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나쁨’이라니-작은 습관의 힘(#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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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스마트폰을 켰다. 근데 오늘 따라 바탕 화면에서 글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미세먼지 나쁨’이란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미세먼지는 당연히 나쁘다. 우리 몸에 나쁘고, 지구 환경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그러니까 우리 말법을 제대로 모르고 쓴 것이리라. 정확히 말하면 이렇다. ‘미세 먼지가 심하여 공기가 나쁘다.’ 이 말이 너무 길다면 ‘미세먼지 심함’. 또는 ‘공기 나쁨’ 정도가 바른 말이 된다.

이 차이가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어란 그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들 사이 약속이다. 같은 말을 다르게 해석한다면 사회가 굴러갈 수가 없다. ‘미세먼지 나쁨’도 헷갈리게 하는 거지만 ‘미세먼지 좋음’은 더 말이 안 된다. 미세먼지가 좋다니. 이런 말이 어찌 가능한가.

관련해서 검색을 해보았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는 미세먼지를 ‘농도’에 따라, ‘좋음’, ‘보통’, ‘나쁨’, ‘매우 나쁨’으로 구분하고 있다. 기상청을 비롯한 관련 기관들이 이 용어를 따르는 게 아닌가 싶다.

근데 이 역시 말이 안 된다. 미세먼지 농도란 10㎛ (마이크로미터, 1㎛는 1,000분의 1㎜) 이하의 아주 작은 오염 물질을 얼마나 포함하고 있나를 나타낸다. 그러니까 농도란 과학 용어이자, 단위이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음, 보통, 낮음’로 표현해야 맞는 말이다. ‘좋다, 나쁘다’는 과학 용어가 아니라 어떤 기준에 따른 가치를 나타낸다. 농도를 가치로 나타내자면 이렇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니까 공기가 나쁘다.’ 즉 공기가 나쁘다는 건 곧 우리 건강에 좋지 않다는 가치가 들어있는 것이다.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다보니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날마다 날씨 예보로 올릴 만큼. 숨은 늘 쉬는 것이다. 그렇듯이 거기에 맞는 언어 역시 숨 쉬는 것처럼 늘 바르게 써야 한다. 공기가 나빠지니 언어조차 나빠지는가?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해당 기관들은 빨리 정신을 차리길 바란다. 미세먼지로 몸도 마음도 불편한데 언어마저 오염되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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