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멋지게 써주신 @kundani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재돌샘이 전화를 끊은 후에도
내 귀에는 '청첩장, 결혼, 사기.....'라는 말이
윙윙 돌았다.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의 얼굴과
'청첩장, 결혼, 사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충격이 도통 가시질 않았다.
내가 오히려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17.
그 여자의 청첩장(2)
도저히 충격에서 헤어날 수가 없어서
집에 있는 엄마를 잡고 재돌샘 이야기를 늘어놨다.
이 충격적인 사건을 어디다 적든,
어디다 털어버리든
둘 중에 하나는 해야 머릿속이 말끔해질 것 같았다.
"엄마. 들어봐. 완전 쇼킹이야.
고등학교 때 예쁘장한 선생이 하나 있었는데..."
엄마는 내 이야기에 몰입했다.
"허...
뭐 그런 여자가 다 있어?
재돌샘....안됐다.
재돌샘 불쌍해서 어째? 쯧쯧...
재돌샘이 여자 보는 눈이 없나보다."
"그러니까. 왜 그런 여자를 만나가지고....어휴."
"니가 위로 잘해줘~"
엄마는 살짝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에이, 내가 뭐 위로 해준다고 되나.
나중에 커피나 한 잔 하지, 뭐."
엄마 말에 잘못 동조했다가
왠지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번뜩 스쳤다.
"그래. 크게 관심을 두라는 말은 아니고.
아이고~ 재돌샘이 힘들겠다.
충격적인 실연을 당해서~"
엄마에게 이야기를 모두 쏟아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지는 기분이었다.
그 날은 작은 고모에게 2월 마지막 주 쯤에
서울로 올라오라는 제안을 받았다.
사촌 동생이 봄방학을 하면
어디다 맡길 데도 없고 학원을 다니지만
중간에 밥 챙겨줄 사람이 없어서
사람 구하기가 애매하니 나더러 올라오라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집에 있는 동생 때문에
엄마의 반대가 심했지만
또 한 학기 용돈을 벌기 위해서는 올라 가야한다고
아빠가 부추겼다.
다음 날,
정월대보름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
할머니 집으로 갔다.
엄마랑 같이 가서 제사 음식을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나는 할머니를 도와 다음 날 새벽에
정월대보름 제사를 지내야 해서
할머니 집에서 자게 되었다.
재돌샘과 전화 한 통 한 뒤부터
이래저래 바빠서 재돌샘과 문자할 시간도 없었다.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아서 그런지
재돌샘도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
재돌샘에게 연락을 할 시간은 없었지만
머릿속에 온통 재돌샘 생각 뿐이었다.
연락이 뜸하니까 어쩌고 있나 더 궁금했기 때문이다.
제사 음식을 끝내고
엄마랑 아빠, 동생은 집으로 돌아간 후에야
재돌샘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오빠 살아있어요?
-킴쑤
응 살아있어? 넌 잘 있지?
-재돌오빠
네 좀 바빴어요 내일 보름이라 할머니 집이구요
밥은 잘 챙겨먹어요?
-킴쑤
나 밥보다....술을ㅋㅋㅋ 뭐 그래
넌...착해 좋아... 그렇게 연애하고
상처받을까봐 안타까워....
나 오지랖이 넓은건가.....
-재돌오빠
'완전 우울모드네.'
기운 빠져 있을 재돌샘 얼굴이 머리 위로
둥둥 떠올랐다.
밥을 먹어야지 왜 술을 ㅠㅠ
제가 착해서 그럴까요
안그래도 상처는 많이 받은 것 같아요
-킴쑤
그런 거겠지 네가 다양하게 연애하고
네게 맞는 영악한 연애를 하길 바라면서도
네게... 바보 같은 나의 연애를 바라는....
그렇겠지
-재돌오빠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건지
단번에 알아 들을 수가 없어서
두 번, 세 번 읽었다.
다시 읽고 또 다시 읽을 때마다
재돌샘의 문자 내용이 다르게 이해됐다.
'....하아 참. 그 여자같이 영악하게
연애를 하란 말이야?
아니면 본인이랑 연애를 하잔 말이야?
아....자기처럼 연애를 하란 말이야?
바보 같은 자기랑 연애를 하잔 말이지?
아닌가...
아! 자기 연애가 바보 같다고? 그 말이구나?
.....에이, 뭔 소리야. 그래서 어쩌자고, 나랑.'
영악하게 하는 건 어떻게 하는 건데요?
저는 제가 좋아하면 그걸로 끝이예요
바보 같든 아니든 푹 빠져서 사랑할 수 있는 만큼
사랑하는 거예요
오빠가 한 사랑이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도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 걸요
기운내요 술도 너무 많이 마시지 말구요
-킴쑤
심장이 벌렁거렸다.
내 진심을 쏟으니 답장이 뭐라고 올지 궁금했다.
내가 그렇게 재돌샘에게 빠질 수 있다는
진심이 닿았을까 궁금했다.
책임지지 않을 연민은 걷어 쳐!....ㅡ.ㅡ
-재돌오빠
맥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참나...'
나는
'ㅡㅡ' 이 이모티콘이나
'ㅡ.ㅡ' 이런 이모티콘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 진심을 담은 문자의 답장으로
재돌샘이 떡하니
찍찍 그어놔서 더 기가 찼다.
내가 보낸 문자의 의미를 알기는 하는 건지,
아는데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진짜 아예 모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일단은 재돌샘이 우울모드인 것을 감안해
투정 쯤으로 넘겨야 했다.
걱정을 해줘도
술 많이 마셔요 그럼
-킴쑤
투정부린다고 넘길까 했는데
걱정 해준 것까지 내팽겨친 건 괘씸해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킴쑤 좋은데... 고마워
-재돌오빠
재돌샘이 얼마나 슬플지 가늠 정도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본인이 좋다고 달려드는 나에게
그냥 올 수는 없는 것인지,
왜 고민하고 있는지,
왜 지나간 사람 때문에 아파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재돌샘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돌샘에게 연락이 없으면
나는 늘
밥은 잘 챙겨먹고 있냐고 먼저 연락했다.
ㅇㅇ
킴쑤라도 납치해서 맛난거 먹으러 갈 걸 그랬네
-재돌오빠
아깝다
맛난 거 먹을 수 있었는데
-킴쑤
아까운 건가 그럼 다음에 납치하지
-재돌오빠
집에 있으면서 엄마에게 허락을 받지 않으면
집에서 나갈 수가 없는 내 처지에
납치 당하기도 어렵지만
재돌샘이 나를
납치를 하기도 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냥
자유롭게
밖을 쏘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계속 내가 먼저 연락하는 것 같아서
하루는 문자를 먼저 안 보내 봐야지 했더니
진짜 하루종일 연락이 없었다.
그 날은 엄마가 은행 간다고 나갔다가
나에게 준다고 아이쉐도우와 아이라이너를
사온 날이었다.
화장을 어떻게 해야 안 번지냐고
전날 물어봤던 것이 생각났다.
"살 게 있어서 들렀다가
가게에 언니한테 물어보니까
요새 애들 이런 거 바르면 이쁠거라고 하길래
하나 사왔어. 생일 선물 겸."
"고마워, 엄마!"
엄마가 기분 내서 사온 아이쉐도우와
아이라이너로 그 자리에서 바로 화장을 시작했다.
특별히 어디 갈 데도 없으면서 곱게도 발랐다.
생각보다 화장이 잘 먹어서 재돌샘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엄마에게 짠하고 화장한 얼굴을 보여줬다.
"예쁘다! 재돌샘 불러서 커피나 한 잔 하고 와~"
"진짜? 나갔다 와도 돼?"
"아빠 오기 전에는 들어와야 되고.
재돌샘 차에서 잠깐 캔커피 한 잔 하고 오면 되잖아?"
"아....진짜지?
근데....재돌샘 오늘 하루종일 연락이 없어서...
아무튼 연락 되면 나갔다 온다?"
"그래~ 갔다와라?"
엄마에게 그 여자의 청첩장 얘기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가 기회다 싶어 재돌샘에게
얼른 문자를 보냈다.
아... 화장했는데 갈 데가 없어요~ㅠㅠ
-킴쑤
_다음편에 계속
[남편의 휴일은 곧 제 휴일이 되어버리죠^^ 일요일 Q&A도 쉬고, 어제(4/2)까지 빡세게 놀다와서(진짜 진짜 토, 일, 월 빡세게 놀아서 내일 몸살 날 예정.....인 것 같습니다. 진짜.....빡셌죠. 하하....쌍둥이를 데리고 돌아다니는 것은 정말 빡센 일입니다. 얼마나 빡센지 궁금 하시다면 여기를 눌러보세요.) <나.선.결>마저 늦어버렸네요;; 아직 늦은 것이 아니길 바라며....헤헷. 늘 감사합니다.
소중한 댓글의 대댓글은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달겠습니다^^ 소통하고 싶어요오오오옥!:)]
@calist님의 아이디어를 빌려왔습니다^^
다음 글의 링크를 달아 둘테니 정주행
에 막힘없이 달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