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은 에피소드 모음집은 아이가 두 살 반에서 여섯 살이 되는 동안에 쓴 글을 모은 것이다.
모두 먹거리에 얽힌 얘기로, 평소 같으면 좀 더 멋져 보이게 썼겠지만 그때 그때, 있는 그대로 마음 가는 대로 썼다. 시간이 오래 흘렀고, 일상 속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을 썼기 때문에 통일감도 없다.
의뢰 때문에 쓴 글이 아니었는데, 아사히 신문 출판부의 야사카 미키코 씨와 얘기를 나누다 내가 이런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안 그녀가 책으로 만들자고 제안해 주었다.
“한 번은 반드시 일을 함께 하고 싶다.”라고 얘기한 지 십여 년이 지나서야 겨우 실현되는 것을 보았다. 야사카 씨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는 일을 같이 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그렇게 생각해 준 것이 내게는 영광이었다. 야사카 씨는 나의 사인회에도 사전 약속 없이 걸음해 주었고(다른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서 있기에 깜짝 놀라 긴장하고 말았다.) 지난 이십 년 동안 변함없이 나를 응원해 주었다.
많은 일들이 겹쳐 도중에 몇 번이나 끊길 뻔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야사카 씨’란 제목의 폴더에 이 글을 모았다. 중단되거나, 사소한 문제로 쓸모없겠다 싶어질 때도 아무튼 꾸준히 써서 모았다.
그런데다 오래전부터 나를 담당해 온 사이토 준이치 군이 아사히 신문 출판부로 이사(?)해 합세하고, 이 글 중에도 등장하는 도모가 도와주기로 한 덕분에 최강팀이 결성되었다. 좋은 책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나머지는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나! _본문에서
소설 <키친>으로 유명한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의 에세이다. 지난번에 이어 음식과 관련된 책인데 작가가 4년 동안 편하게 적은 것들을 모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읽다 보면 허무한 이야기도 있고, 이해 못할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읽으며 그녀의 섬세한 감성을 이해한 적이 있었나 싶다. 단순히 오래 써서 이해를 못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앞서 읽은 본 구스미 마사유키의 책과 비교하자면 음식이라는 주제만 같을 뿐 분위기는 영 딴판이다.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에서는 지극히 먹는 사람 관점에서 다양한 음식점을 주로 다뤘다면, 이 책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과 책의 제목이기도 한 부엌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아무래도 작가 본인이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한 아이의 엄마라 더 그랬던 것은 아닐까 싶다.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의 음식에 대한 관심은 어머니로부터 왔다고 한다. 그녀의 어머니는 요리에 관해서는 절대 대충이란 없었는데, 음식을 할 때면 너무 열중해 말 걸기가 무서울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거에 비해 요리 실력은 썩 훌륭하지 않다고.
오래 동안 쓰인 글인 만큼 책에는 정말 다양한 음식이 등장한다. 익숙한 음식도 있었지만 절반은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음식이었다. 양식은 기본이요 발음하기도 어려운 남미 음식까지. 그저 작가의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덕분에 맛도 모르는 음식을 상상하며 읽느라 꽤 애를 먹었다.
음식문화가 남다른 일본이라 그런지 유명 작가라면 으레 먹거리와 관련된 책이 한 권씩은 있는 거 같다. 에세이는 기본이고 음식을 소재로만 글을 쓰는 작가들도 많다. 음식문화와 문학이 만나면 음식 문학쯤 되려나.
아무튼, 작가가 가장 아끼는 음식은 언니가 만든 크로켓이라고 한다. 언니의 크로켓은 본인이 따라 할 수 없는 무언가 특별한 맛이 있다고 하는데 그 비법은 책 마지막 부분에 언니가 그린 그림과 함께 잘 설명돼 있다.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꼭 읽어보시길.
북끄끄 | #28 요시모토 바나나, 바나나 키친
wirtten by @chocolate1st
| 북끄끄 책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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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구스미 마사유키,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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