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라이프] 일곱. 고양이 풀뜯는 소리

“개 풀뜯는 소리하네”란 표현 때문인지 인터넷에 찾아보면 개 풀뜯는 사진은 상당히 많이 올라와 있는데요. 오늘 고양이가 풀 뜯는걸 보고 신기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커뮤니티 아래 공장에 어느날 새끼 한 마리가 들어왔습니다. 한 2년쯤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동물을 별로 안좋아해서 가까이 않는 편인데, 이 고양이는 좀 예뻐 보이더군요, 까만 고양이인데 발가락엔 흰양말을 신고 가슴팍에도 흰털이 있어요. 먹이도 챙겨 주지만 반은 야생인 셈인데도 털이 윤기가 장난이 아닌데다가 무엇보다 눈이 황금색이라 좀 귀티가 난달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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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사람들은 들고양이나 들개들에 대해서 매우 관대한 편입니다. 사실 개들은 아무래도 야생(?)이다 보니 털이 지저분하기도 하지만, 사고도 많이 치는 편인데요. 인도에 심어둔 가로수 밑에 있는 흙을 다 파내고 그 안에 누워서 낮의 더위를 식히고, 밤에는 몰려다니며 골목을 지나는 행인에게 으르릉 거리기도 하죠. 밤마다 한 곳에 모여서 늑대같은 소리를 내며 울부짓기도 합니다. 개가 늑대잖아요. 몰려다니며 짖으면 동네 다른 지부(?)에 있는 개들도 몰려와서요... 저는 골목에서 20대 1로 붙을 뻔 했습니다. 다행이 먼저 액션만 안취하면 지들도 섣불리 행동하지는 않지만 등줄기에 땀이 오싹하게 나더군요. 자전거나 오토바이같이 빨리 달리는게 있으면 갑자기 따라 뛰기도 합니다. 작지 않은 덩치에 따라오면 굉장히 무섭습니다. 또 다리에 이빨을 갖다대기도 하고요. 그럴일은 없어야겠지만, 일단 이빨이 살을 조금이라도 파고 들어간다면, 병원에 대여섯 차례 다니며 정해진 주사처방을 받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국사람들에게 있어서 예네들은 자비의 대상입니다. 한 구역에 사는 개는 자기집은 없지만 스트릿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구역에서 알아서 사람들이 밥을 챙겨줍니다. 그 스트릿에 사는 공동반려견인 셈이죠. 그래서 그곳이 집은 아니지만 해당하는 골목에 있는 개는 항상 자신의 스트릿에서 활동합니다. 동시에 자신의 나와바리 안에 다른 개가 들어올라치면 굉장히 맹렬해집니다. 도로나 집은 도시화가 되었지만, 개들은 옛날 동네 공용개처럼 생활하고 있죠. 적응만 되면 서로 큰 문제없이 지낼 수 있습니다. 다만 동물세계라 관계는 설정되어야 합니다.

  1. 긍정모델. 밥을 챙겨주거나 이뻐해주며 내 개처럼 대한다
  2. 공포모델. 나를 무서워하게 만들어서 나를 보면 지가 길을 비키게 한다.
  3. 비굴모델. 나만 보면 짓고 물려고 덤비기 때문에 내가 그 골목을 피해 다닌다.

제가 보기엔 이 세 가지 방법밖엔 없습니다. 저는 2번을 선택해서 제 주변개 서너마리는 저를 보면 무서워합니다만, 윗쪽 골목에 가면 저는 바로 3번입니다. 쪽수가 안되서 항상 제가 먼저 피하죠. 뭐 사실 여러번 보다보면 밥을 안줘도 서로 알아보게 되어서 서로 원치않는 1번 비스무리한 관계로 발전하기도 하더군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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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티나는 고양이는 이름이 담이에요 담(ดำ)은 까망이란 뜻인데요. 어릴 때 고양이 뇌로 껌을 만든다는 아재개그가 사실인 줄 알고 한동안 껌을 안씹었을 때가 있었죠. 담이는 어느순간 쑥쑥 커서 새끼를 4마리나 낳았습니다. 까망+하양 두마리, 갈색+하양 두마리요. 그 중 두 마리는 어딧는지 모르겠고, 지금은 갈백 한마리, 흑백 한마리가 요렇게 두 마리가 돌아다니는데, 한 마리는 이름이 이름이 남딴입니다. 남딴(น้ำตาล)설탕이란 뜻인데, 사실은 갈색이란 뜻도 있다는군요. 어쩌면 설탕색인가요? 얘는 갈색이거든요. 여태 설탕이라고 이름을 희안하게 지었구나 생각했는데, 실은 갈색이란 뜻으로 지은 것이었군요^^ 둘 다 겁이 많지만 특히 흑백이는 정말 겁이 많아서 낯선 사람 그림자만 봐도 달아나버리는요. 그래서 이름이 붙은 키끄루와(ขี้กลัว), 겁쟁이라는군요.

함께 사는 태국어를 잘하는 친구가 가끔 태국어 코치를 해 주는데, 덕분에 설탕과 갈색이 같은 말이라는 거와 ‘겁쟁이’같은 고급 어휘를 배웠네요^^ 태국에서 살긴 제가 좀 더 많이 살았는데 저는 바디랭귀지인데, 이 친구는 고급진 태국어를 구사합니다. 아, 저는 대체 뭘하고 산 걸까요? 순간 자학모드에 들어서지만, 자학은 1분이상 하지 않습니다. 전 긍정적이니까요. 이친구 덕에 또하나 처음으로 알게된 건, 고양이가 궁디팡팡을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궁디팡팡하면 고양이는 힘껏 엉덩이를 내밀며 더 쳐달라고 버팁니다. 신기하더군요^^ 냥이 키우시는 분들 냥이한테 궁디팡팡 해보세용. 짱 신기합니다^^ 근데 위치가 요추 정도입니다. 진짜 궁둥이 아니고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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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람들이 어떤 풀을 뜯더니 이 뿌리를 고양이가 좋아하는 거라며 줍니다. 아 신기하게도 정말 좋아합니다. 와구와구 뜯네요. 남딴이도 좋아라 막 뜯습니다. 희안하게 뿌리만 먹습니다. 이 풀 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잘 모르겠답니다. 옆에 있던 한 사람이 야매우(ยาแมว)라고 하네요^^ 매우가 고양이란 말입니다. 고양이 약 요렿게 되겠군요^^ 그냥 다들 그렇게 고양이풀이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새끼들에겐 미안하지만, 키끄루와나 남딴이보다 엄마 담이가 훨씬 예쁩니다. 근데 이제 나이들더니 까만털에 하얀새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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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 덕에 잠깐 즐거웠네요. 고양이 이야기 하려다 사진에도 없는 개 이야기를 잔뜩 했군요^^


[수수의 태국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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