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의 영어 이야기] #01. 영어를 잘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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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starting a new series about "How to study English". But before I talk about "how", today I'd like to talk about "why". Why do we study English? English is not a purpose but a means. If you don't know what you want to do with English, you'll likely lose interest in studying it. So today I'm asking you, "Why do you want to study English?"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우선 꼭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영어를 왜 잘하고 싶은가? 영어를 잘한다는 건 무슨 뜻인가?

예전 한참 산아제한 정책을 펼칠 때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표어가 있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그런데 영어도 마찬가지다. 물론 덮어놓고 영어공부만 한다고 거지꼴이 되진 않겠지만, 적어도 극심한 회의감과 지겨움, 지긋지긋함은 못 면할 것이다.

그러니 영어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스스로에게 꼭 물어보자. 나는 왜 영어를 잘하고 싶은 걸까? 영어를 잘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영어를 잘하고 싶어요


사람들은 모두 영어를 잘하고 싶어 한다.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면 부러워하고, 몇 년을 공부해도 늘지 않는 영어실력에 비관하기도 한다. 영어 책이나 학원에 쏟아부은 돈만 해도 꽤 될 것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영어를 잘하고 싶어 할까?

아니, 질문이 잘못됐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를 잘 하는 건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영어를 잘하면 성적도 잘 받고, 취직도 잘 되고, 세계 어디를 가든 큰 무리 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 주지는 못해도, 든든한 발판이나 도약판이 되어줄 수는 있다. 그러니 영어를 잘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하다. 여기에서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은 바로 이거다. '영어를 잘 한다'는 게 과연 뭘까?

일단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낸 사람은 제외해보자.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교육을 받은 사람들 중에 "나 영어 잘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토익 시험을 900점 이상 받아도 막상 미국 사람을 만났을 때 떨려서 말문이 막힌다면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인과 무리 없이 영어를 하면서도 발음이 토종 한국식이면 역시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한다. 발음은 유창한 버터 발음인데, 문법엔 영 젬병이어서 시험영어에서 늘 낙방을 하면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영어를 잘한다'는 기준이 무엇인가.


모두의 기준이 같을 수는 없다. 모두의 기준이 이렇게 높을 필요도 없다


자, 여기에 중요한 단어가 나왔다. 바로 '기준'이다. 사람들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영어가 필요한 기준이 있을 것이고, 그 기준만 만족시키면 영어를 잘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에 여행 나갔을 때 불편함 없이 호텔 예약을 하고 싶은 사람, 생활회화를 익히고 싶은 사람, 외국에 유학을 가서 두꺼운 전공서적을 원서로 읽고 영어로 리포트 쓸 일이 많은 사람, 외국인과 비즈니스 회의를 할 일이 많은 사람, 영화를 좋아해서 자막 없이 외국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 각자의 목표와 기준에 맞춰 영어를 공부하면 되는 것이고, 그 기준에 도달했다면 그 사람은 영어를 잘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회화, 문법, 독해, 발음 등에 있어서 한치도 틀리지 않는 완벽한 영어'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과연 우리 모두가 이런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이건 마치 달리기를 하려면 모두 42.195km를 뛰어야 하고, 헬스클럽에 다니면 모두 애플 힙과 식스팩을 가져야 하고, 집에서 칼국수를 한번 해 먹으려면 며느리도 모르는 비법을 가졌다는 30년 전통 칼국수집만큼의 맛을 내야 한다는 강박에 가깝다. 모두의 기준이 같을 수는 없다. 모두의 기준이 이렇게 높을 필요도 없다.

예전에는 나도 완벽한 영어를 구사해야 영어를 잘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발음도 원어민처럼 해야 하고, 문법도 다 맞아야 하고, 외국인 앞에서도 떨지 않고 쏼라쏼라 해야 영어를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가 원어민이거나 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아닌 이상, 이렇게 완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각자 자신에 맞는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맞춰가는 것이 영어를 잘 하는 거라 생각한다. 내 모자란 영어 실력을 변명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I hate English!! 영어 공부 너무 싫어!! 어려워!!


짐작하고 있었겠지만, 내 영어는 완벽하지 않다


스팀잇에서 영어 강좌 글을 올리고는 있지만 여기에서 고백하건대, 내 영어는 완벽하지 않다. 몇 시간에 걸쳐 영어로 글을 쓰고 퇴고를 해도 다음날 살펴보면 문법적 오류가 눈에 띄기도 하고, 외국인과 얘기를 할 때 단어가 생각이 안 나 버벅거리기도 하고 콩글리쉬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영어로 말을 하면서도 머리 속에서는 "뭐야! 문법이 틀렸잖아!"하고 태클을 거는 소리가 들린다.

만일 "영어로 동시통역하기"나 에릭 남처럼 "영어로 인터뷰하기"가 기준이라면 난 영어를 못한다. 영어로 들은 문장을 그 자리에서 매끄럽게 우리말로 푸는 능력이 내게는 없다. 또한 돌발상황이 많은 인터뷰를 영어로 진행하는 것도 내게는 힘든 일이다. 사실 영어든 우리말이든 말은 잘 못한다. 그러나 "내가 아는 영어를 재미있게 글로 풀어쓰기"가 기준이라면 난 영어를 잘한다. 아무래도 글로 쓸 때는 여러 번 퇴고도 거치고, 모르는 정보도 더 찾아볼 수 있으니까 내 약점을 줄이고, 글을 잘 쓰는 장점을 더욱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다 원어민이 될 필요는 없다


외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아무리 오래 공부해도 발음, 문법, 회화, 독해 모든 분야에 걸쳐 완벽해지긴 어렵다. 가능하긴 하지만 무척 어렵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그 어려운 일을 모두가 다 해낼 필요는 없다. 수십 년 넘게 우리말을 읽고 써오면서도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틀리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 우리말도 이럴진대 외국어를, 기껏해야 하루 한두 시간 공부하면서 완벽하길 바라는 건 무리가 아닐까? 평생토록 우리말을 해오고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 사람 모두가 연설의 달인이거나 토론의 귀재는 아니다. 우리말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청산유수로 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영어만 공부하면 모두 쏼라쏼라 막힘없이 말할 거라고 기대하는 것일까?

무조건 "영어를 잘하고 싶어요"하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좌절하고, 영어가 안 들리면 슬퍼하고, 말문이 막히면 "난 안 되나 봐"하며 머리를 쥐어뜯지 말고, 영어를 왜 공부하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목표와 기준을 세우자. 우린 그것만 달성하면 된다. 온 국민이 다 원어민이 될 필요는 없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영어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영어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한 시간씩 줄 서서 먹는다는 맛집 칼국수만큼은 못하더라도 약간의 정성과 노력을 들이면 집에서도 충분히 맛있는 칼국수를 끓여먹을 수 있다. 자신만의 목표와 기준을 세우고, 그에 맞는 방법으로 꾸준히 공부를 한다면 여러분도 충분히 맛있는 영어 칼국수를 끓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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