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로맨틱한 영감탱이


이런 로맨틱한 영감탱이



모든 도시를 가본 것은 아니지만, 가본 곳 중에 좋아하는 곳을 꼽으라면 암스테르담. 작지만 촘촘하게 들어찬 도시. 촘촘히 떠 놓은 거미줄처럼 만들어진 운하들 사이로 배가 떠다니고, 트램이 도시를 가로지르고, 자전거들이 당당히 도로를 차지하고 있는 곳. 잘 관리된 전통가옥을 배경으로 다양한 탈 것들이 리듬을 이루어 돌아가는 도시.

그런 암스테르담을 두 번째로 방문했던 때의 어느 저녁이었다. 어스름해질 무렵 사람들은 각자의 탈 것을 타고 퇴근을 서두르고 있었고, 나는 빌린 자전거로 그 흐름에 섞여 페달을 밟으며 그들과 도시의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멋진 젊은이를 따라 코너를 돌던 중, 이름 모를 암스테르담의 어느 골목에서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졌다.



01.png



장을 본 아주머니를 데리러 온 걸까, 알 수 없었다. 둘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마주친 후 아주머니가 뒷자리에 올라탔고, 아저씨는 잘 탔는지 슥 보았을 뿐. 그리고 적당한 속도로 자전거는 굴러갔다. 자전거의 속도는 아주머니가 적당히 풍경을 구경할 정도의 속도였던 것 같다. 머리가 기분 좋게 흩날릴 정도, 딱 그 정도. 나는 관심 없는 사람인척했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두 분을 염탐했다...그저 이 순간이 너무 낭만적이어서.

그 날 깨달았다. 이상형을 꼽으라면, 로맨틱한 영감탱이가 될만한 남자라고. 삶에 낭만이 베어 나오는 사람. 그런 사람을 발견하고 서로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 생을 함께 살아갈 수 있으면 더없이 좋을 거라고.



02.png



여러 명이 거하게 고기랑 술을 먹으러 갔던 어느 날, 고깃집 벽에 무심히 붙어있던 A4용지 한 장에 마음이 갔다. 꾹꾹 눌러쓴 글자에 시선이 머물렀다. 계절메뉴가 아닌 '계절의 미각'이라고 쓸 만큼의 낭만. 나는 고깃집 사장님께 “사장님 참 멋진 분이시네요.”라고 건넸다. 그 후에 몇 번 갔다가 단골손님과의 대화에서 사장님이 시를 좋아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시의 빠른 리듬속에 빠르게 살다가도 가끔 멈춰 설 것이다. 암스테르담에서처럼, 고깃집에서처럼, 빛바래지 않을 낭만 한 웅큼 품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팔기 위해 만든 음악들 사이로 벨로쥬의 음악이 들려온다면. 손글씨로 쓴 엽서를 건네는 사람이 있다면. 가끔 멈춰 설 것이다. 혹시 당신이 그 사람일까 하고.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참지 못하고 또 말하고 말 것이다. “당신, 참 멋진 사람이네요.”라고.


@garden.park 님의 한여름 밤의 도라지 위스키 공모전에 응모하는 글입니다.

H2
H3
H4
Upload from PC
Video gallery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35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