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세월 가면/cjsdns
엊그제 봄처녀
아줌마 되어 가을걷이한다.
나물 캐세요?
봄처녀 되셨네요, 사진 한 장 찍을게요.
너무 보기 좋습니다.
그렇게 봄인가 했더니
덥다 소리 몇 번에
찬바람 휑하니 불어온다.
쭉정이처럼 늙어버린
희끗한 청춘이
황금들판 부럽지 않은
누런 들깨밭에서 흥얼댄다.
인생 별거냐
세월 따라 흘러가다
떠나면 되는 거지
천국이 따로 있냐
맘 편하면 천국이지
내가 지은 농사 내가 다 먹더냐
욕심 낸다고 천년만년 산다더냐
이렇게 세월 가면
세월 따라가는 거지
봄바람이면 어떻고
가을바람이면 어떠냐
부는 바람이 내 맘 따라 불더냐
세월 가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왔다고 가는 거지
안 왔는데 간다더냐
봄처녀 할망구 되고 싶어 됐다더냐
세월에 속다 보면
이렇게 세월 가면 넌들 별수 있냐
봄은 가고 덥다 덥다 몇 마디에
찬바람 불어온다.
이렇게 세월 가면 세월 따라간다네
어느새 가을바람
어느새 가을바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