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수단상] 몇 분의 스티미안들의 이야기, 그분들께 드리는 편지
파워다운하시는 것 자체가 이미 어떤 종류의 결정을 하셨고, 그런 마음이 얼마나 많은 고심끝에 내린 결론이시란걸 짐작 가능하기에 kr의 일원으로 마음이 가볍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정말 스팀잇에 대한 감을 전혀 잡지 못하던 시절에 @leesunmoo님께서 올빼미 환전소를 운영하시던게 기억이 납니다. 사실 제 기억은 그곳을 접으시던 시점부터였겠군요. 그리고는 환전수수료를 내고 환전하는 것이 아니라 제법 큰 환전 수수료를 받으며 환전을 할 수 있었던 시절이 아마도 천국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 그런 만화를 본적이 있습니다. ‘돈’을 내고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때 반드시 ‘돈’을 받아야 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돈이 많을 수록 가난했죠. 돈이 너무 많아서 큰 집을 사도 돈을 놔 두느라 살 곳이 좁았고, 뭘 할 때마다 돈이 생기니 그걸 옮기느라 생활이 힘들었습니다. 작은 물건 하나를 사면 손수레에 돈을 가득 싣고 와야 했으니까요. 돈을 버리거나 태우다가 적발되면 더 많은 벌금을 받아야 한다는 다소 웃긴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스팀잇이란 공간은 그랬습니다. 내가 베푼걸 보팅으로 돌려받을 수 있으니 보상풀을 나눠가져도 손해보지 않는, 스팀잇 이전에는 적어도 현실적으로는 말이 안되는 구조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거죠. ‘많이 베풀면 언젠가 많이 돌아온다’는 말은 어떤측면에서 사실은 사실이지만, 관념적인데 불과했죠. 그런데 스팀잇은 단 일주일이면 그걸 현실로 구현해줬으니까요.
@leesunmoo님은 환전소를 닫고 곧 스팀론을 시작하셨죠. 그게 스팀잇의 구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였죠. 저도 한 번 론을 했어요. 이 론이란게 정말 아무리 생각해봐도 말이 안되는게 무이자인데, 마이너스 상환이였습니다. 론을 이용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최대 50SBD를 빌린 다음 무이자로 한 달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데, 상환기간인 한달을 넘기게 되면 무이자이기 때문에 원금만 상환하면 됐죠. 그런데 상환기간내에 환급하면 5 SBD를 빼고 45 SBD만 상환하면 되었던거죠.
저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50만원 빌려서 45만원 갚으면 되는 무이자+마이너스 이런 말도 안되는 상품이 있다니요. 저 역시 50을 빌리고 3주만엔가 45를 조기상환했습니다. 그게 너무 감사해서 @leesunmoo님께 드리는 소설을 썼다니까요…
- "단편_마이너스이자 대출" @soosoo/5kcrfx
포스팅 홍보 죄송합니다
“올빼미 환전소 옆 작은 환전소”를 시작하시며 팔로 열 몇명과 함께 몇 주를 보내신 @krexchange님이 이제 kr내 가장 유일하고 큰 규모의 공식 환전소가 되었고, 벌써 명성도 70을 바라보시고 있으니, 하긴 5-6개월의 시간이면 1년의 반이니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네요. 저같이 코인쪽에 계좌가 없는 이들이 @krexchange를 거치지 않으면 환전자체가 불가능한 이들에게 @krexchange님의 환전소는 이미 '미존감'의 가게죠.
@redbanana님은 출석부를 운영하시다 한마리도 보기 힘든 십 수마리의 듣보잡 고래들로부터 지속적인 폭격을 맞았습니다. 보팅 수 5-60개에 $0.00이 연달아 터졌죠. 아마 컴퓨터 화면에서 @redbanana님의 블로그 전체가 거의 연한회색으로 처리되다시피 했었죠. 저도 몇 군데 쫒아다니며 항거해봤지만, 씨알도 안먹혔어요. 그 때 아마 @redbanana님의 심경은 말도 못했을 겁니다. 말 자체를 거의 무시하면서 폭탄을 투하하고 가는 외국고래들이 읽는지 안읽는지도 알 수 없는 영어포스팅으로 싸워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redbanana님은 힘든 내색을 하셨지만 그 후 다시 '낙수효과-노블리스 오블리제 프로젝트'로 kr에 생기를 확 불어넣어주셨습니다. (25) 명성이 낙수효과 한 번 거치면 (35)로 업그레이드를 할 정도였죠. 현실에서 대기업들이 내세우던 아무 의미없는 낙수효과와는 근본적으로 달랐습니다. 저는 지금도 KR 이벤트 중 가장 접근하기 쉽고 의미있는 이벤트라고 생각합니다.
- 노블리스 오블리제 이벤트 계속 이어가 봅니다. @redbanana/sg9cx
제가 대빵으로 있는 우리 도서관도 이용회원 20명 남짓이지만 5-6개월이면 대개 그 중 7-8명의 얼굴이 바뀝니다. 짧은 시간 같지만, 그 시간동안 무엇인가가 유지된다는 건은 결코 쉽게 일어나는 일반적인 일은 아닐겁니다.
어느 순간 명성도 60을 달고 수치상으론 뉴비를 완전히 벗어나게 되고 보니 제가 기억하는 kr내 큰 폭풍만 대여섯번 정도가 지나갔네요. 남은 분도 있고, 대피하신 분도, 쓸려간 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전투가 벌어져서 서로 총을 적진을 향해 쏘다보면 어느 순간 내 옆에서 함께 총을 쏘던 가까운 전우가 보이지 않을 때 전쟁의 두려움은 공포가 되어 죽을 때까지 그 사람을 괴롭힌다고 하더군요.
제가 아는 한 가장 탄탄한 평정심을 유지하던 @jack8831님의 솔직한 심경이 담긴 글
- 답변드리겠습니다. @jack8831/2cmzhg
를 보는 오늘 아침 제 가슴 한곳이 무너졌습니다. 제가 뉴비인지도 얼마 안되었던 처음에 제가 스팀잇에서 경험한 가장 큰 논쟁의 중심에 있었고, 저도 2-3번에 불과하지만 뉴비로선 가장 확실하게 스팀잇에 애착을 가질 수 있는 분명한 이득을 챙겨주셨던 프로젝트 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저도 그 논쟁에 뛰어들게 했으니까요.
그 때 그야말로 17:1 - 어쩌면 20:1 - 로 싸우면서도 @jack8831님은 큰소리 한번 내지 않았어요. 물론 온라인이긴 하고, 한번도 뵌 적은 없었지만 감정이 완전히 배제된 @jack8831님의 글은 논리정연은 당연하고, 정말이지 차분하기 이를데 없었죠. 아마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 중에 이분이 가장 냉철한 분이었고, 글에서는 항상 그 깔끔함과 쿨함은 이를데 없었죠.
저는 점점 그분의 글에 빠졌고 또 자주 해주시는 맨션으로 스팀잇내에서 제 핵심이웃이 되어가는 분이 바로 @jack8831님이었죠. 그런 @jack8831님의 위의 글을 보게 되는순간 저는 흔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제 프로젝트를 언급하시면서 생각했다는 대목을 읽는 순간 갑자기 눈물 한 방울이 키패드에 떨어졌습니다. 넵. 부끄럽게도 저 글보다가 울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오늘 이글을 쓰게 된 이유기도 하고요.
얼마전 스팀잇 밖에서 뭔가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르는 일이 있어서 사고를 칠 뻔 했습니다. 제가 자주는 안그런데 욱하면 꼭 일을 저지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대개의 경우 매우 짧은 시간내에 후회를 하지만, 항상 일을 저지르고 난 뒤라… @himapan님은 저와 지인이신데, 같은 태국에 살고 계시기도 하죠. 저의 태국어 선생님 중 한 분이시기도 하고요. 사실 태국에 너무 오래계셔서 태국에 관한 한 이분의 의견을 듣는 편입니다. 얼마전 사고를 치기 전에 @himapan님께서 저를 지긋이 잡아주셨습니다. 평소 참 뜨거운 분인데, 제가 터질 때는 -100도 짜리로 차갑게 식혀주셔서 마음속으로 계속 감사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별일 없이 이렇게 글을 쓰고 있을 수 있게 되네요.
그냥 흥미가 떨어져서, 혹은 이보다 더 바쁜 일이 있어서 개인적인 일로 떠나는 분들이야 존중해드려야겠지만, 그것이 자의가 아닌 거센 폭풍 때문에 휩쓸려서 떠나게 된다면, 혹은 무엇 때문에, 누군가의 감정 때문에 마음이 상해서 떠나게 된다면, 자신이 결정했더라도, 그건 타의에 의한 것이 아닐까요.
한 사람의 세계는 그 규모의 크기와 상관없이 여러 사람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사람의 부재는 그 사람과 연결되어 있는 세계자체가 붕괴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본인들은 자신의 세계가 그렇게 거대함을 잘 체감하지 못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남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은 차라리 당연하다고 봅니다. 좋은 사람도 있고, 싫은 사람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스스로에 대해서 마음대로 부정적인 결정을 해버리는 사람들은 혼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부정적인 결론으로 내모는 것은 다른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보다 훨씬 나쁩니다.
지구가 돌고 달이 돌면 태양같이 거대한 행성도 돌아야 합니다. 태양이 돌면 다른 행성들은 말할 것도 없죠. 꼭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오래계신 분들에게 가끔은 끌려가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분들을 믿고 의지하면서 이 가상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생각의 차이가 없다면 그게 이상하죠. 정당한 방법으로 다툼도 하시고, 싸우기도 하십시오. 민주사회에서 하고싶은 말 하시고 조율도 하고, 안되면 걍 으르렁거리면서라도 각자 지내시면 되잖아요. 정 보기 싫은 사람은 뮤트하시고요. 유사이래도 우리가 평화로웠던 적 한 번이라도 있었습니까. 폭풍이 불때면 플랑크톤, 새우, 멸치, 피라미 다들 견디고 버텨볼게요. 준비를 할께요. 그러니 제발 '타의'로 떠나지만은 말아주세요.
비록 전쟁은 아닐지라도, 어쩌면 모두에게 낯선 이 가상공간에서 용기를 내어서 다가가보려는 순간 거품처럼 사라져버리는 @아이디들을 하나 둘 목격하게 되는 것은 비록 그것이 공포까지는 아니어도 남은 이들에게 상처와 부담을 주시는 겁니다. 끝이 아니에요. 떠난 사람은 괜찮을지도 모르겠어요. 남은 사람이 힘들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