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 그녀와의 관계는 끝이났다

1997년 그해 여름. 2년여의 복무를 마치고 사회로 나왔다.
하고 싶은 것들은 많았지만 우선 복학신청부터 하기로 했다.
하루라도 빨리 졸업해서 취직도 하고 돈도 벌어보려는 마음 탓에 제대한지 3일만에 서둘러 복학신청을 했었다.
그리고 그녀를 만났다 아니 만날뻔 했다.

그녀와 나는 졸업할때까지 단 한번도 이야기를 나눠 본적이 없다.
그저 지나가다 눈이 마주치면 인사만 하는 정도였고 2년이라는 짧지않은 시간동안 한마디도 하지 나눠보지 않은 것이다.
같은과 선후배 사이로 전공 과목을 같이 들었는데도 말한번 나눠보지 않았고 졸업할때까지 그런 상태였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그런 그녀와 인연이 다시 시작된것은 3년이 지난 어느날이었다.


IMF시기라 취업이 쉽지 않은 시기였지만 운좋게도 일찍 자리를 잡은 나는 하루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날도 난 사무실의 막내로서 새로 들어온다는 신입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기대감을 안고 회사로 출근을 했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일이 꼬일려는지 오늘따라 유난히 실장의 표정이 심상치않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잠시 밖으로 나간 사이에 자기가 직접 전화를 받았다는 이유로 성질을 부리기 시작하는데 이런 웬수가 따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묵묵히 참아 넘기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후 그녀가 그곳으로 들어왔다.
그렇다. 내 후임으로 새로 들어 온다던 이가 그녀였던 거다.

좀전 나를 곤란하게 만든 그 전화도 그녀가 건 것이었고 그때문에 갈굼을 당하고 있었지만 그 모든것을 떠난 놀라움과 반가움이 앞서 그녀에게 먼저 아는체를 했다.
''어! 어!~~''라고
그녀도 반가운지 인사를 건넸다.
''선배 오랜만이에요.''
''그래! 반가워''

처음 본후로 5년. 우린 그렇게 5년만에 처음으로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후로 우린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알아가며 학교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무엇보다 내 후임으로 들어 왔다는 말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기분이 바뀌는 실장과 함께 있게되었다는 뜻이다.
힘들거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좀 더 잘 챙겨주려고 신경을 썼고 그렇게 우리는 좀 더 가까워질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또 4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하게 되고 서로를 향한 마음이 단지 선후배 사이보다는 좀 더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06년 겨울 그때 당시 올드미스 다이어리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영화로까지 제작 된 일이 있었다.
그녀와 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함께 그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조금 묘한 우리 둘의 관계가 1년여 정도 그렇게 지속된거다.
마치 영화속 지현우와 예지원처럼 누구보다 가깝지만 그렇다고 그 이상은 아닌 사이.

영화를 보던 도중 그녀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나쁜사람''이라고 예지원이 지현우에게 한 대사를 그대로 내게 돌려준거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그녀와 나의 관계는 그날로 끝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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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아빠! 빨리와''
''알았어. 자기야. 지금간다.''

그리고 지금은 사랑하는 우리 두 아이의 아빠와 엄마가되어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있다.


@floridasnail님의 이벤트에 참여하려고 마나님과 결혼하기까지의 일을 생각해보니 지금도 신기하네요.
같이 졸업했던 친구들을 가끔 만나면 너희둘이 결혼할 줄은 몰랐다는 소리를 자주 하곤 합니다.
대학교때 우리를 알던 사람들이니 당연한 반응이겠죠.
하지만 지금은 보기좋다는 말을 들을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말을 들을때가 제일 기분 좋기도 합니다. 그만큼 행복하다는 반증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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