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삶의 한 측면이죠. 물론 저나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걸 원치는 않지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게 삶과 하나의 세트라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게 진실이겠죠. 죽음이 있기에 상대적으로 삶은 더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옛날 사람들은 삶 이전의 삶, 그리고 죽음 뒤의 삶을 중시했기에 그걸 대비하는 삶을 살았다면, 오늘날 우리는 지금 살아있는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기에 여러 조건들에 구애받지 않고 지금에 집중하라고 서로에게 조언합니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대비를 중시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지만, 저도 이 순간을 살자는 생각에 동의하는거죠.
삶도, 죽음도 가벼워야 한다는게 전반적인 원칙인데요. 현실이 생각대로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사실 상당부분은 생각과 마음이 실제로 삶에 영향을 주기도 하죠. 아름다우면 좋겠지만, 아름답지는 못해도 가벼워야죠. 삶이 너무 무거우면, 사람들은 오히려 죽음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죽음이란 아무리 늦추고 싶어도 우리에게 하루하루 닥쳐오는 타이머이니 삶이 너무 무거워 애써 죽음을 생각해야 할 정도면 그게 내 운명이라서가 아니라 뭔가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호스피스라고 아시죠. 죽음을 가장 잘 아는 살아있는 사람들입니다. 삶을 '가볍게 살라는 것'과 '가볍게 여기라는 것'은 전혀 다른 말입니다. 가볍게 살아야 하지만, 가볍게 여겨서는 안되죠. 죽음 역시 가볍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가벼운 죽음은 없죠. 가볍게 살고 당연히 받아들이되 그 가치를 가볍게 여기지는 말 것. 너무 복잡한가요.
호스피스 제도가 잘 되어 있는 곳 중 한 곳이 일본이죠. 소개 해 드릴 책은 일본인 호스피스 의사가 수많은 죽음을 지켜보며 쓴 글입니다. 의사지만 몸의 의사라기 보담은 마음의 의사에 더 가까운 셈입니다. 후회는 해도 미련은 하지말자는게 저의 신조 중 하나입니다만, 후회는 주로 했을 때, 미련은 주로 하지 못했을 때 생기는 감정들이죠. 가끔 이 두 가지 개념은 동일하게 쓰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책에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후회'입니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 오츠 슈이치, 황소연 옮김, 21세기 북스

눈에 띄는 몇 가지만 소개하고 싶은데, 지금 멀쩡하게 살아있는 우리들에게 먼저 죽어본 사람이 전해주는 신뢰도 높은 메시지니까 - 저자가 꾸민말이 아니라면 - 꼭 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진짜 하고 싶은 했더라면"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보았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