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 ...그래.
엠마 : 슬슬 저녁 무렵이고 하니까요...
피 : 오케이.
마키아스 : ......
(퀘스트 [오록스 협곡도의 수배 마수] 를 달성했다! 보수로 스파크 애로를 받았다.)
마키아스 : 잠깐만...!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엠마 : 마, 마키아스 씨...
유시스 : ......
마키아스 : 공화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크로스벨 방면이라면 모를까...! 어째서 지방 영방군에게 최신 전차가 필요하다는 거냐!? 거기다 요새를 대폭 개조해서 대공방어까지 갖추려 하다니... 이건 아무리 봐도 상궤를 벗어났잖아!?
린 : ...마키아스...
피 : 응, 맞아.
유시스 : ㅡ네놈도 이미 알고 있잖나. 이게 제국의 "현재 상황" 이라는 걸.
마키아스 : 크윽...
유시스 : [귀족파] 와 [혁신파] ...사대명문을 중심으로 한 귀족 연합과 철혈재상 오스본의 대립은 물밑에서 격화되고 있지... 방금 그것이 그 단편이라는 거다.
마키아스 : ......
린 : 소문은 들었지만...
유시스 : 군비 증강을 결정한 것도 내 아버지인 알바레아 공이겠지. 하지만 그 건에 대해 내가 뭔가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 불만이 있으면 들어는 주겠다만?
마키아스 : ...아니, 됐어. 슬슬 저녁이야... 도시로 돌아가는 게 먼저겠지.
린 : 그래...
피 : 그럼, 갈까.
[오록스 협곡도3]
린 : 뭐지...?
엠마 : 사이렌 소리... 같은데요?
마키아스 : 이건... 요새 쪽에서 들리는 건가?
피 : ...?
린 : 피, 왜 그러ㅡ
엠마 : ......
마키아스 : 뭐, 뭐야 저건!? 이 주변에는 저런 새가 날아다니는 건가!?
유시스 : 멍청이가... 그럴 리 없잖나.
피 : ...지금 그거 사람이 타고 있었지.
린 : 맞아... 어린아이 같았어.
마키아스 : 뭐, 뭐라고!?
유시스 : 정말이냐...?
린 : 응. 얼굴까진 역시 알아볼 수 없었 지만...
엠마 : 믿을 수가 없어요...
영방군 병사A : 유시스 님!
영방군 병사B : 도, 돌아가시던 중이셨습니까...!
유시스 : 대체 무슨 소란인가. 그 사이렌은 뭐지?
영방군 병사A : 그, 그게... 조금 전에 오록스 요새에 침입자가 들어와서...
엠마 : 그, 그건...
마키아스 : 아까 그 은빛의...
영방군 병사A : 보, 보셨습니까!?
영방군 병사B : 그 은빛은 어디로 갔습니까!?
유시스 : ...남서쪽 방향으로 날아가 막 사라진 참이다. 상당한 속도였어.
영방군 병사A : 큭... 실례하겠습니다!
영방군 병사B : 유시스 님께서도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피 :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은데...
린 : 그래... 그런데 대체 뭐였을까?
엠마 : 그러게요... 비행선도 아닌데 하늘을 날 수 있는 물체라니...
마키아스 : 그런 것이 발명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는데...?
유시스 : ...뭐, 그들에게 맡겨 둬라. 우리는 어디까지나 사관학교의 실습 중인 몸. 도망간 침입자를 잡아 줄 의리도 여유도 없잖나.
마키아스 : 그, 그건 그렇지만...
엠마 : 일단 사라 교관님께 드릴 보고서에 적어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린 : 그렇겠지... 그러고 보니 어깨의 상처도 완전히 나은 것 같아. 슬슬 전선에 복귀할게.
유시스 : ...괜찮겠나?
마키아스 : 이렇게 단시간에 낫다니 좀 믿기 어려운데...
피 : 린, 특이체질?
린 : 그,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뭐, 반장네 할머님의 약이 잘 들은 것 아닐까?
엠마 : 그, 그렇군요. 후훗, 깨끗하게 나아서 다행이에요.
[바레아하트 역 앞 거리]
린 : 벌써 저녁이네...
엠마 : 오늘 실습은 여기까지군요...
마키아스 : 후우... 쓸데없이 피곤하네.
피 : 배고파.
유시스 : ...그 기묘한 물체는 마을로 오지 않은 모양이군.
엠마 : 그, 그렇네요...
마키아스 : 혹시라도 여기 왔다면 큰 소동이 났겠지...
린 : 그래... 멀리 사라졌을 거야. ㅡ우리도 더 늦어지기 전에 호텔로 돌아가자. 리포트에 정리해야 할 것이 꽤 많은 것 같기도 하고.
마키아스 : ...그러게.
엠마 : 저녁 식사 때라도 일단 정리해 볼까요?
(호텔로 돌아간다.)
린 : ...?
유시스 : 아...! ...아버님...
엠마 : 어...
마키아스 : 뭐라고...!?
유시스 : ...인사가 늦어 송구합니다. 교과 실습차 오게 된 것이긴 합니다만, 유시스, 지금 돌아왔습ㅡ
알바레아 공작 : 인사는 됐다.
유시스 : ...윽...
알바레아 공작 : 루퍼스에게도 말했다만 좋을 대로 머물도록. 단, 알바레아가의 이름에 먹칠은 하지 않을 것... 그 정도 분별력은 있겠지.
유시스 : ...예. 그, 학우들의 소개만이라도...
알바레아 공작 : 필요 없다... 달리 용건이 생기면 이쪽에서 연락하도록 하지.
유시스 : ......
피 : 뭐야, 저거.
엠마 : 피, 피...
마키아스 : 방금 그 사람이 [알바레아 공] ...사대명문 중 하나로 절대적인 권력을 자랑하는 대귀족이라는 건가.
유시스 : ...그래. 그리고 믿을 수 없게도 내 부친이시기도 한 모양이다.
린 : ...유시스
마키아스 : ......
유시스 : ...쓸데없는 말을 했군. 배가 고프군... 일단 방에 들어갔다가 식사라도 하러 나갈까.
엠마 : 그래요...
피 : 배가 꼬륵꼬륵.
(그 후, 린 일행은 방으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한숨 돌린 후 중앙 광장의 레스토랑으로 발을 옮겼다.)
[레스토랑 솔시에라]
마키아스 : ...후, 바람이 신선한데.
엠마 : 후후, 요리도 굉장히 맛있었어요.
피 : 만족, 만족.
린 : 역시 귀족의 도시에서 번창하고 있는 레스토랑다워. 유시스는 여기 단골이었어?
유시스 : 그래... 옛날부터 잘 대해줬다. 이 가게 음식을 먹고 자란 셈이지.
마키아스 : 흥, 역시 사치스러우시군... 뭐, 여기 요리가 맛있는 건 인정하겠지만.
피 : 맛있는 것뿐만 아니라 어쩐지 따뜻했을지도.
엠마 : 그래요, 이런 가게 치고는 식재료의 균형도 괜찮았고... 유시스 씨의 건강을 신경 써 주셨던 것 아닐까요.
유시스 : 그래... 그렇겠지...
마키아스 : 그, 그건 그렇고 B조는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린 : 하하, 마침 지난 달에도 그런 이야기를 했었지. 남부의 생트 아크라... 마찬가지로 열심히 하고 있을 것 같은데.
엠마 : 그러고 보니... 린 씨는 지난 달, 켈딕에 가셨었죠.
린 : 그래, 마침 식사 시간에 B조 이야기를 했었어. 그쪽은 어땠어?
마키아스 : 그, 그게...
피 : ...아무래도 이런 평범한 분위기는 아니었어.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이번은 꽤 괜찮은 편.
린 : 그, 그렇구나.
마키아스 : ...뭐, 그렇지.
엠마 : 후후, 이번 리포트는 조금 편할지도 모르겠어요.
유시스 : ㅡ하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을 테지.
엠마 : 유시스 씨...
유시스 : 아마 이번의 B조는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상황일 거다. 하지만 우리 A조는 오늘 최선을 다했다 할 수 있나? 수배 마수와의 싸움도 그렇지만, 그 밖의 다른 의뢰에 대해서도.
피 : ...으음.
마키아스 : ......
린 : 남은 실습일은 앞으로 하루... 어떻게든 만회해야지. 그리고, 우리들 자신의 문제 말고도 어려운 상황이 눈에 들어오는 건 사실이야.
엠마 : 맞아요...
마키아스 : 크로이첸 주에서의 증세에 영방군의 대규모 군비 증강... ㅡ설마 관계가 없다고는 하지 않겠지?
유시스 : 딱히 부정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ㅡ 문제의 근간은 혁명파와 귀족파의 대립이다. 오늘 본 중전차 [아흐첸] 등, 정규군이 얼마나 배치되어 있다고 생각하나?
마키아스 : 그, 그건...
피 : 100대나 200대 수준이 아니었다고 봐.
유시스 : 그래, 제국 정규군은 강대하다. 대륙에서도 최대급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되겠지. 그 7할을 장악하고 있는 [철혈재상] 에게 귀족 연합이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
엠마 : 그걸 위한 영방군의 군비 증강이라는 건가요...
린 : ...같은 제국 안에 있는데도 무모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블블랑의 목소리 : 오오, 청춘의 고민이란 이 얼마나 아름답고도 고귀한 것인지ㅡ
엠마 : 당신은...
린 : 분명... 블블랑 남작님이셨죠?
블블랑 남작 : 후후... 기억해 주다니 영광이군. 사관학교의 제군들이었던가. 무사히 첫날을 보낸 모양이야.
마키아스 : ...예, 그럭저럭.
피 : 그 쪽 성과는?
블블랑 남작 : 공교롭게도 운명적인 만남에는 아직 도달할 수 없었다네. 아름다움이란 이 얼마나 난해한가... 그렇기에 고귀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유시스 : 뭐, 그렇게 도시를 즐겨준다면 좋겠군.
블블랑 남작 : 후후, 이미 충분할 정도라네. 아름다운 비취의 도시... 강철의 냄새가 나는 것은 애교로 넘기기로 하지.
유시스 : ...윽.
블블랑 남작 : 알바레아 공도 호사가라 들었는데 최근엔 불장난을 마음에 들어하는 모양이더군.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을 것 같아... 아름다운 불꽃놀이를 볼 수 있다면야. 후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마키아스 : 악취미로군...
엠마 : ...그건 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블블랑 남작 : 오오, 이거 미안하군. 뭐, 남은 하루도 부디 힘내서 아름다운 것들을 보여 주게. 성장의 아름다움일지, 좌절의 아름다움일지... 어느 쪽이 될지는 자네들 하기 나름이겠지만.
마키아스 : 크윽... 대체 뭐야? 저 작자는! 이래서 귀족이란 놈들은 역겨워서 견딜 수가 없다고...!
유시스 : 흥...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애초부터 저 사내ㅡ 정말로 작위를 가지고 있는 걸까.
마키아스 : 어?
엠마 : 그러고 보니 어쩐지 좀, 연극조의 동작 하며... 마치 "귀족" 이라는 것을 일부러 연기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린 : 그래,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하나 더... ㅡ어떻게 우리 실습이 하루 남은 걸 알고 있는 거지?
마키아스 : 그, 그러고 보니...
유시스 : ...실습에 대해서는 말했지만 기간은 말하지 않았지.
피 : 요새에서 돌아오는 길에 봤던 은색 물체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이상한 사람들이 섞여 들어온 것 같아.
린 : ...어쨌든 실습기간은 이제 하루 남았어. 우리는 우리대로 흔들림 없이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봐.
엠마 : 네.
유시스 : 흥. 알았다.
마키아스 : 일단 호텔로 돌아가서 리포트를 정리할까...
[호텔 에스메랄다]
유시스 : ......
린 : ...잠이 안 와?
유시스 : 후... 너야말로. 설마 침대가 딱딱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진 않겠지.
린 : 하하, 설마 그럴 리가. 기숙사는 물론이고, 고향 집에서도 이런 호화로운 침대에서 잔 적이 없어.
유시스 : 슈바르처 남작가였나? 아무래도 그다지 귀족답지는 않은 생활을 보낸 모양이군?
린 : 그래, 아버지의 방침 덕에. 영주는 민중에게 다가서야 한다... 항상 그런 말씀을 하셨어.
유시스 : 그랬군... 좋은 부모님 밑에서 자란 모양이군.
린 : 그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
유시스 : ...안 물어보나? 나와 아버지의 그 냉랭한 대화에 대해...
린 : ...참견해도 될지 잘 알 수가 없어서 말이야. 보아하니 형님과는 사이가 좋아 보였는데... 아버지와는, 그러니까... 옛날부터 그런 식이었어?
유시스 : 그래, 옛날부터 그랬다. ㅡ평민 계집이 낳은 자식 따위 그다지 흥미가 없는 거겠지.
린 : 뭐...
유시스 : 나와 형은 어머니가 달라. 형의 어머니는 귀족 출신의 정실로 아직 살아계시지. 내 어머니는 평민 출신이고... 8년 전에 돌아가셨다... 말하자면 나는 첩의 자식이라는 얘기지.
린 : 그랬구나... 혹시,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는...
유시스 : 외삼촌이시다. 그런 인연 때문인지 옛날부터 잘 대해주셨지. 뭐, 공작가의 권력 때문에 친밀하게 대하고 계신 것뿐일지도 모르겠지만.
린 : ...그럴 리 없잖아. 너무 자신을 그렇게 폄하하지 마.
유시스 : ...그렇군.
린 : 그러니까... 사정이야 복잡하겠지만. 형하고 사이가 좋은 건 사실이잖아...?
유시스 : ...나쁘진 않군. 8년 전에 거두어진 이래 계속 친절하게 대해 주고 계시지. 검도, 예법도... 형한테 배운 거다.
린 : 하하... 그럴 것 같았어.
유시스 : ...무슨 소리지?
린 : 유시스의 검은, 뭐라고 해야 할까. 올곧은 느낌이 들거든. 어지간히 신뢰하는 사람에게 배운 게 아닌 이상 그런 식으로 몸에 배진 않아... 낮에 만났을 때 왠지 모르게 이 사람이 가르쳐 준 게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었어.
유시스 : ......
린 : ...어라, 왜 그래?
유시스 : 흥... 아무것도 아니다. 볼수록 넌 귀족 같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린 : 하하... 자각은 하고 있어.
유시스 : ...낮에 입은 상처는 이제 괜찮나?
린 : 그래, 말했잖아? 이미 아프지도 않고 상처도 완전히 아물었어... 반장네 할머님께도 감사 인사를 해야겠는걸.
유시스 : 그런가... ㅡ너도 참 위태로운 구석이 있는 것 같군.
린 : 응?
유시스 : 입학식 날 알리사를 감쌌을 때도 그랬다만... 그 때, 너는 아무런 주저도 없이 그녀를 감싸기 위해 움직였었지?
린 : 아...
유시스 : 그럴 때 보통 사람이라면 반사적으로 자기 몸을 지키지. 그런데 너는 그러지 않고 타인을 지키는 것을 우선했다. 그래... 오늘 우리를 순식간에 감쌌을 때와 마찬가지로. 원래대로라면 칭찬받아 마땅한 행동일지도 모르겠지만... ㅡ내게는 아무래도 그것이 일그러져 보인다.
린 : ...하하... 이런. 설마 그렇게 꿰뚫어보고 있을 줄은 몰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