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은유 《쓰기의 말들》


어머니께서는 자꾸 글을 잘 쓰고 싶다고 말씀하십니다. 자식을 모두 서울에 보내고 난 후부터 많은 책을 읽으면서 글쓰기를 시작하셨고, 그 종착점이 어떤 종류의 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요즈음에는 작은 신문에 기사를 내고 계십니다. 그런 어머니께 선물로 드렸던 책이 바로 유유출판사에서 나온 《쓰기의 말들》 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쓰는 것'은 저랑 거리가 먼 일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정말로 글을 쓰고 싶어집니다. 책에서 감명이 깊었던 문장을 따라 적고 싶고, 그에 대한 생각을 적고 싶고, 어떻게 이런 단어를 사용했을지에 대해서도 쓰고 싶어집니다. 바로 이런 형태의 글이 바로 유유출판사에서 나온 '말' 시리즈 입니다. 《읽기의 말들》, 《공부의 말들》 이런 제목을 가진, 문장에 대한 소소한 깨달음의 글이죠. 그 중에서 '쓰기'에 관한 《쓰기의 말들》을 가장 좋아합니다.

요즈음 거의 매일 책에 대한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 글이 나중에 보았을 때 부끄러운 것일지라도, 일단 해 보자고 생각하고 꾸준히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쓰지 않으면 그 생각과 감상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휘발되어 버릴 것 같거든요. 그리고 혹여 부끄러울지 모르는 것조차 남겨져 있기에 추후에 이런 생각의 변화를 거쳐왔다는 기록의 의미도 있기 때문이죠. 물론 꾸준히 쓰면 들어오는 글에 대한 보상도 원동력이 됩니다. 작가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매일 작업하지 않고 피아노나 노래를 배울 수 있습니까. 어쩌다 한 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없습니다. - 레프 톨스토이

‘쓰고 또 쓰기’가 가능했던 동력을 따져 보면, 쓰겠다는 의지와 열망보다 통장에 들어오는 원고료의 힘 같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쓰지 않을 도리가 없었고 매일 쓰다 보니 조금씩 나아졌고 나아지니까 힘들어도 재미있었다. 그사이 내 생활은 글쓰기 체제로 구획됐다. 책상과 밥상을 오가며 레미콘이 쉼 없이 돌아가듯이 손가락을 꾸준히 움직였다.

저는 제 자신이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글 쓰는 법에 대해서 배운 사람도 아니고, 정제되지 않은 생각을 내뱉는 느낌도 있습니다. 제대로 체득한 것이 적어서 글의 많은 부분을 다른 사람의 글로 인용하기도 하지요. 제가 평소에 느끼는 이런 생각 또한 글쓰는 사람들의 필연적인 고민인가 봅니다.

내 안에 파고들지 않는 정보는 앎이 아니며 낡은 나를 넘어뜨리고 다른 나, 타자로서의 나로 변화시키지 않는 만남은 체험이 아니다. - 황현산

읽고 쓰며 묻는다. 몸으로 실감한 진실한 표현인지, 설익은 개념으로 세상만사 재단하고 있지는 않는지. 남의 삶을 도구처럼 동원하고 있지는 않는지. 앎으로 삶에 덤비지 않도록, 글이 삶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글을 제대로, 잘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꾸준히 이렇게 나의 생각을 기록한다는 소소한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면 조금씩 발전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작가의 재능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희귀하지 않다. 오히려 그 재능은 많은 시간 동안의 고독을 견디고 계속 작업을 해 나갈 수 있는 능력에서 부분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 리베카 솔닛 -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글 쓰는 일은 지겹고 괴로운 반복 노동인데 그 고통을 감내할 만한 동력이 자기에게 있는가. 재능이 있나 없나 묻기보다 나는 왜 쓰(고자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여긴다.

사실 매일 꾸준히 한다는 방법이 '쓰기'에만 효용이 있는 것을 아닐 것입니다. 어떤 공부든, 어떤 활동이든 도움이 되겠지요. 이 '쓰기'를 다른 단어로 바꿔보았으면 합니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간에요. 그렇게 꾸준히 해서 발전의 모습을 느낀다면 삶이 달라져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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