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손] 약손 손쓰기의 원칙1/약손과의 인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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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동안 포스팅을 쉬었더니 글 쓰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것도 같은데 날씨 탓인지 구챠니즘이 또 도지었습니다. @garden.park님의 한여름 밤의 도라지 위스키를 핑계로 이웃 분들의 글을 읽는 것으로 시간 때우기를 하였습니다. 한마디로 Just killing time이지요. 늘 긴장 속에서 사는 머슴살이를 안 한지가 벌써 11년이 되었으니 무엇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적 무언의 불안감?은 전혀 없습니다. 처음 회사 그만두고 대략 1년 정도는 집에서 며칠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대학원 생활 포함 12년 직장생활을 한 샘이니 그동안 쌓여왔던 습이라는 것이 단박에 소멸될 수 없지요. 그러나 지금은 그런 강박관념은 사라진지 오래되었습니다. 그저 시간이 흘러감 속에서 제 존재감을 스스로 즐겁게 향유하려고 할 뿐이지요. 그러나 가끔 꿈속에서 그러한 긴장감을 맛보기는 합니다. 참 신기합니다. 잠자면서 꾸는 개꿈은 제가 여전히 직장생활을 하고 허우적거리는 상황들이 나타나곤 하지요. 그리고 눈 뜨면

시바, 꿈이잖아!



저는 지각하거나 출장을 가는데 여권을 잃어버리거나 서둘러서 운전하는 꿈을 자주 꾸곤 했습니다. 원래 게을러서 그랬나봅니다. 그만큼 사람이 살아오면서 행위해왔던 습관은 무서운 것 같습니다. 그러한 10여년의 습관 종자가 무의식에 그대로 저장되어 있으니 꿈속에서 스위치를 켜서 활성화 되어 어떻게든 나타나니까요. 윤회를 믿는다면 수없이 많은 생애동안의 습도 발현되겠지요. 개꿈이라는 이름으로요.(참고로 저는 쥐띠입니다. 쥐띠가 꾸는 개꿈이죠) 그래서 사람은 습관을 항상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나봅니다. 건전한 습관이 정착되면 건전한 생활을 디자인 할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요번에도 늘 그렇듯이 상반기 농사는 또 망친 것 같습니다. 야생초들에게 저의 작물들이 개무시 당하고 있더군요. 잠깐 화창한 틈을 타서 갔더니... 으아!

이번에는 토종 작물인 고추(금패황양과 평농), 오이, 옥수수, 가지, 호박을 심었습니다. 확실히 토종들은 그래도 야생초들의 텃새 속에서도 자기주장을 꽤 잘 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얘네들은 저를 보고 이렇게 표현하겠지요.

시바, 관심 좀 가져라



특히 옥수수는 참 매력적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심었는데 튼튼하게 자라는 것을 보니 고맙기도하고 든든합니다. 조선오이가 옥수수에게 침범하여 구애를 하고 있더라구요. 덩굴식물들은 깡패이면서 응큼하지요.


어제 오후 2시정도에 외출을 하였습니다. 각오는 했지만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저의 집에서 전철역까지 도보로 15분정도 걸리거든요. 제가 사실 머리숱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예 밀어버렸습니다. (미장원 갈 필요도 없지요. 면도기로 샤샤샥!) 그나마 다행인 것이 저의 두상이 대머리에 최적화 된 형태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기왕이면 구준엽님이나 율부리너님 같다고 표현해 주면 좋을 텐데 홍석천님 닮았다고 합니다. 뭐, 저는 저니까 상관은 없는데요. 그래도 기왕이면 구준엽님이라고 하시지. (사실 저는 남성적인 모습에 로망이 있습니다. 검은 피부에 상남자스러움이 멋있어 보이는 걸 보면 제 무의식 속에는 아직도 수컷 마초에 대한 이데아가 있나봅니다. 피부가 하얀 편이고 몸이 그다지 근육질은 아니거든요. 하긴 이제 와서 뭐 이런 거 신경 쓸 나이는 아니지요) 겨울에는 머리 뚜껑이 시렵고 추워서 항상 모자를 쓰고 다니는데 지금과 같은 한 여름에 땡볕을 받으면 정말 땀이 나오는 속도가 초스피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숲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무성한 숲 속의 나무 잎들이 뿜어내 주는 증산작용으로 주위의 온도를 내려줄 테니까요. 저에게 있어서 숲은 당근 머리카락이지요. 그래서 뜨거운 여름의 땡볕 아스팔트 도시에 숲 공원이 많이 형성되어져야 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합니다. 도시 생태학적 혜안을 저의 인체 생리학을 통해서 깨닫습니다. 없는 머리카락이라도 이러한 때는 아주 그립지요. 허허벌판에 땡볕을 내리 받으니 땀은 많이 나옵니다. 이제부터는 미드 Grey’s Anatomy에서 표현된 수술실 의사들처럼 큼지막한 아티스틱 손수건 두건을 머리에 두르고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폼나쟈나요!


약손 손쓰기의 원칙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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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약손 손쓰기의 원칙 서언에서 3가지를 간략히 정리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첫 번째 원칙인 약손 정신에 대하여 조금 더 부연하겠습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손쓰기를 할 때 마음가짐을 약손 정신으로 하라는 것인데 사랑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고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하면 되는 것입니다. 약손이 지향하는 롤 모델은 잊혀졌지만 우리 마음 속 어딘가에 늘 자리잡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표현이 바로 할머니/엄마의 손길입니다.

내손은 약손이다



우리가 꼬꼬마 시절에 아프다고 하면 항상 엄마 혹은 할머니께서는 주문을 외우듯이 하시면서 아픈 곳에 손을 데고 살포시 그리고 한참 주물러주시던 그 기억을 손쓰기에 그대로 적용하시면 되는 것입니다. 어떤 보답을 바라지도 않고 자기 새끼의 아픔을 함께 걱정/동참해주시는 바로 그 정신입니다. 지나간 세 번의 포스팅에서 이러한 표현을 계속 반복하였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숨 쉬고 살수 있게 해주는 고맙고 필수불가결한 공기의 중요성을 못 느끼듯이 소중한 것은 너무 흔하다보니 잊혀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직업정신이라는 것도 이와 같이 사랑/정성/겸손이 밑바탕 되어 있다면 일에 대한 평가라는 것 자체가 의미 없을 것도 같습니다. 지금의 직업문화는 돈이 사랑/정성/겸손을 대변代辯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돈이 똥이라고 얘기들 하는 것 같습니다. ㅋㅋ, 아재개그) 돈만 많으면 왠만하면 이해가 되는 세상이 되버렸지요. 그러나 손쓰기 할 때 뺑덕어멈 같은 계모 손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느낌으로 알지요.

지성여신至誠如神은 지극한 정성은 신과 같다는 뜻입니다. 정성스러움은 신령스운 작용을 한다는 것이지요. 모든 일에서 정성스러움이 베어 있다는 뜻은 GIVE AND TAKE를 표면적/형식적으로만 믿고 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원칙이 우주의 법칙이라는 깊은 신뢰가 있다면 약손 손쓰기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 정성스러움이 밑바탕으로 깔려 있는 것입니다. 당장의 보답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 그 순간에 충실함을 온전히 실천Now and Here하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행한 정성은 언젠가는 메아리쳐서 되돌아오게 되어 있는 것이 우주의 법칙입니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모든 생명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으로 향해 가고 있습니다. 재생과 소멸의 반복이 계속 진행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소멸의 속도가 재생의 속도를 넘어서 버립니다. 그래서 노화 되어 늙어가는 것입니다. 당연한 진리를 거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늙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탐욕의 일종이지요. 안 되는 걸 된다고 우기는 것은 정신병자입니다. 어찌 보면 늙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 자체가 정신병일 수도 있습니다. 노화는 당연하지만 병을 이상으로 여긴다는 생각도 듭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병도 노화인 것 같거든요. 단지 노화(소멸)의 속도를 가속화 시킨 것이 병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지요. 그러니 병/신체적 고통을 특별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가속도가 붙은 노화의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면서 비정상적인 노화속도를 정상화 시킨다면 그것이 회춘回春이라고 봅니다. 결국 건강은 얼마나 자신의 몸을 잘 관리하고 유지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몸과 마음을 따로 분리해서 생각 할 수 없다는 철학적 성찰에 근거하는 것입니다. 몸에 병이 있으면 마음에도 병이 있을 수 있고 그 역도 성립하지요. 즉,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는 말씀은 자신의 지나간 행동과 마음가짐에 대한 반성과 겸손을 강조하는 지혜의 말씀인 것 같습니다.


약손과의 인연4


내가 여기에 왜 다시 와있지?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긴지 며칠 안돼서 다시 중환자실에서 눈을 떴다. 내가 두어시간 코마상태였다고 한다. 발작과 함께 의식을 잃은 날이 바로 2005년도 코리안 시리즈 개막일이었다. 삼성라이언스와 두산베어스가 맞붙은 첫 경기였는데 일반 병동에서 나는 그 경기를 보려고 아버지께 산책이나 다녀오시라고 했다. 병원 측에서는 뇌출혈이 미미했고 더이상 진행될 것이 아니라 판단했기 때문인지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기긴 했지만 전술했던 바와 같이 뇌출혈의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재검사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두통의 정도는 내가 입원후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은 상태였다. 정신은 말짱하지만 두통은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심했다. 머리가 아프니 복잡한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야구 경기나 보자고 아버지께 산책이나 다녀오시라고 했던 것이다. 입원실이 2인실이었기 때문에 함께 입원한 형님도 계시니 아버지께서는 별 걱정을 않으시고 산책하러 가셨다. 그런데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같이 입원한 형님은 디스크 수술 후 며칠 후면 퇴원할 분이셨는데 내가 발작을 동반한 코마시작의 그 순간 깊은 잠에 있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있자나. 업어가도 모를정도로 잘 자는 사람말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개부럽다. 나는 야구 경기 1회에 첫 타자가 아웃되는 것을 보는데 졸음이 와서 잠깐 눈이나 감고 있자 생각하고 눈을 감았는데 눈을 떠보니 산소마스크와 함께 중환자실에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코마가 잠자고 있으라고 암시를 해주었나보다.

운이 좋았다고 한다. 내가 입원 침대에서 떨어져 간질 환자처럼 발작을 했다고 한다. 이때에는 응급조치가 필요한 순간이라고 한다. 혀가 목구멍으로 말려 들어가면 기도를 막아버려서 숨을 못쉬어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다행이 내가 코마가 온 바로 그 순간 그것도 관련이 없는 다른 병동의 간호사가 우연히 지나가다가 내가 침대에서 우당탕 떨어지면서 벌벌 떠는 상황을 발견했다고 한다. 아마도 아직 더 살아야 한다는 인연의 메시지였던 것일까? 담당 전문의는 그 소식을 듣고 젊은 청춘 또 저세상으로 가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는 가끔 그러한 상황, 가까운 지인의 죽음 등을 통해서 시절인연에 대하여 생각해보곤 한다. 어차피 우리는 죽는다. 바로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다. 아니면 앞으로 5년, 10년, 20년, 30년? 언젠가는 죽는다. 그리고 빈손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왜 이렇게 무엇을 가질려고 안달하면서 살아갈까? 그래서 불교에서는 우리들이 무명無明, 어리석음속에서 살다가 간다고 한다. 썩은 동아줄이 삭아서 끊어지고 있는것을 보면서도 코 앞의 달콤한 꿀에 취해서 올라가지 않는 미련 곰탱이?



의사들은 내가 의식을 잃은 사이에 CT/MRI를 모두 다시 찍었나보다. 그리고 나에 대한 병명을 찾았다고 한다. 유레카! 원인은 모르고 병명만 찾아냈다.

현대의학의 엄청난 쾌거?이다. 시바!



그것도 첨단 과학장비를 돌려서 얻어낸 병이름찾기 대기술의 혁신이다. 그런데 그 돈은 누가내지? 시바.

뇌정맥동 혈전증cerebral venous sinus thrombosis이라고 한다. 이름만으로 보자면 엄청 무서운 병인거 같은데 흔하지 않은 병인거 같다. 원인도 잘 모른단다. 뭐, 감기약을 잘못 먹으면 부작용에 의해서 발생된다고도하는 논문의 보고가 있단다. 그리고 임산부가 임신중독증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헤헤헤!



아직 죽을 팔자는 아니었나보다. 지금 여기 중환자실까지 정신이 말똥말똥 살아있으니까. 그런데 신기하다. 이제는 머리가 개운하고 아프지가 않다. 단지 기력이 없을 뿐이다.

중환자실에서 며칠 있은 후에 다시 일반 병동으로 옮겨졌다. 그 다음부터는 나의 지적 탐구학습이 시작되었다. 우선 머리가 아프지 않으니까 살것 같았다. 식욕도 왕성하게 돌아왔다. 새로운 입원실에 나보다 4살 어린 잘생긴 친구가 입원해 있었다. 그 친구가 나를 보면서 놀라더라. 뇌질환 환자 맞냐고?

(병원밥이 절라리 맛있다)



-계속

ps. 제가 현대의학을 깐다고 해서 현대의학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의학으로 인하여 받은 해택과 은총은 수없이 많기 때문입니다. 단지, 어두운 면을 조금 지적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현대의학을 개무시하는 그러한 단편적 종자는 아니라는 것을 밝힙니다. 저는 현대의학을 사랑해요.


기와 사랑의 약손 요법 @peterchung의 에세이


들어가며/약손과의 인연
약손요법이란? / 약손과의 인연2
약손 손쓰기의 원칙(서언)/약손과의 인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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