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실수데이@jjy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는데 나는 너무 쉽게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오늘 창작교실 개강이 있는 날이다. 나름 준비도 하고 처음 오시는
분들에게 기왕이면 좋은 인상을 주고 새로운 희망으로 첫날을 시작하게
하고 싶었다.
강의실은 3층에 있었는데 벌써 커피와 장소 준비로 정돈이 되지 않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봄이라고는 해도 그늘에는 아직 선선하니 추워서
스토브를 켜는데 자꾸 불이 꺼졌다.
지도교수님께서도 벌써 도착해서 계셨고 오늘 처음 나오신 분들에게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기계치인 나도 들여다보면서 어쩔 바를 모르고
있는데 이럴 때 정답은 회장님을 부르는 일이다.
회장님은 금방 사태를 알아차리시고 문제를 해결하셨다.
날씨도 추운데 몸도 녹일 겸 커피도 한 잔씩 하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자꾸 스토브가 꺼지
면서 내 머릿속도 정전사태에 들어갔다.
드디어 나의 실수본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개강식을 진행하면서
인사말도 하얗게 잊어버리고 식순도 국민의례를 먼저 해야 하는데
순서도 바뀌었다. 그 정도로 끝을 냈다면 얘깃거리가 안 될까봐 이번
에는 지도교수님 소개를 하는 순서에서 교수님 프로필을 깡그리 잊어
버리고 선생님께서 말씀을 하시도록 했다.
나는 한 번 웃음이 터지면 멈추질 못한다.
실수도 한 번 시작하면 빨리 수습이 안 되고 계속 이어진다. 처음엔
명단 작성을 하면서 전화번호를 잘못 입력해서 수업안내를 못 받으신
분들이 문의를 하는 사태를 빚었다.
이 정도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모든 순서가 끝나고 치킨을 먹으면서도
마지막 남은 날개를 나누어 먹으려다 살이 더 많은 쪽으로 먹는다며
놀리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실수로 시작해서 실수로 마감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