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너덜 걸레 사랑-작은 습관의 힘(#112)

걸레로 청소하는 습관도 뜯어보면 그 나름 참 재미있다.

우리 집은 걸레도 ‘내 걸레’, ‘네 걸레’가 있다. 그 이유는 걸레를 다루는 태도 또는 습관 때문이다. 그러니까 걸레를 쓰고 바로 빨아두는 사람이 있고, 쓸 때야 꼭 빠는 사람이 있다. 이게 습관이 되니 늘 빨아두는 사람의 걸레를 아무래도 자주 쓰게 된다. 그래서 내 걸레, 네 걸레를 두게 된 것이다.

청소 방법도 차이 많다. 아내는 빗자루로 쓸고 난 다음, 걸레로 훔치듯이 꼼꼼히 닦는다. 나는 대걸레에 걸레를 걸어서 대충 닦고는 그 다음 바닥에 남은 부스러기는 전기 청소기로 빨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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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를 대하는 태도도 많이 다르다. ‘내 걸레’는 사진에서 보듯이 구멍이 뻥뻥 뚫려, 너덜너덜하다. 아마 일 년 이상 썼지 싶다. 나로서는 거의 날마다 쓰니 밥그릇, 숟가락에 가까운 애정이다. 아내가 참다못해 하소연을 한다. 걸레 품격에도 어울리지 않나 보다.
“여보, 걸레 좀 바꾸어요.”
“그래도 쓸 만한데요.”

더 이상 말이 안 통한다 싶었던지 마트에 간 김에 새 걸레를 사왔다. 나한테 걸레를 선물한 셈이다.

나로서는 더 이상 고집을 피우기 어렵다. 하지만 빨아둔 걸레를 마지막으로 쓰고 버리리라.

막상 해진 걸레를 쓰고는 또 빨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닦고는 그냥 버리기로 했는데 거의 무의식에 가깝다. 습관이란 그만큼 무섭다.

오늘은 생각을 바꾸었다. 걸레를 떠나보내는 의식을 치르기로. 그러니까 헤진 걸레로 바닥을 마지막으로 닦고는 바로 버리지 않는다. 창틀 구석구석 먼지를 닦는다. 빨아도 더 이상 걸레 노릇을 할 수 없을 만큼. 이제는 정말 버려도 되겠다.

“걸레야, 그동안 수고 많았다. 고마워. 잘 가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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