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부 모알보알 다이빙 투어-5(Cebu Moalboal Diving Tour)

1. 난파비행기
8시 반에 식사하고 9시 반에 배를 타고 다이빙하러 갔다. 수심 22M 정도 깊이에 작은 경비행기 하나가 난파되어 녹슨 체 방치되어 있었다. 이차대전 때 침몰 당한 배로 위장하기 위해 필리핀 정부에서 갖다 둔 것이라 했다. 난파선이나 난파 비행기 같은 게 볼 거 없는 바다에서는 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고 고기들의 아지트로 사용되어 지기도 한다.


마이크로 렌즈로 찍을 만한 피사체가 많이 보였는데 불행히도 어안렌즈를 달고 왔다. 수중에서 광각과 마이크로를 둘 다 사용할 수 있는 렌즈와 포트가 개발된다면 획기적인 일이 될 것이다. 줌렌즈 중에 마이크로를 지원하는 렌즈가 있지만 오리지날 마이크로 렌즈의 해상도는 따라 올 수 없다. 편의성과 해상도 둘 다를 가지는 건 어쩌면 이룰 수 없는 사랑만큼이나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큰 문어, 갑오징어, 곰치 등이 보였고 이번 다이빙 중 가장 좋은 시야를 보여 주었다.



휴식시간

간식으로 피자를 먹었다. 여기 피자는 새우나 각종 해산물로 치장한 우리나라의 화려한 피자에 비하면 비주얼과 맛이 한참 떨어진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보내는 1시간 정도의 휴식시간이 어떻게 보면 아주 무료한 시간이 될 수도 있는데 이걸 극복하기 위한 다이버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이번에도 말 가면이 등장했고 저번 보다 더 진화된 연출을 보여 주었다. 한 다이버를 묶고 말 가면을 쉬운 뒤 테러 당한 인질처럼 옆 배와 인질 값으로 흥정을 벌렸다. 불행히도 수산 해양청에서 근무하는 박사 급 인재인데도 불구하고 돈 지불을 거절하는 바람에 우리는 그를 사살해 바다에 수장하는 의식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2. Moalboal
버디가 찍을 것도 별로 없으니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말자고해서 그냥 들어 갔는데 5M 정도 수심에서 큰 거북이 보여 다시 올라가 카메라를 갖고 오는 사이 거북은 사라져 버렸다. 이제까지 보이지 않던 피사체가 해필 카메라 없는 사이에 나타났다 사라져 버린 건지 인생이란 매 순간 도박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작은 동굴 속에 들어 가 지나가는 다이버를 찍었다. 프레임을 만들어 그 속에 피사체를 두는 수법은 사진구도의 기본 중 하나이다. 몰입도를 높여 주제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작은 고기떼가 모여 있어 찍으려고 접근하자 빠른 속도로 도망가 버린다. 돈을 주고 고용한 모델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위치에서 포즈를 잡아 주지 않는다.


사진은 순간의 미학이다. 찰나의 순간을 영원화 시키는 작업이다. 더욱이 수중에서 고기를 피사체로 찍는 사진은 똑 같은 상황을 절대 다시 재현하지 못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어렵고 재미있는 것 같다. 언젠가 다시오면 언제든지 자기가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무슨 묘미가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