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이야기] #감성 : 산책과 이웃


# 동네 한바퀴

요즘 동네 한바퀴 산책을 옆분과 매일 하고 있습니다. 오늘 낮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어라 저기 새건물이 올라가고 있네 등 평범한 일들을 함께 걸으면서 얘기하는 재미가 은근 새롭더라구요.

작년에 이사온 이곳은 한참 아파트 단지들이 완공되며 입주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확실히 유동인구가 증가하고 있음이 산책길에 마주치는 멍뭉이들이 많아지고, 다양한 상가임대 현수막을 볼때마다 실감이 납니다.

산책.jpg
출처:pixabay

오늘도 쫑알쫑알 즐겁게 한바퀴돌고 들어오다 새로생긴 커피숍에서 테이크아웃을 1+1로 하고 있는데, 중딩으로 보이는 한무리의 여중생들이 슬리퍼를 단체로 신은채 터벅터벅 지나가더군요.

농담처럼 요즘 한참 무서울 시기의 분들이시다~ 조심하자규! ㅋㅋ 이러고 다시 길을 가고 있는데, 저기 앞에서 갑자기 맨 끝의 보라색 아이가 다먹은 롯데리아 쉐이크 컵 통을 아파트 단지 나무와 돌사이에 쓱~ 버리고 갔습니다.

그걸본 옆분이, 어허~ 다먹고 이런데 버리면 되는가~ 하면서(순간 영감님인줄) 그걸 다시 집어서 왼손에는 테이크아웃 커피, 오른손에는 그 아이 쓰레기를 든채 아이들 한가운데로 걸어갔습니다.(참고로 옆분은 키가 180이 넘고 어깨도 좀 넓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이 자기들이 안버렸다고 하더군요. 옆분은 한손에 그걸 든채로 걸어가시며 저~기 보라색이 버리던데?! 하면서 함께 그냥 지나쳐갔습니다. 아구~ㅋㅋ

근데 그 보라색 아이(다드시고 마스크를 하심)는 괜히 옆에 친구에게 뭐~! 뭐~! 하며 되려 큰소리를 내더군요. 순간 저는 약간 울컥한 느낌이 들었지만 옆분이 유유히 아이들 옆으로 걸어가길래 함께 그냥 걸어 갔습니다.

아니 그걸 애한테 다시 전해주던가, 뭐라 한마디 제대로 하던가, 아님 걍 지나치던가, 왜 그걸 자기가 굳이 주워서 그렇게 온거야? 했더니, 그냥 어른으로서, 그렇게 버리면 안된다는걸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답니다...

그렇게 집앞에 다와서 쓰레기통에 버리는걸 보는데 왠지 성이 나더라구요, 그걸 눈치챘는지, 괜찮아~ 아직 철없는 때잖아하면서 함께 단지내 한바퀴를 추가로 더돌고, 이제 엘리베이터를 딱 타려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아까 그 무리 중 한명인듯한 흰색 슬리퍼 아이 한명이 타는겁니다. ㅋㅋㅋ

우리 둘과 그아이 한명, 우리는 24층 그아이는 12층을 눌렀습니다. ㅋㅋ 뭐가 그리 바쁜지 핸폰으로 문자를 막 하는 듯하더라구요. 문득, 애들도 우리가 이렇게 하면 뭐 느끼는게 있겠지~라며 옆분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12층이 열리고, 그 아이(보라색아닌 무리 중 한명)는 수줍은 듯 살짝 고개도 숙이며 우리 둘에게 안녕히가세요~라고 세상 친절히 인사하며 내렸습니다. 엘베가 닫히는 순간 우리둘은 그냥 웃음이 터져서.. ^^

야~ 그래도 착하게 인사하네~ 하고 옆에서 말하니, 저는 같은 라인에 살거라고는 생각 못했겠지. 매일 마주칠 수도 있으니 인사한걸꺼야 했습니다. ㅋㅋ

옆분은, 그냥 본능적으로 알꺼야~ 친구지만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걸.. 그래서 그냥 뻘쭘해서 인사더 잘한거 같은데?하더군요. 암튼 세상은, 특히 동네는 더더욱 좁았습니다.

어쩌면 우리 동네에도 스팀계 이웃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언젠가는 마주칠 수도 있는 먼듯 가까운 관계의 사람들, 그래서 더 재미진 것도 같고, 잘 살아가야 겠다는 생각이 함께 듭니다.

모두들 편안한 휴일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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