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멋지게 써주신 @kundani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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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랑 가까이 붙어있는데
파마약 냄새가 너무 진동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오빠한테도
그 냄새가 지독하게 느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찰나
오빠 입술이
내 귀에서 볼로
볼에서
입으로
내려왔다.
19.
우리 이래도 될까요?(3)
서로의 입술이 닿은 후에는
자연스럽게 키스로 이어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이 열렸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찌릿했다.
나는
머리랑 몸이랑 따로 놀았다.
'이래도 되는거야?
지금 뭐하는거야?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밀어내고 싶지도 않고
그만하고 싶지도 않아.
.....좋은 것 같아.'
나의 인생 드라마 Best3에 꼽히는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들었던 대사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너무 굶었어, 너무 굶은게야...'
솔직히
나이 많은 아저씨랑 키스하면
냄새 같은 것이 날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다.
냄새가 날 것이란 예상이 틀리니
오히려 키스는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왜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을까.
잘하고 잘하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느낌이 좋았다.
오빠 손은 제법 바쁘게 움직였고
나는 살짝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나는 오빠가 나를 그렇게 만지는 것 조차
기분 나쁘지 않았다.
14년이라는 우리 사이의 거리가
그렇게 한 뼘, 두 뼘 줄어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계속 이러고 있어도 되나 싶은
갈등이 생겼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어른의 세계는 생각보다 쎘다.
그래서 입술을 뗐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들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처음에는 웃음이 났다.
내가 좋아했던 선생님,
오빠랑 키스까지!
세상에 이런 일이!
좋아서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오빠한테 보이면 안될 것 같았다.
키스...좋아서 환장한 사람처럼 보일 수는 없었다.
'웃으면 안돼. 웃지 말고!'
드라마에서 보면 늘 키스하는 장면만 나올 뿐
키스가 끝난 뒤 어색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 해보는 키스도 아니었지만
키스하고 난 다음 자세를 어떻게 해야 할지 헷갈렸다.
마음을 좀 가다듬으니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현실에 눈을 떴다.
마치 키스할 때는 꿈이었고
키스를 멈춘 후에는 꿈에서 깬 것처럼.
다가 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코 앞에 닥쳤다.
'선생님이랑 제자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소문이라도 나면.....
원조교제? 라고 사람들이 손가락질할까?
우리 집에서 알면 어떻게 되는 거야?
학교에서 알게 되면 또 어떻게 되는 거야?
우리 아빠는 머리채 잡으러 오겠지...?
다른 사람들한테 우리 사이... 인정받을 수 있을까?
...오빠는 사귀자는 말도 없이 이렇게...
키스 먼저...하는거야?
원래 어른이 되면 다 그런건가...?
나랑 어쩌자는거야...
....뭐야...'
"괜찮아? 설마 울어? 킴쑤?"
오빠는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내 얼굴을 보려고
오른쪽, 왼쪽으로 크게 갸웃거렸다.
"킴쑤야?
...킴쑤야? 왜 그래~"
나는 눈을 밑으로 깔고 있었지만
그런 오빠 모습이 다 보였다.
"킴쑤야... 고개 들어봐. 응?"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빠는 양손을 내 양 볼에 살며시 올렸다.
그리고 내 얼굴을 들어 올렸다.
나는 오빠랑 눈이 마주쳤다.
오빠는 좀 웃어보라는 듯이 '히이-'하고 미소 지었다.
나는 따라서 입꼬리를 올렸다가 금방 내렸다.
부끄럽기도 하고
오빠 얼굴을 보니 더 걱정이 커졌다.
나는 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에이~ 그러지 말구."
오빠는 내 손을 잡아 내렸다.
나는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오빠가 다시 내 얼굴을 들어 올려서
가까이 당겨 뽀뽀했다.
나는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 방 안에 있던 성모 마리아 상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파마약 냄새는 더욱 진하게 진동했다.
"이제 어떡할 거예요?"
오빠는 내 말이 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살짝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뭘 어떡해?"
"이제 우리 어떡할거냐구요."
"어떡하긴 뭘 어떡해."
"오빠랑 나....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우리 이래도 되는 거예요?"
"이러면 안되는 거 였어?"
"아니... 뭐..."
정적이 흘렀다.
"킴쑤야 고개 들어봐."
나는 고개를 들까 말까 하다가
오빠 목소리가 더 묵직해진 걸 느끼고
고개를 들어 오빠 눈을 바라봤다.
"기분 나빴어?"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럼 걱정되는 게 있는 거야?"
나는 오빠의 질문에
눈을 내리깔고 쉽사리 대답하지 못 했다.
애꿎은 오빠 이불만 만지작 댔다.
오빠는 내 손을 끌어 당겨 오빠 손으로 감쌌다.
"걱정하지 마. 괜찮아. 내가 있잖아."
오빠도, 나도 잘못한 것이 하나 없는데
내가 괜한 걱정부터 하는 바람에 예민해져서
쏘아붙이 듯 말을 건넨 것 같았다.
나는 오빠를 올려다 보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늦겠다. 나가야지. 집에 가려면 또 시간 걸리니까."
오빠는 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나를 꼬옥 안았다.
"걱정 마, 괜찮을거야. 다 괜찮을거야.
잠시만. 나 옷 좀 갈아입고 나갈테니까
잠깐만 문 밖에 있어봐~
보면 안돼~"
오빠는 심각한 내 표정을 풀어주려고
더욱 더 밝은 표정을 지었다.
나는 문 밖에 서서 오빠 집을 빙글 훑어봤다.
'혼자 사니까 이렇구나...'
내가 골똘히 생각하는 동안
오빠는 편한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학교 갈 때 입었던 가디건과 셔츠가 아니라
츄리닝에 패딩.
그게 더 자연스러운 재돌샘,
아니 재돌이 오빠의 모습 같았다.
"가자."
오빠는 내 앞에 서서 활짝 웃었다.
'키스 한 번 하고 끝나는 건 아니겠지?'
라는 마음에 나는 문을 열고 나가려는
오빠를 돌려세워 입술을 내밀었다.
오빠가 상체를 숙여 한 번 더 내 입술에 뽀뽀했다.
나는 사뿐히 오빠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오빠가 문을 잠그는 동안
조용한 옆집 문을 휙 한번 째려보고
내려왔다.
_다음편에 계속
@calist님의 아이디어를 빌려왔습니다^^
다음 글의 링크를 달아 둘테니 정주행
에 막힘없이 달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