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아침부터 생쑈, 보안은 캡스, 멘붕, 이름을 적어놓자, 카페인 결핍증, 경험과 연륜

어제 이사후 첫날. 아침부터 생쑈를 했다. 그러니까,,, 내가 늘 사무실에 1등으로 출근하는 편이라... (난 학창시절에도 늘 1등으로 등교를 했다.) 아직 네트워크 공사가 안 돼서 지문인식이 안 된다고 4장 있는 카드의 주인으로 당첨이 됐다. 1등으로 출근할 사람에게 카드를 준 것. 사장1장 연구소장 1장, 1등으로 출근할 사람 2명에게 1장씩. 아~~ 이거 은근 부담. 그래서,,, 전전날 1시간 잔 나는 3시간만 자고 7시30분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출근하고 컴을 켜고, 온풍기를 모두 켜고(잘 돌아가는지 확인하려고) 자리에 앉았는데 배가 아픈 것이다. 그래서 화장실에 갔다. 전 사무실은 좀 고급진 편이라 사무실 내에 화장실 공간이 따로 있었는데,,, 그러니까 단독 화장실이었는데,,, 이사온 건물은 오래된 건물이라 층에 하나 있는 공용 화장실이었다. 난 그걸 생각하지 못했다. 역시 사람은 머리가 멍청하면 몸이 고생한다.

화장실에서 일을 본 후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헐... 멘붕... 키가 가방에... ㅠㅠ 이럴수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는것이다. 전날 휴일임에도 이사를 했다고 이례적으로 10시 출근인 어제. 난 7시 30분에 출근했고, 사람들은 10시에나 올 참인데,,, 그러니까 키를 가지고 있는 세 사람은 적어도 9시 30분은 돼야 나올 것인데,,, 난 경비업체에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원격으로 문을 열어줄 수는 있는데,,, 대표자 이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난 사장님 이름을 댔지만 대표자 이름이 아니란다. 으잉? 뭐라고? 결국 직원들 이름을 하나씩 모두 댔지만 대표자 이름이 아니라고 문을 열어줄 수 없다는 것. 이거 뭐야. 난 여기 입사한 지 3년이고 직원들 이름 몽땅 알 정도면 신분이 확실한 거 아니야? 다시 전화했다. 가방이 안에 있으니 문만 열어주면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겠다. 그래도 못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난 다시 전화했다. 사람을 보내줘라. 문을 열어주면 내 신분증은 물론 내가 이 회사 직원이라는 걸 모두 증명하겠다. 어제 이사왔다. 화장실에 가면 문이 잠길 거라는 걸 모르고 키를 두고 나왔다. 그래도 안 된단다. 대단한 캡스. 캡스 멋져부러, 짱이야. 캡스의 보안은 믿을만하다. ㅠㅠ 그래 졸라게 믿을만하군. 안 열어준단다. 방법이 없다. 적어도 두 시간은 기다려야 하는 것.

난 전전날 1시간, 전날 3시간 자서 매우 졸린 상태였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회사 문앞에 드러누워 자버렸다. 바닥이 차가웠다. 얼마나 잤을까... 전화가 왔다. 캡스 직원이라는 남자. 어디 계시냐고. '저 회사 문앞에서 드러누어 자고 있어요.' '금방 갈게요.' 온단다. 직원이 온단다. ㅠㅠ 그렇게 10분인가 지나서 직원이 왔고 문을 열어주고는 내 신분을 확인하고 갔다. 멋진 캡스다. 보안은 캡스. 내가 회사 직원인 걸 유선으로는 증명할 수 없는 캡스. 멋져부러. 3년이나 다녔는데 유선으론 증명할 수 없다. 대단한 캡스. 멋진 캡스. 짱이야. 멋진 보안이야.

사무실 이사를 하면서 여름 방석을 잃어버렸다. 직원을 둘러 나눠서 반은 이사갈 회사로 반은 이사전 회사로 출근했는데,,, 전 회사로 출근한 직원들이 내 방석을 버린 것 같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본 사람이 없다고만 한다. 버렸군. ㅠㅠ 내 여름방석 ㅠㅠ 난 겨울방석을 깔고 앉았다. 참, 지금 겨울이지. 그런데 어색하다. 난 1년내내 여름방석을 쓰는데. ㅠㅠ 내가 거기에 땀이 많이 차는 편이라,,, 겨울에도 여름방석을 쓰는지라... 거기가 어디냐고? 대답하기 곤란하다. 방석에 앉으면 닿는 곳이다. 새로 사야지 뭐. ㅠㅠ

이사하면서 커피메이트도 버렸단다. 새로 사려고. 아~~ 커피. ㅠㅠ 난 커피 없으면 일 못하는데,,, ㅠㅠ 결국 어젠 하루가 멍했다. 대충 계산해보니 캡스 직원이 온 게 9시 10분쯤이었고 나는 1시간 정도 회사 입구 바닥에 드러누워 잤던 것 같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이인간 뭐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경비실에 연락한 사람이 없다는 게 고맙다(?) 새로 이사온 회사 앞에 한 시간 정도 드러누워 자는 걸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다 봤을 텐데 누구 하나 깨우지 않았고 누구 하나 경비실에 연락하지 않았다. 매우 고맙다. 덕분에 꿀잠 잤다. 바닥이 더럽게 차갑더라.

이사를 하니 저마다 잃어버린 물건들 하소연이다. 박스에 자기 이름을 적어놔야 하는데, 물건 이름을 적어놓은 경우가 잃어버린 경우다. 이름이 안 적힌 박스는 몽땅 창고로 들어갔는데, 창고에 물건이 어마어마하다. 본인 잘못이지 뭐. 박스 안에 뭐가 들었는지 적어둔 건 잘한 거지만 본인 이름도 적어놨어야지. 그런 박스가 한둘이 아니었다. 자기 물건이 아니면 그 안에 들은 물건으로는 누구건지 알 수가 없지 않은가. 나도 짐 나르면서 이름 없는건 모조리 창고에 넣었다. 주인이 알아서 찾아가겠지.

여기서 팁. 사무실 이사할 땐, 무조건 박스에 자기 이름 적어야 한다.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름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회사 와서 이사를 두 번이나 해보니... 더욱 확실히 알겠다. 연륜은 속이지 못하는 것. 이사할 때 가장 열심히 일한 사람은 나이순이었다. 역시 나이 많은 사람이 가장 열심히 일했고 어린 애들은 우왕좌왕이었다. 뭘 해야할지 몰라 자기 자리나 정리하는 정도였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모든 걸 했다. 그러니까 공용 공간은 대부분 나이많은 사람들이 옮기고 정리했으며 어린애들은 자기 자리만 정리하고 앉아 있더라. 너무 보기 않좋았는데,,, 뭐,,, 이사 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러려니 했다. 이사 많이 해본 나이 많은 사람이 가장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 나이(경험)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경험해본 사람아 안 해본 사람은 완전하게 다르다. 아니 완벽하게 다르다는 표현이 맞겠다. 절대 알 수 없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로, 절대로 알 수 없다. 그래서 부모가 돼보지 않으면 어른이 안 된다는 말이 진리인 것이다. 아빠가, 엄마가 돼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어른이 될 수 없다. 평생 애다.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노처녀라서 히스테리 부리는 게 아니라,,, 엄마가 안 돼봐서 모르는 것이다. 엄마를 해본 사람과 엄마를 안 해본 사람은 완벽하게 다르다. 캡스에서 나랑 세 번이나 통화한 사람은 엄마를 안 해본 사람이고, 문을 열어준 아저씨는 아빠를 해본 사람이라고 보면 적당한 비유일 것이다. 멋진 캡스.

질문.
만약,,, 어제의 저처럼... 7시 30분에 문은 잠겨있고, 키는 안에 있고, 캡스에선 문을 안 열어주는 상황에, 2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전전날 1시간 전날 3시간 자서 졸려 죽겠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저는 그냥 누워서 자버렸는데,,,,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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