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업실 주변을 걷다가 대자보를 보고 멈칫. 벽돌로 공구리쳐진 문 앞의 저 벽은 쫓아내려는 자의 것인가 내몰리지 않으려는 자의 것일까.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곳에 항상 존재하는 것. 벽. 그런데, 항상 걷던 곳인데.. 여기 미용실이 있었던가?

이틀 후. 현수막 대자보가 사라지고 입구를 막고있던 벽돌 벽이 일부 파손되었다. 허물어진 벽 너머로 또다른 벽이 보인다. 합의에 의해 해체하고 있는 중일까 혹은 집행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것일까. 나는 더이상 궁금해하지 않고 갈 길을 간다.

또 5일 후. 결국 관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슬픔도 없다. 꿈인가 싶다. 매일 밤 반복되는 데자뷰. 그래서 이제는 무감각해진, 다시 이어폰을 꽂고 지나칠 수 있게 된 도시의 악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