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행] ‘사람 여행’-순간을 영원으로(#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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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여행이란 삶의 영감을 얻는 데 있다. 단순히 눈으로만 즐기는 여행은 크게 흥미가 없다. 이제는 인터넷이 발달해서 웬만한 여행지는 현장에 있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왜냐하면 여행객들마다 최고의 순간을 올리기 때문이다. 막상 현장에 가보면 그런 장면을 그 자리에서 다시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제는 여행도 다양한 주제로 갈래가 뻗어간다. 그런 점에서는 나는 ‘사람 여행’이란 말을 가끔 쓴다. 설사 외국을 나가더라도 경치를 보는 것보다 현지인들과 만나서 삶을 나누는 걸 더 좋아한다.

‘사람 여행’이란 나 아닌 누군가를 만나 그 사람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웃도 가능하다. 심지어 손님이나 가족도 가능하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사람은 내가 가끔 가는 치과의 선생님이다. 보통 사람들은 치과 가기를 꺼린다. 진료에 따른 고통은 물론이요, 혹시나 예상보다 더 큰 치료를 해야 한다는 두려움을 갖는다. 또는 진료에 대한 불신도 없지 않다. 혹시나 안 해도 되는 치료를 해서 덤터기를 쓰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

하지만 나는 치과를 가고 싶다. 언제나 반가이 맞아주고, 솔직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해주시는 선생님이 있기 때문이다.

이 선생님과 인연은 제법 오래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임플란트를 반대한다. 부모님이 물려준 이빨을 소중하게 잘 쓰다가 빠지면 틀니 정도 하기를 권장한다. 되도록 이빨에 손을 적게 댄다. 그러니 믿음이 갈 수밖에.

이거 말고도 내가 치과를 갈 때마다 좋은 정보와 상식을 알려준다. 되도록 양손으로 이빨을 닦아라. ‘꼭꼭’ 씹으면 이빨에 무리가 가니까 ‘꼭꼭’ 대신에 천천히 오래 씹어라. 치간 칫솔을 쓰는 습관을 들여라...때로는 이빨 모형을 들고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내가 환자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느낌으로, 진심으로 이야기를 해준다.

몇 해 전인가 선생님은 직업병의 하나인 손목 관절이 좋지 않았다. 하루 종일 스케일링을 하다 보면 손목에 무리가 간단다. 한동안 손목에다가 파스를 붙여 가면 진료를 했다. 그러다가 진료 시간을 파격적으로 줄였다. 오후 3시면 더 이상 환자를 보지 않는다. 그리고 나서는 손목이 거뜬해졌다. 치과 진료를 떠나, 삶을 배우게 된다.

또 하나는 자식 교육이다. 자녀와 소통을 잘 해왔고, 그 자녀가 치과의사로 자라, 이제는 함께 진료를 본다. 병실 분위기가 참 좋다. 나도 한 가족이 된 거처럼 수다를 나눈다.

내게 치과는 가야하는 곳이 아니라 이렇게 가고 싶은 곳이다. 다만 예약하지 않으면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때문에 병원 문을 나서기 전에 미리 다음을 예약하는 즐거움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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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행] ‘사람 여행’-순간을 영원으로(#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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