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낭만그래퍼, 로망입니다.
요 며칠 너무 깊은 얘기만 한 것 같아 마음도 불편해서 오늘은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먹은거나 놀러간 얘기가 떠오르더라구요. 사실 먹으러가서 사진을 잘 안찍는 편이라 먹스팀은 물건너갔고.. 가끔 놀러가거나 하면 카페를 주로 찾는 편인데 혼자서도 잘 다니다보니 이런 사진들이 또 많이 남더군요. 특이한 컨셉의 개인 카페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가고..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제가 갔던 가게들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사진이나 히대사 시리즈도 계속 해야 하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죠? ㅎㅎ


처음 소개해드릴 곳은 일산에 있는 LP펍입니다. 사실 이곳에 가게 된 계기는 엄-----청 우연이었어요. 때는 바야흐로 3월 초.. 그때 킨텍스에서 열린 행사의 전라남도 부스 운영을 맡게 되서 동료들과 함께 근처 호텔에서 묵고 있을 때였죠.(저는 그곳에서 사진, 영상 담당이었구요) 일정을 마치고 그대로 잠들기 아쉬워서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잠깐 놀다오려고 동료들과 낯선 거리를 걷다가 발견한 펍이었거든요. 간판부터 살짝 보이는 안모습까지 시선을 사로잡았죠. 당장 갈 수는 없었지만 눈여겨 보다가 숙소에 와서 가게 이름을 유튜브에 쳐봤어요. 가게 이름이 되게 익숙했었거든요.
'Take 5', 귀에 익은 재즈곡 영상이 흘러나왔어요. 그리고 다짐했죠. 내일은 무조건 여기다!! 그리고 다음날 동료들과 함께 이 곳을 찾았답니다. 결과는 역시다 대-성공!


가게의 이름이기도 한 재즈곡 'Take 5'.
곡을 들어보시면서 글을 봐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아담한 가게 안은 테이블 몇 개와 긴 바로 되어있었죠. 당연히 바에 앉아봐야죠! ㅎㅎ 벽에는 LP가 수두룩했습니다. 마스터의 설명에 따르면 3천장 정도? 자택에는 이 3배의 양이 더 많다고 하시더라구요! 싯가로 몇억 이상 가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해주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용돈을 모아 사기 시작했던게 수집의 시작이었고 지금까지 모은 판들은 절반 이상이 오리지널 원판이거나 초판이라고.. 판을 사기 위해 미국이나 일본까지 원정다녀오신 적도 많다고 하시더라구요.
'Take 5'가 담긴 데이브 브루벡의 판은 물론이고, 비틀즈부터 90년대에 나온 김건모의 판, 표지 사진 때문에 발매가 금지된 원판까지 희귀한 판들도 많았습니다. 신기한 것은 아직까지 LP가 나온다는 점이었어요. 버스커버스커나 아이유 등 소수의 가수들이 아직까지 LP를 한정발매하고 그 판도 갖고 계셨거든요. 한정판이다 보니 나오자마자 품절되고 값이 몇 배나 뛴다고...
궁금해서 여쭤봤어요. 그럼 이 판들을 두고 퇴근하실 때면 불안하지 않으시냐고. 엄청 비싼 아이들이니까요. 대답해주시길 이 업계가 좁아서 누가 이 판을 팔거나 하면 매니아들 사이에서 소문이 난다고, 팔 수가 없다고 하시더군요. 뭔가 납득이 가는 대답이었습니다.



LP판을 재생하면 처음에 치지직.. 하는 소리가 참 좋아요. 그 소리가 감성을 자극시킨다고나 할까요. 바에는 명함이 있어요. 그리고 그 뒤에 듣고 싶은 곡을 적어서 마스터께 드리면 그 곡을 직접 틀어주시죠. 3천장나 되는 판이 있는데 한번도 헷갈리지 않고 척척 찾아내는 모습이 멋있었어요. 듣고 싶은 곡이 최신곡이거나 없는 곡이라도 문제없어요. 없는 곡은 노트북으로 찾아서 틀어주시거든요. ㅎㅎㅎ
다른 LP펍들은 판을 직접 틀어주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판을 재생할수록 닳기 때문에 수명이 줄어들거든요. DJ박스가 있는 대부분의 펍들은 판을 틀어주는 척 하면서 노트북으로 노래를 틀어준데요. 하지만 이곳은 숨길 수가 없어요. 플레이어가 바로 눈에 보이는 곳에 있어서요.
마스터는 사실 회계사였어요. 그런 마스터가 왜 이런 공간을 만들었을까 궁금해서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가게를 하기 전에는 집 지하에 음악실을 꾸며 놓고 지인들과 함께 모여서 음악을 들었어요. 회계 법인을 다니면서 그동안 열심히 살았죠. 앞으로 100세 시대가 다가오는데 65세에 은퇴하고 30년 정도를 밥만 먹고 산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지금부터 미리 정년 없이 놀거리를 만들어야죠."
답변은 마스터가 인터뷰를 했던 기사에서 따왔지만 실제로도 비슷한 말을 하셨답니다.



이곳은 병맥주와 간단한 과자류의 안주 밖에 없어요. 하지만 LP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낭만, 마스터의 이야기와 함께라서 부족함은 느끼지 못했어요. 이날 밤, 기네스를 몇 병 마셨더라... 역시 맥주는 쌉쌀한 흑맥주죠.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
목포에서 일산은 어마어마하게 멀어요. 아마 다시 가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보고 싶은 펍이었어요. 꼭이요.

마스터가 인터뷰하고 나왔던 기사들.
밝고 아담한 공간에서 즐기는 아날로그 선율 <공감공간> LP바 ‘Take5’
[행복한 세상의 오타쿠] LP, '무엇을 하고 놀 것인가'에 대한 답
상호 : Take 5
주소 :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로 757 동남아트월드 1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