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가 의식과 사고를 지배한다

저는 언어가 사람의 성품을 반영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언어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것이기에 바른 언어를 쓴다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살피고 정중한 태도로 그를 대한다는 이야기겠지요. 혼자서 내는 감탄사도 같습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의 기분을 배려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분출하여 주변사람의 기분을 불편하게 하는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저는 언어가 사람을 변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말을 하기 전에 얼마나 생각을 하나요? 이 질문에 별 생각 없이 한 말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 기억이 떠올라 저는 좀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되새기고, 다음부터는 그 사람 앞에서 좀 더 생각하고 말을 꺼낸다면 그 사람과의 사이에서 저는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언어가 그 사회를 반영하고 변화시킨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사회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니까요. 언어가 개인을 반영하고 변화시킨다면 사회 또한 그렇게 될 것 입니다.
한때 인터넷에 "관광당하다." 혹은 "관광시키다." 라는 구절이 꽤나 보였습니다. 굴욕을 당한다, 혹은 당하게 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문장이었는데, 관광의 어원은 강간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 언어의 문제는 강간이라는 단어를 친구들 사이에서 쓰는 용어 정도로 만들면서 무의식적으로 강간을 굴욕 정도의 경험으로 축소화시키는 것에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회에서 강간이라는 범죄행위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가볍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언어가 유행하였던 것이고, 이런 언어가 퍼지면서 사회는 더욱 강간을 가볍게 여기게 되었다구요. 주변에 혹시 있을 피해자를 생각한다면 이런 용어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되겠지요.
《세상을 바꾸는 언어》는 개인의 측면에서 언어 생활을 되돌아보고,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여 바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책입니다. 평등, 배려, 공존, 독립, 존중 면에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현재 언어의 문제점과 그 영향을 알려주고,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언어학자가 쓰지 않았습니다. 참여정부 홍보비서관을 지냈던 양정철 씨의 글입니다. 정치에 몸을 담았던 사람이기에, 정치인과 정책에 대한 주관적인 시선이 간간이 보입니다. 사람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읽다보면 호불호가 생기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치적 성향을 떠나 언어의 중요성과 우리가 고쳐나가야 할 것들을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언어는 기술이나 기교가 아니다. 재주 넘치는 글은 화려해 보이지만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상대 처지에서 입장을 바꿔 소소하게 배려하고 마음을 쓰면 그 언어가 좋은 언어다. 배려의 언어는, 진솔한 배려의 마음에서 나온다.
어렸을 때 우리는 이미 부모님께 배웠습니다. 바르고 고운 말을 써야 한다고. 어렵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예전처럼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고 말을 하면 됩니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가 좀더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