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라이프] 여덟. 방콕에서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오랜만에 버스를 탔습니다. 방콕의 버스 역시 서민들의 발이지만, 잘 안타게 됩니다. 거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이 낡은 버스의 외관, 노선의 복잡함, 창밖에서 들어오는 매연, 무엇보다 세계수준의 교통체증 때문이겠죠. 그래서 대부분의 생활권인 수쿰윗 대로에서는 BTS(방탄소년단 아닙니다. 지상철입니다 ㅋ)를 이용하고 나머지 지역은 역시 세계수준으로 저렴한 택시를 이용하게 됩니다. 아 택시도 역시 막히긴 하는군요.

한동안 자주 이용했었는데, 두어번 기대하던 노선이 아니라 고속도로를 올라가는걸 당한 뒤로는 거의 안타게 되었습니다. 분명 같은 노선인데 다르게 움직일 때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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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발톱만한 표를 차장님이 찢어서 줍니다. 9밧. 300원 정도입니다. 싸죠. 버스의 매력은 지상철까지 오르내리는 불편함이 없고 바깥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지만 역시 이렇게 저렴한 요금입니다. 이 금액으로 시내한 중간까지 데려다 준다는 것 말이죠. 가끔 무료버스도 있습니다. 창문이 닫혀있으면 에어콘이 있는 버스, 창문이 열려있으면 에어콘이 없는 버스입니다. 가격은 1.5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노선별로 가격이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항상 햇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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ตลอดสาย 9 บาท

[따롯싸이 9 밧]


아, 이 버스는 전노선 9밧이라고 써붙여놨습니다. 가끔 검표원이 불시에 타서 검문을 합니다. 내릴 때 까진 표를 잘 간수해야 합니다. 저는 가방에 쑤셔 넣었다가 너무 작은거라 못찾아서 한참 헤멨는데 그냥 갈 줄 알았는데 찾을 때까지 앞에서 계속 기다리더군요 ^^; 표검사를 하는 동안도 버스는 계속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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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엔 옛날 어릴 때 보던 엔진룸이 운전석 옆에 나와있습니다. 큰 바스켓은 물통입니다. 더우니까 저 안에 음료수를 가득 넣어놓고 계속 마시며 일을 하거든요. 워낙 차가 막히니 아예 운전하시면서 기사님이 끼니를 해결하시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기사님입니다. 차장 아주무니와 함께 대화 해 가면서 하는 일이라 막히는 도로체증은 짜증이 아니라 그냥 쉬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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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낑]


벨입니다. 내리기 전에 눌러두면 정차합니다. 버스정거장에 사람이 있어도 태국버스는 손을 들어서 내가 그 버스를 타겠다고 의사표현을 해야 버스가 서기 때문에 안눌르면 못내릴 수도 있습니다. 버스 타실 땐, 택시처럼 버스를 잡아야 합니다.^^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정차시간을 유지하기 때문에 우물쭈물하다간 못타거나 못내리는 일이 생깁니다. 요새 우리나라는 버스정차시간이 예전처럼 짧지는 않은 것 같은뎅 맞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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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낡았습니다. 에어콘 대신 선풍기가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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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바닥이 나무로 되어있습니다. 가끔 구멍도 있어서 바닥도 본 것 같은데 이 버스는 바닥을 최근 수리했나봅니다. 버스 상태에 비해 깨끗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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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서 보니 제가 탄 버스가 25번이군요. 가끔은 느낌에 맡기고 타는 편입니다. 대부분의 버스는 수쿰윗 대로로 달리니까 아무거나 타면 대충 제 목적지까지 가거든요. 그런데 이 버스는 Asok까지 직진했다가 우회전 하는군요. 할 수 없이 내려서 다른 아무버스를 한 번 더 탔습니다. 6.5밧을 냈습니다. 15.5밧이니까, 지상철로 왔다면 45밧, 절반도 안되는 요금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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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TA (Bangkok Mass Transit Authority)
저 마크가 방콕버스공사쯤 되는 교통시스템입니다. 로고 예쁘지 않나용? 태국 관공서들의 로고는 주로 신화에서 따온 심볼이나 기하학적으로 장식된 무늬들을 사용하는데 상당히 감각이 있는편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도착하니 역시 차가 막혀서 약 1시간 반쯤, 걸린 것 같습니다. 30분이면 오는 길이니 3배쯤 걸린셈이네요. 하지만 바깥구경도 하고, 요금도 절약했고, 무엇보다 안보이던 것들이 하나씩 보이는 경험을 하니까,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늘 하던거라도 할 때마다 하나정도는 새로운 걸 배우게 되는데, 그렇게 배워가는게 재미있기도 하고, 그런 배움들을 모아가는 과정이 결국 삶이 아닐까... 뭐 그런 말도안되는생각을. 버스 한 번 타고 엄청 호들갑을 떨었네요.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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