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려군 "월량대표아적심"으로, 나라마다 같은 듯 다른 악기 소리로 그곳을 이해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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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내지르지 않아도 너무나 아름다운 등려군의 노래


한국의 해금, 중국의 얼후, 일본의 사미센 및 서양의 바이올린은 음색이 조금씩 다르나 큰 틀에서 각국을 대표하는 비슷한 악기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행 중에 이 악기들의 연주는 곳곳에서 자연스레 듣게되는데, 그때 느낀 각국마다의 같은 듯 다른 그 미묘한 느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각국마다 더 어울리는 고유의 음악들이 있지만, 우리 기준으로 쉬운 비교를 위해 아시아가 사랑한 "등려군"의 대표곡이자 영화 첨밀밀의 OST였던 "월량대표아적심"을 기준으로 해보겠습니다.

먼저 정말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등려군의 음성을 안 듣고 넘어갈 수 없겠죠.


<월량대표아적심 (月亮代表我的心) - 등려군 (鄧麗君)>

그녀는 대만인이기도 했고 너무나 자연스러운 음색과 어조를 가졌기에, 중국어 특유의 강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굳이 요새 많은 가수들처럼 고음을 내지르지 않아도, 얼마든지 더 아름다운 노래 진정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줍니다.

태국에서 젊은 나이에 죽어 간 그녀가 안타깝게 느껴지고 절절하고 사랑스러운 음색이기도 하지요.


국가마다 같은 듯 다른 악기 소리로 그곳을 이해해보기


① 중국의 "얼후" 버전

"월량대표아적심"을 중국 악기인 얼후로 연주한 것 먼저 들어보시죠.


<김지은 얼후 연주>

구구절절하면서도 간드러지는 음색이 빠져들게 하네요.

원래 얼후는 울림통에 고급 뱀가죽을 씌워 만들고, 줄은 쇠줄을 이용합니다.

그래서 깊은 울림의 쇳소리가 납니다. 뱀가죽 울림통으로 인해 쇳소리가 거슬리지 않고, 한없이 구슬프면서도 결코 약하지 않은 깊은 소리를 내는 것 같습니다.

위의 연주를 들으면 멜로디 끝부분이 무난하게 잘 마무리되고 있으나, 실제로 중국인들이 연주할때는 좀 더 멜로디 끝부분에 특유의 떨림을 더 많이 주면서 켜서 정말 간드러지게 연주하기도 하는데요.

얼후 연주를 들으면 과거 중국인들이 광활한 대륙에서 수많은 전란을 겪으며 고되게 살아온 한 같은 것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넘치는 인구 속에서 툭하면 한번에 수십만 명씩 징병해서 싸우던 대륙 마인드의 나라에서 평범한 한 가정의 여인의 삶은 남편과 자식을 떠나보낸 아픔이 베여있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더해서 지금까지도 사회정치적으로 갖은 통제를 받다보니,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음식, 풍류 등 문화는 더욱 발전했을 것인데, 그 중에서도 얼후의 음색은 그 한을 고스란히 남겨놓고 있는 듯 합니다.

튀는 음이 없는 5음음계의 중국에서 이 정도 강하고 아름다우면서 간드러지는 소리를 내는 악기는 드문 것 같습니다.


② 한국의 "해금" 버전

얼후는 한국에서는 해금입니다. 모양새도 거의 흡사합니다. 들어보시죠.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퓨전국악퀸>

해금은 피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얼후가 해금이 되면서 울림통은 뱀가죽보다는 흔히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즉 울림통에는 뱀가죽 대신 나무판을 덧대고, 줄도 쇠줄이 아닌 명주실을 이용했습니다.

그렇게 현지화되면서 음색도 연주법도 조금 바뀌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좀 손쉽게 만들면서, 무난한 음색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뱀가죽의 깊은 울림이 사라지고, 쇠줄의 쇳소리가 사라지고 손가락 끝으로 줄을 눌러 정확하고 좁은 음을 내던 방식에서 , 나무판의 다소 둔탁한 울림과 명주실의 부드러운 소리로 그리고 손가락 마디로 줄을 눌러주는 변형이 오면서 좀 더 넓은 범위를 누르게 되어 약간은 넓은 음을 내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없이 구슬프거나 깊고 강한 쇳소리는 없어지고, 상대적으로 약간은 둔탁하면서도 무난하고 부드러운 음색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우리네 정서와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중국에 치고 일본에도 시달리고 조세와 부역에 치이면서, 사대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저잣거리의 평범하고 고된 삶을 살았을 터, 상대적으로 중국보다 풍류를 즐기기는 더 힘들었을 것이고, 그냥저냥 특색없는 반복된 삶을 사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기에, 해금의 음색도 얼후 대비 더 평범해지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순하고 평화롭고 그런 우리 민족 특성이 해금의 소리에서 그대로 느껴진다고 하면 좀 과장일까요? 아름다운 소리이지만, 약간은 무미건조한 느낌이 조금 드는데요. 개인적인 느낌일 뿐입니다.


③ 일본 "샤미센" 버전

아쉽게도 일본에서 가장 대표적인 악기인 샤미센으로 월량대표아적심을 연주한 것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샤미센의 이해를 위해 아래 연주곡을 들어보세요.


<Shamisen Girls Ki&Ki - Tsugaru Jongara Bushi>

아무래도 등려군의 음악과 샤미센은 아주 잘 어울리는 악기는 아니기 때문에 잘 없는 거겠죠.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샤미센 소리는 우리의 가야금 혹은 서양의 기타 느낌이 같이 납니다.

한국과 중국의 시는 4-4 형식을 따르지만, 일본은 5-7-5-7-7 형식으로 시집과 노래가사를 만들던 나라입니다. 그들은 짧게 갇힌 형식과 여백이 있는 멜로디의 미학보다는, 좀 더 열리고 화려한 멜로디의 미를 추구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얼후나 해금의 2줄 대신 3줄의 샤미센을 주로 썼습니다.

울림통에는 고양이나 개의 가죽을 씌웠고, 현은 명주실이기에 부드러우면서도 약간은 가볍지만 듣다보면 묘하게 깊은 음이 납니다.

현은 2줄에서 3줄로, 그리고 여백이 많은 멜로디를 켜기보다는 쉬지않고 마치 기타의 아르페지오주법처럼 멜로디를 뜯는 방식으로 연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얼후나 해금처럼 여백이 많은 멜로디를 켜는 경우도 더러 있긴 합니다.

사실상 기타에 가깝게 변형된 셈이지요. 그래서인가 전통악기 소리가 분명한데도 웬지 일본은 좀 더 서양에 가까웠던 역사가 웬지 이해가 되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샤미센을 듣다보면, 한국과 중국과는 또 다른 그들의 고뇌가 느껴집니다. 분명 고된 삶은 마찬가였겠지만, 한국과 중국은 그 와중에 멍 때리는 여유 시간도 많고 나름 쉬기도 하는데 반해, 일본의 샤미센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양한 멜로디를 뜯어냅니다. 부지런히 새벽부터 쉴 새없이 일하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고 할까요? 우리와는 또 다른 고된 삶을 살았던 일본인들의 애환이 느껴집니다.

샤미센 연주는 아무래도 관광객 입장에서는 온천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데요.

과거 일본인의 목욕은 때를 밀지 않고 탕에서 쉬는 것 자체가 목적인 것을 미루어보면 그들은 부지런히 일하고 바쁜 하루를 쉬고 피로를 푸는데 초점이 있었고, 과거 우리의 목욕은 때를 불리고 몸을 정갈히 하여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하는 준비에 초점이 있었다고 짐작해 본다면,

왜 샤미센 음악은 그토록 쉼없이 바쁜 멜로디를 마치 기타나 가야금처럼 연주하는지 느낌이 좀 오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기본적으로 워낙 빠르고 바쁘게 돌아가는 멜로디라 조금만 템포가 느려지면 신기하게도 아늑하고 편안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한국과 중국 기준으로는 그것도 상당히 빠른 템포와 너무 많은 멜로디임에도 말이죠.

거기다가 한국과 중국과는 또 다른 , 조금은 오픈된 오음음계를 쓰고 있기에 그들의 특색이 살아 있게 느껴집니다.

일본의 샤미센 소리에는 한국과 중국 특유의 여백 있고 한이 있어 구슬픈 느낌은 덜하지만, 그 소리가 익숙해지게 되면, 바쁘고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삶 속에서 느끼는 또다른 애환과 구슬픔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④ 바이올린

클래식 피아노를 배우면 손가락이 쉴 틈이 없지요. 서양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멜로디와 7음 음계에 각종 반음들까지 사용해 화려한 연주를 해야하지요.

그런 와중에 바이올린도 4줄짜리 악기가 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2줄, 일본은 3줄짜리를 사용하는 것과 잘 비교되는 모습입니다.


<월량대표아적심, 바이올린 연주>

하지만 음이 다양하고 화사하지만, 아무래도 중화권인 등려군의 음악과는 조금은 덜 어울리는 기분도 같이 듭니다. 우리 기준으로는 한과 구슬픔보다는 그래도 좀 화려함과 밝음이 더 묻어나는 음색이 아닌가 싶어집니다. 당시 대부분의 유럽 시민들은 그래도 그나마 우리보다는 그렇게 살았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Kenny G - 월량대표아적심>

참고용이지만, 심지어 케니G도 이 음악을 연주했는데, 해금/얼후/샤미센/바이올린보다도 훨씬 서양적인 느낌이 물씬 나며 완전히 정서가 다른 음악으로 느껴지네요. 재즈바의 정서는 가끔 즐길 때 멋지곤 하지만, 기저에 깔린 우리 정서는 아닌가 봅니다.

개인적으로 중국보다는 미국을 훨씬 선호하고 팝송이나 랩도 즐겨듣지만, 수천년 살아온 조상들이 터전인 이 곳에서 그 피를 받아 태어나 자랐기에, 이렇게 전통악기를 바탕으로 한 음악 정서, 그리고 음식 정서만큼은 한국 일본 중국의 그것을 더 선호할 수 밖에 없나 싶어집니다.


특히 일본과 중국을 여행하시면, 일본의 샤미센 / 중국의 얼후 소리를 곳곳에서 들으실 수 있을 것인데 그것을 우리네 해금, 서양의 바이올린 등과 비교해서 그 다른 느낌과 문화를 이해한다면 좀 더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 아무 사전지식 없이 느끼는 대로 생각해 본 글일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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