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나큰 축복이었습니다. 모차르트, 베토벤, 롯시니(드메르스망/베르텔레미 각색), 스메타나 등 고전파에서 국민악파까지 대표적 작곡가들의 음악을 차례로 즐기며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글이 아닌 귀로 정리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니... 그것도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의 앙상블을 통해서 말입니다.
더구나 이 날 공연은 2주간의 축제를 마무리하는 하일라이트였던 만큼 이번 후기는 공연 전체를 수박 겉핧기 식으로 단번에 훑기보다 연주된 곡과 앙상블에 참여한 연주자들에 대해 좀더 상세히 다루어 보려고 하는데요.
우선 첫번째 순서로 연주된 곡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3중주 “케겔슈타트“(W. A Mozart Clarinet Trio in Eb Major “Kegelstatt”, K.498)였습니다.
(케겔슈타트는 오늘날의 볼링과 유사한 놀이인 '스키틀'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말합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모차르트는 이 놀이를 매우 좋아했다고 하지만, 정작 이 곡에 이 제목을 붙인 것은 모차르트 자신이 아닌 그의 작품을 수집, 정리한 쾨헬이었다고 하네요.)

이 곡은 원래 바이올린, 비올라, 피아노로 이루어진 피아노 3중주 곡으로, 오늘날에는 바이올린을 클라리넷이 대신하는 클라리넷 3중주로 더 많이 연주되는데요. 모차르트도 원래 클라리넷 3중주를 염두에 두었지만, 당대로선 파격적인 설정이라 시장성 때문에 피아노 3중주로 출판했다는 설도 있네요.
이 날의 진용은 서울대 교수를 역임한 지한파(?) 연주자 로망 귀요, 대만의 존경받는 비올리스트 신연황, 그리고 지난 공연 후기 "마에스트로가 버무려낸 달콤쌉싸름한 실내악 코스요리"에서도 소개해드린 피아니스트 임효선이었는데요.
임효선의 "들 때 들고 날 때 나는" 균형감과 센스 있는 연주를 배경으로 신연황과 로망 귀요의 대화가 때로는 익살맞게 때로는 애잔하게 조근조근 이어지는 사랑스러운 곡이었습니다. 먼저, 이 곡이 어떤 곡인지 동영상을 통해 감상하시죠.
어떤가요? 모차르트죠? 저는 솔직히 '그냥, 뭐... 모차르트네' 하는 마음으로, 공연 초반 조금은 방심하며 듣고 있었는데요. '어, 뭔가 달라'하면서 자세를 고쳐 앉게 되었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신연황 때문... 그의 우수 어린, 힘 있지만 생경하지 않고, 부드럽지만 속이 꽉찬 연주가 자칫 사랑스럽기만 할 수도 있었던 이 곡에 깊은 풍미를 더해 주고 있었던 겁니다.
신연황이 연주하는 백스의 비올라 소나타 동영상으로 간접적으로 그 느낌을 전해 봅니다. 이 동영상을 고른 이유는 백스의 켈트적인 감성이 신연황과 썩 잘 어울린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그녀만의 보우잉, 그녀만의 비브라토, 그녀의 비올라만이 갖는 질감이 전해지기를...
신연황의 비올라가 속 깊은 애잔함이었다면, 로망 귀요의 클라리넷은 감성적인 섬세함이었습니다. 마침 유튜브 로맹 귀요가 참여한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 동영상이 있어서 직접 느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백문이 불여일청. 그날 분위기에 거의 부합하는 연주인 듯합니다.
마지막으로는 피아니스트 임효선. 3대 콩쿠르인 퀸엘리자베스에서 입상한 뛰어난 콘서트 피아니스트이지만 요즘은 루드비히 트리오의 일원으로서 실내악 활동에 전념하고 있기도 합니다. 솔로이스트로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연주력과 특유의 영리함 외에도, 앞서 말했던 "들 때 들고 날 때 나는" 균형 감각과 센스는 이런 오랜 실내악 활동에서 연원한 것이 아닌가 하는데요.
그래서 이 글의 피날레도 임효선이 몸담고 있는 루드비히 트리오의 곡으로 장식할까 합니다. 그룹의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이 트리오의 본령(?)은 베토벤이지만, 이 글의 주제에 맞게 동영상은 모차르트의 곡으로 골랐습니다.
링크해 드리는 곡들을 다시 들으며 음악에 취해 글을 쓰다보니 어느덧 3시를 훌쩍 넘겼네요.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 겠습니다. 다음 후기에서 뵐게요.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