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악몽을 꾸고 나서 마음이 가벼워 진 이유

공포영화를 한 편 찍고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식은땀이 날 정도는 아니지만 심장이 정말 얼어붙을 만큼이긴 합니다. 아니 에어콘을 켜놓고 잠들지 않았더라면 땀에 흠뻑 젖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오늘의 주제는 이랬습니다. 저는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동생이고 제 형이 갑자기 발작을 해서 늑대와 같은 이빨로 함께 누워있던 저를 물어뜯고 저는 두려움과 아픔에 비명을 지르는 것이었죠. 물론 꿈이니까 물리적인 아픔을 느꼈는지는 모르겠는데 두려움은 상당했습니다. 어쩌면 피도 본 것 같습니다. 장면은 바뀌어 저는 이 형을 물리치고 그 동생을 구하는 다른 인격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형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문단속을 하자고 문을 함께 열자 형은 동생을 다시 물어뜯을려고 하는 순간 제가 뭔가를 형의 얼굴에 던지며 꿈이 끝났습니다.

깬 후에도 그 공포가 마치 현실인 것만 같아 얼른 불을 모두 켭니다. 꿈이니까 시점이 마구 바뀌긴 한데 너무 감정이 너무 생생하고 제법 스토리가 있어서 뭔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위높은 악몽을 가끔 꾸는데, 그러고 나면 잠에 드는게 두려울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제 건강에 대한 새로운 두려움으로 이어집니다. 어릴 땐 귀신꿈을 많이 꿔서 힘든적이 있었는데 그게 실제로 외부의 어떤 워인인 것만 같았거든요. 얼른 환타지적인 악몽을 왜 경험하게 되는지 찾아보았습니다.

답을 쉽게 찾았습니다. "악몽이 사실은 좋은 이유"란 신문기사를 통해서요. 스트레스 중에서도 인생에 있어서 막연한 두려움으로 찾아오는 것들이 있는데, 이것들은 너무 추상적이라서 우리의 뇌는 꿈으로 표현할 때 이걸 구체적인 상황으로 바꿔서 표현한다는군요. 그리고 때론 기억으로 변환시키기도 한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이건 과거의 상황, 그리고 구체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 공포스럽게 느껴지지만 과거의 상황, 구체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뇌의 입장에서 보면 대처하기 훨씬 쉽다는군요.

한 때 유도를 좀 배웠던 적이 있습니다. 이사를 가는 바람에 도장을 옮기게 되어 2년가까이 했지만 승단 심사를 못해서 단을 따지 못한게 좀 아쉬운 기억입니다. 저보다 60킬로나 적은 체구의 선배한테 꽂혀서 오른쪽 어깨부상으로 석달 정도 깁스하고 쉬었던 적이 있었죠. 오른쪽에 아직도 그 때의 흔적으로 보이는 특이한 돌출부가 만져지는데, 암튼 덕분에 지금도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할 수 있습니다.

항상 관장님이나 사범들은 제게 기울이기를 강조했습니다. 상대의 균형을 내가 쓰러뜨리기 좋도록 먼저 당기거나 밀어서 기울이는 동작이죠. 제가 기술은 잘 들어가는 편이었는데, 기울이기에 늘 소홀했거든요.

마치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먼저 기울여서 쉬운 포지션을 잡는 것 처럼 뇌도 아마 너무 감정적이기만 한 추상적인 공포보단, 대처하기 좋은 구체적인 상황으로 형태를 변환한 다음, 이렇게 상대하나 봅니다. 모르던 영역에 대해 알고나니 꿈에 대한 공포도, 내 정신에 문제가 있나 하는 공포도 깨끗이 사라지는군요. 물론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하나 더 있습니다. 나쁜꿈이 우리에게 좋은 이유란 그 기사의 제목처럼, 이런 꿈이 두려움을 떨쳐내려는 뇌의 작용일 뿐만 아니라, 추상적인 실체의 공포도 이런 꿈의 구체적인 스토리의 경험과 함께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하는군요. 일이 해결되는건 아니지만, 감정적인 두려움은 꿈에서 경험한만큼 가벼워진다는거죠. 아닌게 아니라 이런저런 압박감으로 계속 감정이 짓눌린 상태로 있었는데, 하룻밤 꿈으로 고생하고 나니 좀 가벼워진 것도 같습니다.

외려 이런건 어떻습니까. 영화 달콤한 인생의 대사죠. 잠에서 깬 제자가 울자, 스승이 묻습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럼 왜 울고 있느냐?"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행복한 꿈이 더 무서운지도 모르죠. 제 경험과 새로 알게된 지식에 따른다면, 악몽을 꾸시는 동료 스티미언 분들, 본인의 정신건강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오늘하루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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