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영화를 두 번 본 적이 있나요? 그 정도 영화라면 사람들한테 기꺼이 추천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뷰티풀 그린(Beautiful Green)>를 권합니다. 프랑스 영화인데 전혀 무겁지가 않습니다. 코믹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삶을 근원에서 돌아보게 하니까요.
지구보다 200년 정도 앞선 별, ‘뷰티풀 그린’. 그럼에도 그 곳 사람들은 자연과 동화되어 소박하면서도 아름답게 살아갑니다. 영화는 이 별 어느 산등성이에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시작됩니다.
각자가 가져온 싱싱한 과일과 야채 그리고 즉석에 짠 우유를 서로 나누어 먹으며,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서로 나눈 뒤 회의를 합니다. 회의 골자는 온갖 공해와 스트레스에 찌들어 삶의 근본을 잃어가는 지구인들을 각성시키는 일을 누가 할 것인가.
그 주인공이 된 밀라가 지구로 와서 겪는 온갖 에피소드는 순간적으로 웃음을 짓게 하지만 사실 그만큼 우리네 삶이 근본에서 멀어졌다가는 걸 돌아보게 합니다. 화를 내기보다 충분히 삶을 감사할 수 있음에도 불같이 화를 내어 제 목숨을 단축하는 지구인들에게 밀라는 충격파를 보냅니다.
밀라가 고개를 조금 뒤로 꺾고, 두 손을 벌려 이마와 턱에 대고 순간 파장을 보냅니다. 그 충격파를 받은 사람은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어 둘레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지요. 이를테면 이기기 위한 축구 시합을 하다보면 반칙을 서슴지 않거나 부상을 당하곤 합니다. 심지어 승부조작까지 벌어지곤 합니다. 이런 식 스포츠를 밀라는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밀라가 파장을 보냅니다. 격렬하던 선수들이 갑자기 서로 부둥켜안고 춤판을 즐깁니다.
이런 식 축구를 해보는 것도 재미날 거 같습니다. 10분 시합, 10분 춤을 번갈아한다면 꽤나 영적이자 예술적인 스포츠가 되지 않을까. 춤을 출 때는 관중들도 함께 하면 더 신나지 않을까요?
사실 제가 받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아기와의 교감입니다. 오염된 지구 음식을 먹지 못하는 밀라는 에너지 보충을 어떻게 할까요? 아기를 안고 합니다. 아기 키워본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아기가 얼마나 에너지 덩어리인지.
모두가 밀라처럼 아기를 사랑으로만 대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음식을 한결 덜 먹어도 되지 싶습니다. 폭음과 폭식으로 우리 몸이 병들어가는 건 그만큼 사랑을 키우고 나누는 삶이 부족해서일지도 모릅니다.
마지막 장면도 여운이 오래 남네요. ‘뷰티플 그린’의 젊은이들이 호숫가 나무에 매단 그네를 자유자재로 타고, 몸을 단련하는 여러 몸짓들이 참 부럽더군요. 건강한 몸이야말로 가장 완전한 예술품이자, 놀잇감이며, 자아실현의 토대가 될 테니까요.
100분 동안 즐거우면서도 우리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영화감독에다가 주연까지 맡아준 콜린 세로가 새삼 고맙더라고요. 아이들과 함께 봐도 참 좋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