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둥글 게 둥글 게

둥글 게 둥글 게@jjy

한 참이나 책을 뒤지며 중요한 구절을 찾기 위해 애를 썼으나 찾지
못하고 대신 낡은 사진이 한 장 나왔다. 다름 아닌 사또의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사진이었다. 갑자기 아들보다 어린 사또의 사진을 보는
순간 귀엽기도 하고 웃음도 나왔다.

그리고 언젠가 보았던 사또의 앨범과 성적표를 본 일이 떠올랐다.
그 시절에는 방학 하는 날 성적표를 나누어 주었고 개학 때 부모님
도장을 받아 선생님께 제출하도록 했다.

성적표에는 시험성적에 따라 수· 우· 미· 양· 가· 라라고 적혔다.
그리고 공부를 잘 해서 수가 많으면 의기양양해서 성적표를 내밀었고
부모님께서도 기뻐하시며 칭찬을 해 주시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통념과는 달리 그 뜻을 살펴보면 어느 것 하나
나쁜 뜻이 없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수· 우· 미· 양· 가· 에서 수는 가장
좋은 성적, 가는 가장 나쁜 성적을 뜻하는 표현으로 알고 있었다.

수(秀)는 빼어날 수 즉 우수하다 는 뜻이다.
우(優)는 넉넉할 우 자로 넉넉하다는 말이다.
미(美)는 아름다울 미 자로 좋다는 뜻이니 잘했다는 의미다.
양(良)은 양호하다의 양으로 좋다는 뜻이 있어 괜찮다는 뜻이다.
그러면 맨 꼴찌의 상징으로 부모님 앞에 보여 드릴 수 없었던
마지막 가(可)는 무슨 뜻일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가(可)는 옳을 가자로 앞으로 노력을 하면 잘 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또 단 한 사람의 제자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스승의 사랑을
의미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좋고 옳습니다. 이런 기대를 안고 자녀를 양육하고
제자를 기르고자 하셨다. 우리 모두는 우수하고, 넉넉하고, 아름답고,
뛰어나고, 옳은 가능성을 지닌 존재들이다.

한 줄에 서서 목표점을 향해 달려가면 1등에서 10등이 나온다.
그러나 둥글게 둘러서서 가운데 세운 목표점을 향해 달려가면 누구나
1등이 되는 이치다.

우리는 지금까지 한 줄로 서서 달리기를 했고 앞만 보고 공부를 했지만
세상을 살면서 수 없이 부딪치며 모서리를 깎이고 갈리는 과정을 통해
둥글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같은 새라도 밤에 우는 새가 있고 낮에 우는 새가 있습니다.
봄에 피는 꽃이 있는가 하면 가을에 피는 꽃도 있습니다.
한 곳만이 성공지점이라고 하여 모두 그 방향으로만 뛰면 1등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동서남북으로 뛰면 네 사람이 1등을 하고, 360도 방향으로 각자
달리면 360명이 모두 1등을 합니다.
-이어령 이재철 공저(共著) 「지성과 영성의 만남」 중에서-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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