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에 대하여] 강적, 짜릿한 승부의 순간

swing-858663_1280.jpg

상대녀석이 샅바를 잡아당기자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오른쪽 다리가 찢어질 것 같이 아팠다.

몇번이나 계속 되었을까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오른쪽 다리를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너무 괴로워서
씨름선수형님에게 물어봤다.
"요령은 없나요?"
"응. 없어. 진짜 아프지? 그래도 견디는 거야. 단순해."

'와, 정말 무식하다. 이걸 어떻게 견디는 걸까?'
모래에 살까지 쓸려나가자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이제는 눈물에다가 침까지 질질 흘러내렸다.
몸을 가누기 힘들었고, 숨을 헥헥 몰아쉬었다.

겨우 연습이 끝나고 내무반에 누웠다.
온몸의 뼈가 다 부서져서 가루가 된 느낌이었다.
잘 때부터 일어날 때까지 몸이 덜덜 떨렸다.

그렇게 며칠을 연습하니까
겨우 오른쪽 다리를 버틸 수 있었다.
전에는 다리를 당기면 질질 끌려올라갔었는데
선수형이 다리를 당겨도 버티게 되었다.

선후임과 연습을 하다보니
어느정도 실력서열이 매겨졌다.
나는 최하위였다.

연습을 거듭하던 어느날,
덩치 큰 후임녀석이 멤버로 합류했다.
키 190cm, 몸무게 130kg.
수도권 조폭 출신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로
선임들도 두려워하던 녀석이었다.

연습대련 !

시작하자마자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느꼈다.

우리팀은 고통에 울부짖다가
샅바를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오른쪽 다리가 번쩍 들려서 농락 당한 후
패배를 당했다.
팀원 모두가 패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상대할 차례였다.
녀석을 가까이서 보니 엄청난 거인이었고,
샅바를 잡아보니 거의 안기는 기분이었다.

경기시작!

무릎을 꿇고 있다가 일어서면서
어깨싸움을 조금 했는데
목과 어깨가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녀석이 장난하듯 샅바를 잡아당기자
오른쪽 다리가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다.
녀석의 온 몸이 나의 온 몸을 짓눌러버리는 듯 했다.
거대한 크라켄이 배를 부숴버리는듯한 강렬함.
그정도 압력을 받아본 건 처음이었다.
온몸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번개를 맞는 기분이 들면서
오히려 힘이 무한대로 충전이 됐다.
그리고 엄청난 흥분이 밀려오면서
기분이 미친듯이 좋아졌다.

녀석은 계속해서 공격을 했지만
힘이 넘치는 나는 여유롭게 막아냈다.

그리고는 신들린듯이 온 힘을 다해 녀석의 샅바를 당겼다.
그런데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코끼리 다리를 잡아당기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죽을 힘을 다해서 샅바를 당기고 또 당겨도
녀석의 다리는 강철같이 튼튼하게 서 있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녀석의 움직임이 멈춘 것을 느꼈다.
벤치프레스 200kg를 들던 괴물이
계속해서 전력으로 샅바를 당겨버리니
녀석의 다리에도 부하가 걸렸던 것이다.

녀석이 움찔거리는 순간
전력으로 잡아당겼다가 다시 밀어냈다.
조금 생긴 공간으로 왼쪽 다리를 집어넣고
회전시키면서 회전력으로 녀석의 거대한 몸뚱이를 들어서
엉덩배지기 기술을 걸었다.

녀석의 육중한 몸은 씨름판 위로 떨어졌고
나는 녀석의 몸위에 다시 튕겼다.
이윽고 밀려오는 엄청난 고통
그리고 살짝 쓸린 샅바에 손등까지 찢겼다.

승리 !

피가 질질 흘러내리고 따가웠지만
거인을 쓰러트린
최초의 남자가 됐다는 생각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큰 고래라도 잡은 것 같았다.

아무도 이길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순간.
나는 기적의 승리를 이뤄냈다.
정말 최고의 순간이었다.
그 순간 나는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그후로 대학을 다니고, 취업을 하고, 일을 하고,
또 현재 스타트업을 하면서
내가 추구하는 것은 그때와 같다.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강적과
죽을 힘을 다한 짜릿한 승부를 하는 것
그리고 기적의 승리를 이뤄내는 것이다.

앞으로도 그런 환희를 계속 맛보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H2
H3
H4
Upload from PC
Video gallery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24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