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포켓몬GO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있다면 역시 게임이다. 요즘 핸드폰은 거의 게임기 저리 가라 할 정도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중 유독 포켓몬GO를 하는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도 예전에 크게 이슈가 돼 해본 적은 있지만 그리 오래 두고 하지는 않았다. 지하철에서는 꽤 오래된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하는 사람이 종종 보인다. 젊은 사람들보다는 내 또래나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이었다. 아무래도 젊은이들은 새로운 게임을 접하기에도 바쁠 테니까. 그러고 보면 지하철에서는 꽤나 다양한 게임들을 본다. 퍼즐, RPG, 시뮬레이션 등등. 아마도 이런 풍경은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하는 지하철이라 가능한 것은 아닐까.
#2 독서
그렇지만 만원 지하철에서도 책을 보는 이들은 많았다. 항상 만원인 지하철을 보면서 나는 책 읽기를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전자책도 아닌 종이책을 들고 뒤뚱뒤뚱 균형을 맞춰가며 집중하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다. 아무래도 난 의지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3 토스트와 클래식
환승하는 역 승차장에는 작은 토스트 가게가 하나 있다. 그곳에서는 항상 클래식이 흘러나온다. 주인장의 취향이라기보다는 맞춰진 라디오 채널에 의한 선곡인 듯싶다. 쇼팽, 라흐마니노프, 라벨, 모차르트. 때론 익숙한 멜로디가 나올 때면 반갑기도 하다. 나는 매일 그 앞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잘 알지도 못하는 클래식을 듣고는 한다.
#4 매일 함께하는 사람
매일 출근길에 만나는 사람이 있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이 된 것 같은 앳된 얼굴과 어깨쯤 내려오는 머리, 항상 깔끔하게 그려진 눈썹이 어딘가 반듯해 보이는 인상의 사람이다. 출근지가 비슷한지 같은 역에서 타고 같은 곳에서 내린다.
그녀를 기억하게 된 건 다름 아닌 드라마 때문이었다. 요즘 출근하는 동안 ‘미스터 션사인’을 보고 있는데 그녀 또한 핸드폰으로 나와 같은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처럼 뒤늦게 보는 사람도 있구나.’하며 나 혼자뿐인 동질감을 느꼈다. 혹여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그녀가 보이지 않으면 어쩐지 주변을 한 번 둘러보게 된다. 그리고 걱정한다. 나 오늘 지각인가? 하고.
#5 그럴 수 있어!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매일 이해 못 할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만원 지하철에 자전거를 갖고 타는 사람, 본인 앞에 핸드폰을 못 들게 하는 사람, 아침부터 술에 취해 널브러진 사람, 저절로 코를 막게 하는 냄새를 풍기는 사람 등등. 한동안 그런 광경들을 목도할 때면 짜증부터 났다. 그들이 직접적으로 내게 해를 끼친 건 아니지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지금에서는 그럴 수 있다며 그들을 이해해보려 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고, 모두 저마다의 사정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했다. 짧은 시간 동안 해탈은 한 것은 물론 아니었다. 다만, 목적 없는 짜증과 화는 나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 짜증낸다고 해결될 일이었으면 내가 아니더라도 이미 누군가 수십 번 짜증을 냈어도 냈을 것이다. ‘그럴 수 있어!’라며 그들을 조금 이해해보는 것이 나를 지키는 일이었다.

끄적끄적 | 지하철에서 만난 세상
written by @chocolate1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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