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이어 "영어 듣기 실력 향상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 중이다. 어떻게 하면 영어가 잘 들릴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영어가 안 들리는 이유를 알면 영어 듣기 실력을 높일 수 있다. 이번 편에서는 영어가 잘 안 들리는 이유에 대해서 좀 더 파헤쳐보겠다.

지난 글에서는 영어가 안 들리는 큰 이유들에 대해서 알아봤다. 첫째, 아는 단어와 배경지식이 별로 없기 때문에. 둘째, 우리말 발음과 영어 발음이 다르고, 영어에서는 강세가 중요하기 때문에. 셋째, 이미 우리말화 된 영어 단어에 익숙해져서.
특히 두 번째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r, th, f뿐만 아니라 쉽다고 생각하는 L이나 B도 우리말 발음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걸 설명했다. 그런데 오늘은 알파벳 하나나 단어 하나의 발음이 아니라, 한 문장 안에서 단어와 단어가 만났을 때 들리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3살 꼬마가 아닌 이상 영어로 얘기를 할 때는 단어 하나로 의사소통을 하지는 않는다. 모두가 문장으로 말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단어와 단어가 문장에서 만났을 때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연음 현상"이 일어나서 영어가 잘 안 들린다는 거다.
오늘 이 시간에는 문장 안에서 단어와 단어가 만났을 때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진 발음 특징 네 가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1. 발음하기 쉽게 줄어든다 – 알러뷰와 어소세요
내가 어렸을 때는 영어 선행학습이 별로 없었다. 초등학교 때는 기껏해야 dog, cat 등의 쉬운 단어들만 배웠고, 본격적인 영어 공부는 중학교에 가서 했다. 중학교에 가면 영어가 어려워진다며 6학년 졸업한 겨울 방학 때 알파벳 소문자를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배우는 요즘과는 하늘과 땅 차이. 하지만 저 그렇게 나이 많은 사람 아니에요. 믿어주세요. ㅠ.ㅠ
아무튼, 중학교에 가서 ‘아이 러브 유(I love you)’라는 문장을 배웠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어쩌면 내가 무식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_-;; 나는 그때까지 ‘사랑한다’는 뜻의 ‘알러뷰’라는 단어가 따로 있는 줄 알았다. 그게 단어 하나가 아니라 I love you(아이 러브 유)라는 문장을 빨리 발음한 것이었다는 사실은 꽤 충격적이었다. 어린 내게는 [아이 러브 유]와 [알러뷰]는 다른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영어로 말할 때 (우리말도 마찬가지지만) 단어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발음하는 게 아니라, 빨리 촤르륵~ 말한다는 걸 미처 인지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다.
이렇듯 단어와 단어가 만났을 때는 발음하기 쉽게 발음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 실생활 대화에 자주 쓰이는 문구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 발음들에 익숙해져야 영어 듣기가 잘 된다. 이건 우리말도 마찬가지다. 가게에 들어서면 종업원이 활기차게 “어서옵쇼~”라고 하거나, “어소세요~”라고 인사한다. 어느 누구도 로봇처럼 “어. 서. 오. 십. 시. 오.”라거나 “어. 서. 오. 세. 요.”라고 인사하지 않는다. 너무 익숙해서 우리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우리말도 알게 모르게 줄여서 발음되는 일이 많다.
1) 자주 쓰이는 회화 표현 중에는 줄어든 것이 많다.
I want to [아이 원트 투]=> I wanna [아 워너]
난 ~하고 싶어.
I’m going to [아임 고잉 투] => I’m gonna [암 고너]
난 ~할 거야.
I’ve got to [아이브 갓 투] => I’ve gotta [아ㅂ 가러]
난 ~해야 해.
위 표현들은 실생활에서 워낙에 자주 쓰이는 문장들이라 마치 "어서 오세요"가 "어소세요"로 발음되듯, 줄여서 발음되는 경우가 많다. [원트 투]는 [워너]로, [고잉 투]는 [고너] 혹은 [거너]로, [해브 갓투]나 [ㅂ갓 투]는 [ㅂ가러]나 [가러]로 바뀌어서 발음된다. 덧붙여서 I [아이]가 [아]로 줄여서 발음되는 것도 흔한 일이다.
2) 발음이 같거나 비슷하다면 발음을 한 번만 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d와 t가 연이어 나오면 둘 다 발음하는 게 아니라, 앞에 나온 발음은 생략하고 바로 뒤에 나오는 발음만 해준다.
I need to [아이 니드 투]=> [아 니-투]
~해야 해.
I decide to [아이 디싸이드 투] => [아 디싸이 투]
~하기로 했어.
I agreed to [아이 어그리드 투] => [아 어그리 투]
~라는 데 동의했어.
이 마지막 문장의 경우, I agree to(동의한다)와 I agreed to(동의했다)의 발음은 거의 비슷해서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하지 않으면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다. (사실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즉, 발음만 듣고서는 현재인지 과거인지 구분을 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지금 동의하고 있는 건지, 과거에 동의했다는 건지는 앞뒤 문장들과 상황을 봐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발음만 듣고는 무슨 뜻인지 모른다. 앞뒤 문맥을 봐야 한다."라고 하면 으레 겁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 확연히 구분할 수 없는데 어떻게 문맥으로 알아봐요? 하면서. 자, 그런 사람들은 아래 문장을 소리 내어 읽어보자.
나만을 사랑한다 했잖아~.
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누구나 사랑고백을 한다고 생각할 거다. 게 중엔 "너만 바라보게 했잖아~"라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람도 일부 있을 거고. 그렇다면 아래 문장도 읽어보자.
나 마늘 사랑한다 했잖아. 고기 구울 땐 마늘 좀 아끼지 말고 듬뿍 넣어줘.
두 문장 모두 발음은 똑같다. 하지만 저 말을 하는 상황에서 두 문장을 헷갈려할 사람은 (적어도 한국인 중에는) 없을 거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단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한 문장을 다른 문장으로 오해하는 일은 드물다. 그 문장이 나온 맥락을 모두 이해한다면.
나 마늘 사랑한다 했잖아~. 너만 바라보게 했잖아~.
3) 단어 끝이 자음으로 끝나는데 바로 뒤에 (특히 s처럼 강한 발음을 가진) 자음이 나올 경우, 앞 단어의 끝 자음을 발음하지 않고 바로 뒷 단어의 자음만 발음해주기도 한다.
I found some great place. [아이 파운드 썸 그레이트 플레이스] => [아 파운 썸 그레잍 플레이스]
멋진 곳을 찾아냈어.
We went there, too. [위 웬트 데얼 투] => [위 웬/ 데얼 투]
우리도 거기 갔었어.
I want some cookies. [아이 원트 썸 쿠키스] => [아 원 썸 쿠키스]
나 쿠키 먹고 싶은데.
위에서 보다시피 두 개의 자음이 충돌할 경우 뒤에 강한 발음을 가진 자음이 나오면 앞에 있는 자음은 발음을 하지 않고 넘어간다. 그래서 [파운드 썸]은 [파운 썸]이 됐고, [웬트 데얼]은 [웬/데얼], [원트 썸]은 [원썸]이 됐다.
went의 바로 뒤에 발음이 강한 자음이 나올 경우 끝 자음인 t는 아예 발음이 없어지진 않고, 끝에 t가 있었다는 걸 나타내기 위해 살짝 숨을 멈추듯 발음해준다. 즉, [웬트]도 아니고, [웬]도 아니고, [웬/]가 된다. 글로 설명하기엔 약간 한계가 있지만, 뭔가 목에 걸린 듯이 혹은 숨이 막힌 듯이 '흨!'하고 멈춰주는 발음이다. 이 발음이 어렵다면 그냥 [웬]으로 발음하고 넘어가도 큰 무리는 없다. 하긴, 우리가 언제부터 발음에 이렇게 목을 맸다고.. ^^;;
2. 앞 단어의 끝과 뒷 단어의 앞이 만나 하나로 발음된다. 때로는 전혀 새로운 발음이 탄생하기도 한다.
영화 ‘보디가드’의 OST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 ‘I will always love you’는 ‘웬 다이아~’라는 발음으로 많은 개그맨들에게 단골 소재가 되기도 했다. 노래 가사 중 And I를 [앤드 아이]라고 발음하지 않고 이어 붙여서 [앤다이]라고 발음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앞 단어와 뒷 단어를 연결해서 발음하는 것을 연음이라고 한다.
여기에서는 두 단어가 만나 연음이 될 때 전혀 새로운 발음으로 변하는 경우를 알아보자.
1) t와 y가 만나 [ㅊ]이 되는 경우
I want you. [아이 원트 유] => [아 원츄]
널 원해.
I hate you. [아이 헤이트 유] => [아 헤이츄]
네가 싫어.
I got you something. [아이 갓 유 썸씽] => [아 가츄 썸띵]
너한테 뭐 줄 게 있어. 너 주려고 뭘 가져왔어.
알러뷰! 아원츄! 아헤이츄! 아, 내 맘을 나도 모르겠어.
2) d와 y가 만나 [ㅈ]이 되는 경우
Would you like something to drink? [우드유 라이크 썸씽 투 드링크?] => [우쥬 라잌 썸띵 투 드링ㅋ?]
뭐 마실 것 좀 드릴까요?
I need you. [아이 니드 유] => [아 니쥬]
네가 필요해.
I found you. [아이 파운드 유] => [아 파운쥬]
너 찾았다!
3) s와 y가 만나 [슈]가 되는 경우 (이때의 [슈]는 그냥 'ㅅ(s)'이 아니라, she 발음할 때의 sh와 같다)
I guess you’re right. [아이 게스 유어 롸잇] => [아 게슈어 롸잍]
네 말이 맞는 거 같아.
I miss you. [아이 미쓰 유] => [아 미슈]
네가 그리워.
I want to kiss you. [아 워너 키쓰 유] => [아 워너 키슈]
너한테 키스하고 싶어.
헥헥. 이 외에도 더 있지만, 일단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자.
그 다음 3번!을 해야 하는데 오늘도 글이 길어졌네요. 문장 안에서 단어와 단어가 만났을 때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진 발음 특징 네 가지 중 2개 밖에 못 다뤘습니다. 3번과 4번은 다음 편에 알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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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의 영어 이야기] #01. 영어를 잘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불이의 영어 이야기] #03. 문법, 나만 어려운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