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6.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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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멋지게 써주신 @kundani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16.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1)

-2012.01.09 오전 12:55
전 아직 어려서 두 분류로 밖에 나눠지지 않아요. 사랑하거나, 그렇지 않거나로요. 그리고 잘 못해요. 사랑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관계를 만드는거요. 특히나 상대방이 좋아한다고 다가와버리면 더더욱 그럴 수 없어요. 전 절 좋아하는 사람을 내칠 마음은 없거든요. 누군가가 절 좋아해준다는 사실을요. 그럼 결론은 저는 오랫동안 두고 볼 관계를 만드는 것이 어렵고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선생님을 .......좋아한다는거죠.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거죠. 심장이 두근거린다는거죠... 우리 14살 차이가 나는데 말이죠? 이런 생각이 들어요. 지금 만약 선생님의 상태를 심각하다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저를 떠나게 된다면 우린 시작한 적도 없지만 이별한 것처럼, 사랑의 이별을 맞이 한 것처럼 슬퍼질 것 같아요. 전 지금 선생님께 사랑을 받으면서 많이 행복하거든요. 행복이란 거 잘 모르겠지만...슬프다는 그것만은 정확하잖아요. 음...선생님이 떠나면 슬플거란 건 확실해요. 그리고 지금 제가 느끼고 있는 이 두근거림이 행복인지는 헷갈리네요. 행복을 정확히 표현할 때도 있지만 행복이 사랑만큼이나 그 표현을 정확히 쓰는 경우가 많지 않거든요.
지금 제 생각은 선생님이 가면 슬플거란 건 확실하기 때문에 지금 제가 느끼는 감정은 ‘행복’이라는거에요! 전 어려서 두 분류 밖에 안되니까 말이죠^^. 이 글을 보여드릴 수 있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오빠라고 부르기 시작한건 16살 차이도 누나라고 부르는 판국에 14살 차이에 오빠라고 부르지 못 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그리고 제가 쓴 일기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구요. 선생님께 제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저라고 다른 사람들이 다 부르는 선생님을 쓰기 싫어서 였어요. 오라버니라고 부른 건 오빠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단계였구요. 선뜻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주시는 것도 좋고 감사해요. 저만의 오빠로 모시려구요. 꼭 애칭으로써의 오빠 말고 친오빠정도도 해주실 수 있잖아요. 연인이 되든 친오빠동생 사이가 되든 우리가 어떻게 되든 오빠라고 부를게요. 오빠♥

늦은 밤,
오빠와 주고 받는 문자가
기분 좋게 끝나면
빠르게 뛰는 심장이 잦아 들 때까지
잠들지 못 했다.

사실 오빠에게 고등학교 때부터
'오빠'라고 했었다.
그게...오빠에게 썼던
수학 일기에 가끔 오빠라고 불렀었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가 듯이
작은 글자로 썼는데
크게 나무라거나 하지 않아서
나중에는 대놓고 오빠라고 크게 적어둔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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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야ㅋㅋㅋㅋㅋ 갑자기 불러 보고 싶어서ㅋㅋ
아까 잠깐 잠들었는데 꿈에서 샘을 봤다는!
샘도.. 웃는 게 너무 괜찮네요 ^^
그러니까 많이 웃어요> <
다른 여자애들...한테는 그렇게 웃으면 안되지마안!ㅋㅋ
이런다-_-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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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T^T 문제도 잘 안 풀리구..
잠와 죽겠어~~~
큰일났어T^T 지수도 풀기 힘든데...
어떡해T^T...
샘 푼 것도 많이 틀렸어요T^T
슬퍼ㅜ...지수도 쉬운 게 아니네요-.

놀랍게도 이 글들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재돌샘을 보여주려고 썼던
수학 일기에 있는 내용이다.

오빠에게 물어봤다.
"내가 고등학교 때 수학 일기에다가 오빠라고 적은 거 생각나? 어땠어?"
"뭘 어때. 그냥 그랬지."
"아니 그런 거 말고. 내가 어떤 거 같았냐고."
"뭘 어떤 거 같기는. 뭐 귀엽다? 그 정도? 넌 원래부터 그런 식으로 하는 애였으니까...그러다 말겠지 싶었지."
"그러다 말겠지?"
"하아...그럼 뭐라고 말해달라고...
제자가 선생님한테 오빠라고 해줘서
좋았다고 말하라는 거야, 뭐야."
"ㅋㅋㅋㅋㅋㅋ미안. 들켰어?ㅋㅋ"

.

.

.

재돌샘은 내 일상 중 큰 부분을 차지했다.
재돌샘과 연락하기 위해서
항상 폰을 가까이 했다.
틈나는 대로 전화도 했었다.
재돌샘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내가 전화할 때도 있었다.

서울 고모 집에서의 4박 5일을 끝내고
내려오던 날에
재돌샘을 만기로 했다.
그런데 도착하기 1시간을 남겨두고
고속도로 위에서 버스가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사고라도 나는 것이 아닌지 불안했다.
재돌샘에게 그 상황을 문자로 보냈더니
전화가 왔다.
"내가 데리러 갈까?"
그런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불안한 마음이
크게 가라앉았다.
"여기가 어딘지 알고 와요~"
하지만 폐를 끼칠 수는 없었다.
어쨌든 그 버스는 원래 도착시간보다 약 2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그래서 그 날 재돌샘을 만나지 못했다.

다음 날 나는 탈이 났다.
뭘 먹고 얹혔는지
하늘이 노랗고 머리도 지끈거렸다.
몸이 아프니까
재돌샘 생각이 더 많이 났다.
아빠가 손을 따주며 나가서 좀 뛰고 오라고 해서
재돌샘에게 전화를 했다.
"오빠~ 보고싶어요."
"나두, 그렇네. 아프지말구."
재돌샘 목소리를 듣는 잠깐은
신기하게도 아픈 것을 잊을 수 있었다.
"오빠 목소리 들으니까 하나도 안 아파요.
오빠가 의산가봐요.^^"

재돌샘에게 문자로만 '오빠'라고 하다가
내 목소리로 재돌샘을 선생님이 아닌
'오빠'라고 부른 건 처음이었다.
선생님을 오빠라고 부르는 건
아찔한 느낌이었다.
하면 안 되는 일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래도 괜찮을까?
재돌샘은 어떻게 반응할까?' 싶어서
더 간드러지게 오빠라고 불렀다.
재돌샘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눈치였다.
문자로는 천 년만에 들어 본다더니
나에게 선생님이 아닌 오빠라는 소릴 들어도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이어갔다.
일부러 더 아무렇지 않게 넘기려는 느낌도 받았다.
그래서 두 번, 세 번 더 오빠라고 불렀다.

나는 재돌샘을 적극적으로 끌어 당겼다.
재돌샘이 망설여도 소용없었다.

가족들과 마트에 갔다가
약간 충돌이 있었다.
동생을 마트 안에 있는 실내 놀이터에 맡겼는데
내가 지켜보고 중이었다.
동생은 다른 친구가 노는 장난감을
당연하다는 듯이 빼앗았다.
그리고 뺏을 수 없으면 울면서 뒤집어졌다.
나는 그 상황이 당혹스럽고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엄마에게 "저건 좀 아니지 않나?"라고 얘기했다가
소리를 들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더 이해하지 못 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억울함과 이해 안되는 부분을
재돌샘에게 문자로 보냈다.
그렇지 않아도 문자를 주고 받던 중이었는데
대화 주제가 가족 이야기로 바꼈다.

가족이란게 족쇄가 되기도
참 모순된 상황을 연출하기도
이성을 마비시키기도 하지만
일단 난 만들고 싶고
나만의 방식으로 꾸리고 싶고 그래ㅋ
-재돌오빠

재돌샘의 이런 문자는
나의 용기를 북돋우게 했다.

그러니까 빨리 결혼을 하시라구요~
-킴쑤

혼자는 안되고 누군가 도와 줘야 한다지
누.군.가 말이야ㅋㅋ
-재돌오빠

내가 더 들이댈 수밖에 없게 만든다.

언제 만나실건데요~ 그 누.군.가를~^^
-킴쑤

언제 만날래?
-재돌오빠

폰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저절로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헛웃음도 났다.
'나 좋아하는 거 맞지?
나한테 마음 있는 거 맞잖아?'라고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이미 나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한테
사귀자고 안 할까.
바로 답장을 할 수가 없었다.
좀 오래 고민한 끝에 답장을 보냈다.

저랑 만나실래요?
-킴쑤

재돌샘은 답장이 없었다.
내가 너무 들이댔다 싶었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면 안됐던 건지
여러 생각들이 스쳤다.
재돌샘의 답장을 기다리느라
약간 신경이 곤두섰다.
기분이 안 좋았다.

재돌샘은 3시간이나 지나서
새벽 1시쯤 문자가 왔다.

참으로 내가 욕심 부린다면 그렇게 되겠지ㅋ
근데 그게 네 청춘을 앗아 버릴까 싶어서
에고 밤이 늦었네 좋은 꿈 꾸고
내일도 밝게 자신있게 힘차게 ____
-재돌오빠

답장이 온 건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렇게 늦게 답장을 해주는 재돌샘이
못마땅했다.
"흥!"
그래서 답장은

바보!
-킴쑤

라고 보냈다.

재돌샘의 문자를 또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내 청춘....내 청춘을 다해서
지금 선생님을 좋아하고 있는건데...
내 청춘보다 나는 선생님이 더 좋은데...'
재돌샘이 나를 배려해준다고 깨닫지도 못한채
나를 밀어내는 것 같은
재돌샘이 미워졌다.

바보맞나봐_______
-재돌오빠

답장을 받고 마음이 좀 풀어지는 것 같았다.
'대체 뭘 얼마나 고민했던거야.
귀여워서 봐준다. 칫.'

_다음편에 계속


@calist님의 아이디어를 빌려왔습니다^^
다음 글의 링크를 달아 둘테니 정주행에 막힘없이 달리세요~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6.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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