, 병이 하나 매달려 있고 그 밑에 큰 그릇이 있는데, 병에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다고 합시다. 배가 멈춰 있을 때에 주의 깊게 살펴보면, 파리나 나비는 어느 방향이나 비슷한 속도로 날아다니고, 금붕어는 어항 속에서 한가롭게 헤엄칩니다. 병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정확히 밑에 있는 그릇으로 떨어집니다. 친구한테 물건을 던진다고 할 때, 이쪽 방향으로 던지는 것과 그 반대 방향으로 던지는 것 사이에 차이를 둘 필요는 없습니다. 자, 이제 배가 일정한 속도로 곧바로 움직이고 있다고 해 봅시다. 주의 깊게 살펴본다면, 이 모든 것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음을 알게 될 겁니다. 심지어 당신은 지금 움직이고 있는 배 안에 있는지 아니면 멈춰 있는 배 안에 있는지도 구별하기 힘들 겁니다."
위 내용을 요약하면 정지한 배 안과 등속으로 움직이는 배 안에는 같은 물리 법칙이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정지하고 있는 배 안이나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배 안이나,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파리와 나비가 날아다니는 일, 물방울이 떨어지는 일, 친구에게 물건을 던지는 일)에 대한 물리 법칙(물방울은 수직으로 떨어지고, 물건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감)이 똑같다는 이야기죠. 이처럼 정지하거나 등속 운동을 할 때 동일한 물리 법칙이 적용되는 것은 상대성 원리에서 매우 중요한 성질입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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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에서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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