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멋지게 써주신 @kundani님께 감사드립니다^^]
차 밖은 춥고
차 안에는 따뜻해서인지
성에가 꼈다.
나는 재돌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15.
선생님이 오빠가 되기까지(2)
혹시나 재돌샘이 자신의 어깨에 놓인
내 머리를 들어
차분히 조수석 쪽으로 밀어 내버릴까봐
할까 말까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한번 도전 해보고 싶었다.
그건 내가 더 재돌샘에게
다가가도 되냐는 물음과도 같은 행동이었다.
내가 어깨를 기댄 후
재돌샘은 별 말이 없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었을까.
"그럼 제가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
내가 널 여자로 봐도 될지도 모르겠고...
네가 짊어져야 할 짐이 더 많아지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휴우..."
재돌샘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애꿎은 핸들에 달린 구슬만 만지작 거렸다.
재돌샘 차 핸들에는 비즈를 엮어서 만든
핸들 커버가 씌워져 있었다.
머리를 어깨에 기대고 있으니
재돌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재돌샘이
구슬만 만지작 거리는 것이 거슬렸다.
그래서
나는
재돌샘 손을 덥썩 잡아
깍지를 꼈다.
"전 괜찮아요. 선생님이 옆에 있으면
다 괜찮을 것 같아요."
재돌샘 손은 두꺼워서
내 손가락 사이사이에 꽉 끼었다.
두텁다고 해야 할까.
그만큼이나 푹신했다.
푹신한 솜이불을 한 손으로
한 움큼 움켜진 기분이 들었다.
따뜻했다.
재돌샘은 나와 깍지 낀 손도 놓지 않았다.
게다가
어깨에 기댄 내 머리 위로
재돌샘이 얼굴을 기댔다.
안심이 됐다.
내쳐질 불안감 같은 건 사라지고 없었다.
"진짜 저 보고싶었어요?"
"어~"
재돌샘의 목소리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나는 맞잡은 손을 바라봤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뛰었다.
"저두요."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이러고 있으니까 쌤 얼굴이 안 보여요.
잘생긴 얼굴 봐야하는데~"
나는 배시시 웃었다.
손은 놓지 않았다.
재돌샘은 "참나."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부끄러워 하는 것 같았다.
"얼굴 돌리지 말구, 나 봐요~"
재돌샘이 나를 바라봤다.
'짠'하는 듯이 돌아보며 눈을 크게 번쩍 떠보였다.
그리고 활짝 웃었다.
깍지 낀 손을 살짝 풀더니
손바닥을 마주쳐 짝짝 치며
재돌샘이 이야기했다.
"주말에는 뭐해? 또 집에 있어야 해?"
나는 퍼뜩 해야 할 말이 생각났다.
내가 다시 재돌샘 손을 잡아서 깍지를 꼈다.
"참, 저 모레 서울가요.
사촌동생 방학해서 고모가 애들 좀 봐달래요.
월급도 챙겨준다하니까 가야죠."
재돌샘은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너는 맨날 애만 봐?"
"그냥 방학이니까 서울에 놀러간다 생각하고 가죠.
저 애 잘봐요, 집에 있으면 동생 돌보고
서울가면 볼 애가 둘이나 더 있어요."
"대단하다...
근데 너 언제까지 집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제 집에 가봐야 하지 않아?"
처음에는 책만 받을 생각으로 나왔고,
막상 재돌샘 얼굴 보고 나니까
10분에서 20분 정도 생각했었는데
어느덧 1시간 가까이 시간이 지났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아쉬워요.
집에 가기 싫은데~"
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재돌샘을 올려다 봤다.
재돌샘과 눈을 맞춘 뒤
재돌샘 허벅지 위에,
또 내 손 위로 포개져 있는
재돌샘 손으로 시선을 옮겼다.
잡고 있는 손을 내 쪽으로 당겨서
재돌샘 손 위로 내 반댓손을 올려 포갰다.
꽉 한 번 더 잡았다.
"가기 싫어요오오-"
"그럼 가지 말든가."
나는 재돌샘울 보고 빙긋 미소 지었다.
"그래도 가야죠. 부모님 오기 전에..."
"그래. 그럼 가야지. 출발 한다."
재돌샘은 깍지를 풀고 핸들을 잡았다.
"근데 책 언제까지 읽어야 해요?
언제 다시 드릴까요?"
"언제가 됐든, 니가 다 읽고 나서 말해.
그럼 또 내가 언제든지 올게."
재돌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멋지게 들렸다.
내가 재돌샘과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 흐뭇했다.
나는 입꼬리가 귀에 걸려 내려오지 않았다.
나는 집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 달라고 했다.
"여기서 내려서 걸어 갈게요.
책 갖다 주셔서 감사해요~"
"아냐, 내가 더 고맙지."
재돌샘이 내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얼른 뛰어서 집에 들어갔다.
아직 부모님이 돌아 오시기 전이었다.
'다행이네... 재돌샘이랑 더 있다 올 걸 그랬나.'
이튿 날 나는 재돌샘에게 서울에 간다고 문자했다.
지금 터미널 가는 중이예요
-킴쑤
그렇구나 마중이라도 나가고 싶은데
유체이탈을 하지 않고선
여기서 나가기가.....ㅜ_ㅜ
-김재돌선생님
마중은 기대한 적도 없었다.
아닌가...그래도 방학이니까
가기 전에 혹시나 했는데.
그래,
솔직히 재돌샘 방학이니까
혹시나 서울에 같이 가자고 할 줄 알았는데.
그건 허황된 나만의 달콤한 상상이었다
학교에 출근하는 날이었을 줄이야...
실망한 마음은 고이 접어 넣었다.
그래도 혹시나 서프라이즈로
터미널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마저 앞서 했었다.
그렇게 이야기 해주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아이 이뻐라^^
-킴쑤
선생이 하나 있는데....이~뻐ㅋ
근데 제자가 더 이~뻐ㅋㅋ
-김재돌선생님
손도 잡은 사이면서
여전히 제자라고 불리는 건 싫었다.
나는 안되겠다 싶었다.
서울에 도착 할 때쯤 재돌샘에게 문자가 왔다.
잘 도착했어? 점심은?
-김재돌선생님
휴게소에서 대충 사먹어서 괜찮아요~
-킴쑤
제대루 밥 챙겨먹엇! 음 고모집 가서 먹든
-김재돌선생님
네 알겠어요ㅋㅋ 오라버니는 점심 드셨어요~~?
-킴쑤
나? 요즘 밥보다 좋은 걸 받아 먹고 있어서
키가 다시 자라는 기분이야 잉
-김재돌선생님
재돌샘은 나에게 받아 먹는 사랑으로
키가 크는 모양이었다.
내가 엄청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절로 용기가 솟아났다.
그래서 그 날 저녁
나는 더 이상 재돌샘을
'오라버니'가 아니라
'오빠'라고 부르기로 결심했다.
오빠♡
-킴쑤
누군가에게 "오빠" 소리 천년 만인 듯 하네
심장이 덜컥ㅋ 킴쑤(>∀<●)
-김재돌선생님
재돌샘이 그런 반응을 보여서
기뻤다.
어디서 듣길
한 번 선생님은 영원한 선생님이라해서
내가 괜한 짓을 하나 혼자서 복잡하게
고민만 했었다.
하지만
내가 틀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진작 오빠라고 부를 걸.'
나는 곧바로
폰에 저장된 재돌샘의 이름 '김재돌선생님'을
'재돌오빠'로 수정했다.
드디어
선생님, 제자라는 타이틀을 뗐다.
다음 날, 밤.
남동생ㅋ 그냥 부르고 싶어서...
부른다고 올 건 아니지만
-재돌오빠
'남동생'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 남자 아닌데요?? 저 여자거든요
저 아직 오빠한테 여자 아니예요?
-킴쑤
음 아는데 그렇다고 말하면 미안해져..
그치만 그런데, 그렇지...
-재돌오빠
재돌샘은 여전히.
재돌이 오빠는 여전히.
나를 여자로 인정하기 힘든 것 같았다.
나는 약간
화가 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해서 답장을 하지 않았다.
자는 구나? 네 삶이 네 삶으로
온전히 섰으면 그리고....
일단 좋은 꿈 꾸세
-재돌오빠
저번에도 얘기 했듯이
오빠에게 못다 전한 이야기는
꼭 폰 메모를 켜서 적어내려갔다.
대놓고 이야기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오빠를 놓치기도 싫으니까.
혼자서 하는 고민은
꼭 적어야 머릿속에서 내려놓을 수 있었다.
-2012.01.06 오전 12:53
이쁘다고 하시니까 자꾸 이쁘단 소리를 듣고 싶고, 킴쑤라고 해주면 좋아서 킴쑤라고 불러 주면 좋겠고. 서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고 그런거죠. 맞는거죠. 나는 또 욕심을 부리게 되요. 우리 더 진전할 수 있을까요? 날 여자로 받아주실건가요? 우리 잘 되기 위해선 혹시 임신이 방법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우리 어쩌죠? 제가 26에 애를 낳는다 해도 선생님은 40인 거 알아요? 중학생 될 때 쯤 아니 고등학생이 될 때 쯤엔 환갑이 되는거에요. 와...그렇게까지 생각하니까 둘 중에 하나는 돌아서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둘 중에 하나라도 다른 사람을 만나면 될텐데.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중에
오빠는
오빠라고 부르는 나를 '남동생'이라고 해서
무척이나 심란했던 기억이 있다.
고민은 하면 할 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평소 드라마를 많이 봐왔던 나는
자꾸만 혼자서
드라마 시나리오를 써내려가고 있었던 것 같다.
오빠가 좀 더 확실하게
나를 잡아 주길 바랐다.
내가 하는 짓이 소용 없는 짓으로
끝나지 않길 바랐다.
그 때의
나는 밤마다
어두운 방 안에
휴대폰 불빛에 얼굴을 비추고
심각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메모에 저장을 누르고 나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손에 꼬옥 쥐고 잠이 들었다.
_월요일에 봐요!
@calist님의 아이디어를 빌려왔습니다^^
다음 글의 링크를 달아 둘테니 정주행
에 막힘없이 달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