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 가는 길을 걸으며-순간을 영원으로(#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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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 차 들린 강원도 인제. 여기까지 온 김에 백담사를 들려보기로 했다. 이른 아침이라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다. 함께 간 우리 일행은 운동 삼아 지리산 들머리에서 백담사까지 걷기로 했다. 시간으로 치면 한 시간 반 거리. 두어 시간 여유니 내려올 때는 첫 버스를 타기로.

이른 시간이라 등산객도 거의 없다. 우리만의 고요한 시간.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계곡 바위도 보고, 길가 들꽃도 관찰하면서.

우리 부부는 이 곳에 와본지 꽤나 오래다. 지난 기억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덕분에 완전히 새로운 맛을 느낀다.

계곡 물은 맑고, 돌과 바위들이 흰빛이서 이채롭다. 그래서 백담사인가? 알고 보니 연못이 백 개여서 백담사란다. 그저 바위와 못만 바라보고 걸어도 지겹지가 않을 정도로 다채로운 모습이다. 바위 하나는 마치 설악산 계곡 지킴이라도 되는 듯 독특한 모습이다.

길가에는 이미 진달래가 핀다. 이름 모를 들꽃을 만나면 즉석에서 ‘모야모’라는 앱을 통해 물어보니 금방 답을 준다. 바위틈에 솟아나며 피어나는 꽃. 알아보니 돌단풍이란다. 돌단풍의 생명력도 신비롭지만 이렇게 인터넷과 앱이 발달한 문명도 나로서는 참 신비롭다.

백담사까지 가는 길에 내 눈에 가장 뜨인 건 축대다. 봄에는 바위가 잘 굴러 떨어진다. 겨우내 얼었다가 녹으면서 바위들이 잘 갈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축대를 새로 쌓은 모습이 아름답다. 더 재미난 것은 축대마다 쌓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오래 전에 쌓은 축대를 먼저 보자. 여기 냇가에서 주운 호박돌로 사람이 쉽게 옮길 수 있는 크기다. 길가 축대는 크게 공들이지 않고 산이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 쌓아놓은 모습. 이끼가 끼어 세월을 말해준다. 여기 견주어 백담사 축대는 한결 정성스럽게 쌓은 모습이다.

요즘 축대는 조금 다르다. 건축 장비도 좋고, 축대를 쌓는 기술도 발달했으며, 장인들의 미적 감각도 특별하다. 포클레인이라는 장비로 큰 돌을 들면, 돌 쌓는 장인이 자리를 잡아쌓는다. 큰 돌과 돌 사이는 다시 작은 돌로 쐐기 박듯이 박는다. 그래야 힘이 있어 밀려나거나 허물어지지 않는다.

다음 사진은 보다시피 깔끔하고 정갈한 축대다. 한 눈에 봐도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쌓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돌마다 다 다른 모습을 그대로 살린다. 이게 꽤나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마지막 마무리는 가지런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길면과 축대 위와 옆면. 여기 축대는 맨 위를 시멘트로 마감했는데 시멘트가 나오기도 전에는 돌로 마감을 했다.

이렇게 축대마다 다르게 쌓았기에 길을 걸으면서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게다가 돌이란 그 하나하나가 다 다른 모습이 아닌가. 다 다른 돌, 다 다른 축대, 다 다른 모양...다 다르기에 더 아름답다고 할까. 다 다르기에 고유한 빛이 난다.

그러다가 만난 철망. 위에서 돌이나 바위가 떨어지지 않게 강인한 철사로 바위 전체를 감쌌다. 자연에 걸맞지 않는다고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이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자연을 크게 파괴하지 않고 문명과 자연이 공존하는 것도 지혜이자 나름 예술이 아닐까.

봄이면 바위들이 한 번씩 들고일어나는 데 제발 화만은 푸시라는 사람들의 바람이 이 철망에 담겼으니 말이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백담’은 더 많은 뜻을 담는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겠다. 여기서 ‘백’은 숫자에 연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많다는 뜻이리라. 계곡 따라 연못이 많고, 대부분 흰빛으로 장엄하며, 이제는 굽이굽이 돌로 쌓은 담마저 많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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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사 가는 길을 걸으며-순간을 영원으로(#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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