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다. 내 친구 기웅이는 못마시던 소주를 몸에 가득 털고, 실기실에서 목놓아 울었다. 구슬픈 통곡 소리가 이어졌다. 슬픈 일이기는 하지만, 아니 개인적인 연도 없는데 저렇게까지..? 라는 생각에 의아했다. 대체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의 정치적 신념을 지극히 공유하는 관계란 저런 것일까? 반면 나는 다수의 정치인을 혐오해본 적은 있지만 특정 정치인을 열렬히 좋아해본 적은 없었다.
노회찬 의원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기웅이처럼 목놓아 울지는 못했지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슬펐다. 가끔 TV토론회에서 보았던 그의 모습에서 '사람'을 생각하는 진짜 정치인의 모습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그가 내뱉는 어떠한 언어도 빈말같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웃겼다. 나는 웃긴 사람을 좋아한다. 다른 것보다는 노회찬의 유머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내가 체감하는 슬픔 중에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그의 죽음 이후에 정치인 노회찬을 돌아보는 기사들을 읽었다. 그가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많이 펼치고 누구보다도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역할에 충실한 것은 대략 알고 있었지만, 성소수자와 장애인이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위한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사실은 처음 알았다. 국회의원으로서 최근에 그가 힘썼던 개혁 대상은 바로 국회였다. 그의 꿈은 자본과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닌, 사람이 그 어떤 가치보다 위에 있어서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었을 것이다. 그를 더 알았다면 나도 기웅이처럼 울 수 있지 않았을까.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미지는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 묘사된 도시를 하나씩 그림으로 그리고, 소설 내용을 축약/각색하여 구성된 시리즈 작업물입니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

I N V I S I B L E C I T I E 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