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면을 들여다보는 여정

5 2 번 의 아 침
@kyunga님의 웹북 '딱히 꿈이 있는 건 아니고' 이후에 스팀잇에서 구매하고 리뷰하는 두번째 책이다.
한 손에 들어오는 @thewriting님의 책은 들고 다니면서 한 구절씩 읽어내리기 좋은 책이었다. 그가 이 책을 출간할 무렵 팟캐스트 '불소소'의 첫 게스트로 모셔 혼자하는 여행에 대한 대화를 나눈적이 있다. 스팀잇에서 잠깐씩 책의 내용들을 공유했을 때 써내려간 담담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문체들이 인상적이었고, 녹음실에서 대화를 나누었고, 그 후 책을 주문해 받아본 후 오늘에서야 마지막 장을 넘겼다. 읽기 어려운 책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시간이 흐른 것은 얼마나 내가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는지를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불소소 Episode4. 혼자하는 여행(feat.@thewriting)
여행이 아닌 여정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이라고 부제를 달았지만, 여행책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느낀다. 지친 일상에 급작스레 휴가를 얻어 가는 여행기가 아닌, 무언가일지 모를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뉴질랜드는 아마도 랜드마크를 성지순례하듯 찍고 이동하는 형태의 여행과는 거리가 있는 나라인 듯 하다. 우리가 흔히 여행책이라고 정의하는 범주의 안내서나 비스무리한 에세이보다도 더 여행이 아닌 것에 집중하는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다.
1일차 부터 날짜의 순서대로 여정이 기록되어 있는데, 공항에서 마주하는 실랑이같은 상황들은 꽤나 섬세하게 그려졌다. 자세히 관찰했거나, 스스로 곱씹었거나, 그 날들을 꼼꼼히 기록해두었거나 셋 중의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2일, 3일이 흐르면서 52일의 여정을 책의 흐름과 같이 따라갈 수 있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마음가짐
이 여행의 목적은 철저히 자신에게 충실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 어떤 목적지를 찍고가는 것 보다 더 여행다운 자세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가다가 힘들면 멈추고, 눕고 싶으면 눕고, 가고 싶으면 가는 여정. 그 누구에게 자랑할 만한 경험을 위해 조바심내는 형태가 아닌,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기 위한 매순간의 선택들이 여정 속에 존재했다고 느껴졌다.
어릴 때 부터 '남을 의식'하는 것이 습관화되다 못해 체화되어 인생 자체를 '남의 시선'을 위해 살아간다는 것 조차 못느끼는 우리에게 어쩌면 가장 어려운 태도는 내 안의 자연스러운 생각들을 내가 마주보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 흔하게 사용되는 '자아'라는 단어는 그 과도한 사용성에 비해 그리 쉽게 찾아지지는 않는 것 같다. 어쩌면, 닿지 않을 이상처럼 그저 손을 뻗을 뿐이다.
자신의 호흡
팟캐스트에 출연했을 때도 느꼈지만, 꽤나 차분한 @thewriting님은 자기만의 호흡이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글의 맥락에도 묻어난다. 우리는 각자의 글에서 자신을 미화하는 편이고, 글 만으로 그 사람을 다 알 수 없으며, 몇 번 만났다고 해서 알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글에는 분위기와 맥락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많은 글을 읽다보면 진정성이 묻어나지 않는 글들은 묘하게도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이질감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크던 작던 각자의 세계관을 투영한 글이 가치가 있는 이유는 우리가 그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우연히 만난 다른 여행자와 함께 하거나 혹은 따로 혼자하는 여정 속에서 자신의 내면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은 생각과 태도를 보이는 듯 했다. 뉴질랜드 지역의 이름을 세세히 알지 못해 읽고 지나쳐도 다시 기억하기는 어려웟지만, 52번의 자신을 들여다보는 담담한 과정과 흐름은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의 호흡을 잘 아는 것도 어려울 뿐 더러 세상의 페이스에 쉽게 말리곤 한다. 그렇게 나만 가진 내 안의 리듬대로 호흡하기란 쉽지 않고, 그래서 더 갈망하는 지도 모르겠다.
더 많은 책
7/ 몽상을 향한 두드림 '딱히 꿈이 있는 건 아니고'
6/ 나를 마주하는시간 '그림 여행을 권함'
5/ 그림같은 이상의 글 '권태'
4/ 완성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3/ 스스로 선택하는 비공감주의 '비수기의 전문가들'
2/ 다음 삶의 방식으로 넘어가는 과정 '물욕 없는 세계'
1/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