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고 그윽한 대보름 음식-작은 습관의 힘(#109)

오늘은 정월 대보름이다. 새해 첫 보름날로써 농사를 시작하는 날. 잘 먹고 힘을 내보자고 여러 음식을 한다. 오곡밥을 하고, 묵은 나물을 골고루 무쳐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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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점차 잊혀가는 농경 사회 문화다. 요즘 젊은이들이나 아이들 가운데 과연 이 묵나물을 얼마나 먹을까. 점차 부드러운 음식에 익숙해지는 세상이다. 게다가 묵나물 대신 싱싱한 채소가 언제든 나오는 시대다. 심지어 요즘은 집밥조차 드물어 간편식, 배달식, 외식이 우리네 밥상을 대신한다. 이러다가 나중에는 이마저도 사라지고 그냥 알약이나 먹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인지 전통적인 대보름 음식이 더 각별하다. 아내가 묵은 나물로 고사리, 파드득, 머위를 준비했다. 곁에서 지켜보니 얼추 이틀 정도 준비를 하는 거 같다.

오곡밥도 평소 양의 세 배 정도를 한다. 여럿이 나누어 먹자고.

묵은 나물은 이제 가난의 음식에서 치유의 음식으로 탈바꿈한다. ‘질긴 맛’이라고 할까. 부드러운 음식으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맛. 잇몸을 되살려주고, 턱 근육을 발달시킨다.

또한 ‘오랜 맛’이기도 하다. 지난 봄에 말려둔 거니까 얼추 일 년 가량이 되어 온다. 오래된 만큼 천천히 씹어야 한다.

영양 과잉이자, 부드러운 음식의 시대. 정월 대보름 음식은 소박하나 그 뜻은 그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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