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끄끄|| #21 정유정, 7년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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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이었다.

2004년 9월 12일 새벽은 내가 아버지 편에 서 있었던 마지막 시간이었다. 그땐 아무것도 몰랐다. 아버지가 체포됐다는 사실도, 어머니의 죽음도, 밤사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막연하고도 어렴풋한 불안을 느꼈을 뿐이다. 아저씨의 손을 잡고 두 시간여 숨어 있던 세령목장 축사를 나선 후에야, 뭔가 잘못됐다는 확신이 왔다.

(중략)

세상은 ‘지난밤 일’을 ‘세령호의 재앙’이라 기록했다. 아버지에게 ‘미치광이 살인마’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를 ‘그의 아들’이라 불렀다. 그때 나는 열두 살이었다.



이 책을 읽게 된 건 자자한 소문 때문이었다. 읽은 사람마다 재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독서모임에서도 단골로 곧잘 등장하는 책이었다. 국내 스릴러를 읽어본 적 없던 터라 부푼 기대를 안고 읽었다.

전직 프로야구선수였던 현수는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세령댐 보안팀장으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만취상태로 운전하던 현수는 갑자기 튀어나온 여자아이를 치게 된다. 아이의 이름은 오세령. 현수가 일할 세령댐 지역 유지이자 치과의사인 오영제의 딸이었다. 그러나 현수는 음주운전 사실을 들킬 것이 겁이나 병원이 아닌 세령호에 시체를 유기하게 된다. 이후 오영제는 실종된 자신의 딸을 찾아 나서고 세령호 깊이 잠들어 있는 세령을 찾아낸다.

정유정 작가의 팬이 들으면 서운할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아마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리라. 항간에 들은 이야기로는 정유정 작가는 설정이 매우 꼼꼼하게 짠다고 한다. 이 책도 작가의 성향이 잘 나타나 있는데(책이 무려 400페이지가 넘는다.) 이 점이 내게는 꽤나 지루하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스릴러는 빠른 전개가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자세하고 꼼꼼한 설정이 다소 속도감을 저하시켜 지루함을 느꼈던 건 아닌가 싶다. 물론 느린 만큼 뿌려진 떡밥의 회수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사건의 개연성은 매우 훌륭하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인물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데도 어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이들 관계를 파악하는 재미가 있었다.

책은 영화로도 제작됐다. 최현수 역에는 류승룡, 치과의사 오영제 역에는 장동건이 연기했다. 살인자의 기억법과는 달리 7년의 밤 영화는 기대가 된다. 책보단 영화로 봤을 때 더 재밌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오늘인 28일에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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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끄끄 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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