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돌아오는 프랑스어 바로잡기 시간입니다.
스팀잇에도 믿을 만한 불어 선생님@zzoya이 생긴 관계로 쉬엄쉬엄 연재합니다.
본 포스팅의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잘못된 외래어 표기법에 의해 표준어에서 벗어난 발음으로 표기되고 있는 불어 단어를 살펴본다.
- 프헝스
프랑스현지인들은 어떻게 읽는지 알아본다.
지금까지 우리는 불어의 앙과 엉을 살펴봤습니다.
앙 | in | im | yn | ym | ain | aim | ein | un | um |
엉 | en | em | an | am |
이제 우리는 몽 상-미셸Mont Saint-Michel과 몽 블렁Mont Blanc을 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Enfant이 앙팡이 아니라 엉펑이라는 것도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되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저 중에서 en이란 놈을 뒤로 보내면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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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미인간은 언제 나타날까요.
긴급한 상황에서죠.
Urgent 위흐정 : 긴급한/긴급한 일
위흐정? 아무 일 없는데요?
당연합니다. 함정이었으니까요.
뒤에 달린 t를 없애고 en만 보내야 합니다.
이쯤에서 드립을 하나 날리든지 짤방을 쓰든지 하고 싶지만 긴박하니 바로 넘깁시다.
우리가 누굽니까? 배달의 민족 Coréen 아닙니까!
Coréen
...코(꼬)헤엉?
지금까지 배운 대로면 그게 맞습니다. 그래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그렇게 읽지 않습니다ㅠㅠ
뒤에 다른 자음을 붙이지 않은 en이 단어 맨 뒤로 가면 다르게 읽힙니다.
Coréen 코헤앙
표준 규칙에 따르면 이렇게 읽습니다.
단어 맨 끝에 간 en은 /앙/으로 읽기 때문입니다.
계속 /엉/으로 읽다가 자음 하나 떼고 뒤로 갔다고 다르게 읽어?
위험한 데 줄 서는데 믿음직한 친구 하나 안 데려갔더니 죽빵 터진 격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함정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도 읽습니다.
Coréen 코헤양
정식은 아닙니다. 하지만 무시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이렇게 읽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한 가지 추측이 있습니다.
언어는 항상 쓰기 편한 쪽으로 변합니다.
안녕하세요 보다는 안녕하세여가 말하기 더 편합니다.
chien : 개
뭐라고 읽을까요? 쉬엥?
이게 아니라는 건 이제 너무 잘 아실 테구요.
쉬엉? 이게 아니라는 건 방금 배웠죠.
그럼 쉬앙?
chien [ʃjɛ̃] 쉬양
이렇게 읽습니다.
앙 앞에 다른 모음이 있을 때 양으로 바꿔주면 연달아 읽기 더 수월합니다.
-이앙 보다는 -이양이 더 쉽습니다.
다행히 이건 규칙으로 딱 정해져 있습니다.
규칙으로 정해졌다는 건 그만큼 많이 쓰인다는 뜻이겠죠.
그렇습니다. Coréen코헤앙을 코헤양으로 읽는 건 위의 규칙에 따른 습관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코헤앙/코헤양 둘 다 쓰이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사실 오늘은 이걸 설명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관심법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여러분의 표정이 읽힙니다.
안심하세요!
저는 투머치토커가 아닙니다!
위에 chien을 다시 보겠습니다.
en이 독고다이로 뒤로 가면 엉->앙으로 변하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앞에 < i >를 만나더니 아예 양으로 변했단 말입니다.
이건 거부할 수 없는 변화입니다. 무조건입니다.
왜냐하면 < i >는 뒤에 오는 모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마성의 소유자니까요!
눈치채셨나요?
네. 이건 영어의 < y >와 비슷한 녀석입니다.
비슷하다고 한 이유는 불어의 < y > 역시 같은 짓을 하기 때문입니다.
불어에선 이것을 반자음Les semi-consonnes 혹은 반모음 Les semi-voyelles이라고 합니다.
끝내기 전에 예제 몇 개 더 보시죠.
약국에 한 손님client이 들어옵니다.
인근 대학의 학생étudiant입니다.
의사médecin에게 받은 처방전을 내밉니다.
약사pharmacien가 약을 짓는 동안 손님 한 명이 더 들어옵니다.
근방에서 유명한 음악가musicien입니다.
그의 개chien도 함께 왔습니다.
client 클리영 : 손님, 의뢰인
étudiant 에튀디영 : 대학생
médecin 메드상/멛-상 : 의사 (-de-는 곧잘 받침으로 사용)
pharmacien 파흐마시양 : 약사
musicien 뮈지시양 : 음악가 (s는 어두에선 ㅅ으로, 중간에선 ㅈ으로 읽음)
chien 쉬양 : 개
규칙을 확인하셨나요?
그럼 오늘의 제목을 다시 보시죠.
빠히지양은 대체 뭘까요?
같이 유추해 봅시다.
'빠히'를 우리가 평소대로 표기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네. 파리 정도일 겁니다.
파리지양.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죠?
<Rue de Paris, temps de pluie> Gustave Caillebotte, 1877
Parisien 빠히지양 : 파리 사람(남자)
눈치 빠른 분들은 -ien이 주로 사람에게 붙는 어미라는 걸 알아채셨을 겁니다.
그럼 chien개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래서 여긴 언제 가는데?
여러분.
불란서프헝스는 밤에 돌아다니면 위험한 나라입니다. (진지)
아아.. 여러분의 표정이 읽힙니다.
이제 머지 않았습니다.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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