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은 얘깁니다. 어느 남자의 아내가 빵을 끊겠다고 선언하고는 정말로 빵을 끊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후로 신경질이 늘었다고 합니다. 이 신경질이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참다 못한 남자가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그냥 빵 먹어." 결국 아내는 다시 빵을 먹었고 신경질은 놀랍게도 줄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얘기를 듣고는 그냥 웃어넘겼습니다. 잼나는 일화 정도로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 일화가 잊히지 않더군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은 지 몇 년이 지나 그 남자 아내의 신경질이 늘어난 이유를 알았습니다. 그 해답은 바로 이 책 <의지력 SOS>에 있더군요.
오래전 읽은 습관에 대한 책에서 사람의 뇌는 원래 변화를 거부하게 설계돼 있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변화를 거부해야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랍니다. 의지력도 그런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더군요. 뇌의 생존본능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게 바로 의지력이라고 저자 이종석은 말합니다. 이유는 이렇더군요. 뇌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부피로 따지자면 사람 신체에서 적은 양인데도 칼리로 소비량은 어마어마합니다. 초당 처리해야 하는 정보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뇌는 이런 정보처리에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정해진 행동, 즉 습관을 활용합니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습관이란 할까 말까 판단하지 않고 자연스레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즉, 판단할 필요가 없으니 에너지가 적게 소모되는 것입니다. 사람이 만약 모든 행동을 그때마다 판단해야 한다면, 컴퓨터가 과부하로 멈추듯 뇌도 멈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뇌는 당연히 변화를 거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변화하려면 뇌는 대량의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데요, 이 때문에 에너지 부족 현상이 생깁니다. 앞에서 말한 일화에서 아내가 신경질적이 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빵을 먹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인해 뇌는 심각한 에너지 소비를 했고, 그 결과로 과부하가 걸린 것입니다. 뇌의 과부하로 인해 포도당 수치가 떨어진 것입니다. (뇌의 과부하로 포도당 수치가 떨어지면 정신적으로 예민해짐.) 욕구 절제로 인해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면 전두엽은 생존을 위해 긴축 정책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이어트나 금연을 하면 심신이 지치고, 매우 예민해지며, 쉽게 짜증이 나고, 화를 내게 됩니다. 극심하게 피로하게 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실제 저혈당 환자는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집중력과 감정 조절에 어려움이 있다고 함. 청소년 범죄자의 90%가 평균보다 혈당이 낮았다는 조사도 있음.) 그럼 다이어트와 금연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의지력'을 '만족 지연 능력'이라고 정의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시멜로' 실험이 바로 의지력 실험입니다. (마시멜로 실험이란, 아이에게 마시멜로 하나를 주며 지금 먹지 않고 참으면 이따가 2개를 준다고 말한 실험. 이 실험에서, 참은 아이가 더 성공했다.) 지금 참음으로 인해 더 큰 보상을 받아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예로 드는데요, 앞에서도 말했듯 뇌의 구조가 원래 그래서 무의식의 세계를 이기기란 참으로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실패를 인정하라'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소설에선 결국 하이드가 이겼지만, 현실에선 지킬박사가 이길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 비법이 바로 0.15초입니다. 리벳의 실험에서 사람은 실제 생각하기 전 0.15초 전에 먼저 뇌가 활동한다고 증명했습니다. 내가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습관대로 뇌에서 스파크를 보냈다는 것입니다. 습관에 대한 책들을 보면 사람은 습관으로 이뤄져 있다고 했는데요, 그 말이 딱 맞는 것입니다. 0.15초를 활용하려면 먼저 하이드를 관찰해야 합니다. 내가 어떤 절제를 하려다 못한 걸 무조건 기록해야 합니다.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바로 첫 단계입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알게 되면 바로 이 0.15초 전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SOS 전략입니다.
시뮬레이션(Simulation) → 관찰(Observation) → 선택(Selection)
시뮬레이션. 하이드가 언제 등장할지 예상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대응할지 그 방안도 미리 결정해봅니다. 관찰. 하이드가 등장하면 그 순관을 관찰합니다. 선택. 준비한 시뮬레이션대로 대응합니다. 물론 실패할 것입니다. 그래도 계속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반복하는 것입니다. 원래 사람의 뇌가 그렇게 생겨먹었기에 당연히 실패하기 때문에 반복하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저자는 실패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성공 확률도 점점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저자는 인간의 숙적인 다이어트와 금연으로 예를 들었지만 이 외에도 모든 일상과 습관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음,,, 저에게 적용해보려니 엄청 많군요. 하하하 저는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인간인가 봅니다. 싫어하는 사람과도 친하게 지내야 하고, 아이와 잘 놀아줘야 하고, 몸 관리 잘해서 감기 좀 걸리지 말아야 하고 등. 모두 잘할 자신은 없습니다. 저도 변화를 거부하는 뇌를 가진 인간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중요한 팁은 얻었습니다. 에너지. 결국 중요한 건 포도당이군요.

ISBN : 9791195989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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