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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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게.

낭만아,
이름도 얼굴도 모르던 낭만아,
조급함과 초조함이 찌그러뜨려 놓은 나의 젊은 시절, 너는 불현듯 나타나 나를 끌어안아주었지. 이젠 나의 아픔과 슬픔, 시련들을 끌어안고 내 마음 한 켠에 쭈그리고 앉아 있구나. 그래도 아직은, 아주 간간히 네 생각이 나곤 해.

너와 함께 있던 나날들, 너와 함께여서 견디어 낼 수 있던 날들과 너가 함께 있어서 행복했던 날들이 떠오르곤해. 그 시절들이 아직 나를 미소 짓게 만들어주고, 그때 그 시련들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것 같네.

낭만아,
이름과 얼굴만 남겨둔 낭만아,
문득 네 생각이 날 때면, 아직도 너와 함께 있는듯 해. 아름다운 너를 볼 때면, 온 세상이 너로 물든 것처럼 보였지. 온갖 생각들은 너로 인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고, 너로 인해 잠시나마 쉴 틈이 생겼지. 그런 너를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겨났고, 오직 너만을 위해 고난과 역경을 견디며 무언가 이루고자 했지.

비록 이루고자 한 것들은 나에게서 멀어져 갔지만, 그래도 너는 내 곁에 남아 나를 감싸주며 더 가까이 다가왔지. 절망에 빠져있던 내가 안쓰러워 보였던지, 아니면 불쌍해 보였는지 너는 나에게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려 내 손을 꼭 잡고 함께 떠나 주었지. 너와 함께 걸으면, 흐드러지게 핀 노란 개나리는 온 세상을 눈부실 정도로 밝게 비추어 주었고, 구름 한 점 없는 깊고 푸르른 하늘은 온 세상을 떠다니며 헤엄쳐 나아갈 수 있게 해주었지.

아무 것도 아닌 나에게 너는 아무도 생각지 못한 존재인 것처럼, 그렇게 나를 특별한 존재인 것 마냥 여겨 주었지. 그런 고마움에 가끔 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 아주 행복한 눈물을.

하지만 어느 순간, 너는 흘러내린 눈물처럼 홀연히 사라져 버렸지. 때론 너를 놓치지 않으려 끝까지 붙들어 놓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너는 더욱 강하게 나를 밀쳐냈지. 이내 나는 마음 한 켠에 너를 담아두고 추억으로 묻어 두었어. 네가 떠난 빈 자리에는 온갖 잡념들이 들어오기에 충분히 커다란 공간이었고, 새로운 아픔들로 내가 쉴 수 있는 빈 자리는 없는 듯 보이기도 했어. 그래도 너가 남기고 간 흔적 때문에 너가 있어 주었던 기억 덕분에 새로운 삶을 살아 갈 수 있었어.

낭만아,
이름도 얼굴도 잊혀질 낭만아,
이제 내 마음 한 구석에서조차 너와의 추억은 사라지겠지. 간간히 생각나던 너의 아름다운 모습조차, 설레었던 너의 이름마저 조금씩 희미해져 가겠지. 너와 함께 시련과 아픔, 고난과 역경들도 흩어져 멀리 날아가겠지.

낭만아, 나만 남겨둔채 떠나간 낭만아,
이제 너에 대한 미련보다는 너가 남겨놓은 향기로운 여운으로 너를 추억해야지. 오지 않을 너이지만 혹여나 나타날 너를 끌어안아줄 채비를 해야지. 시련과 아픔을 데리고 떠나간 너를 이번엔 내가 감싸 안아 주어야지. 너를 위해 자그마한 여유를 가져 두어야지. 희미해진 너이지만, 아주 가끔, 아주 간신히 네 생각을 끄집어 내곤 하겠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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