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 나만의 명곡] 이스턴사이드킥, 흑백만화도시 그리고 88

이번엔 두 곡입니다.

이스턴사이드킥...
그들의 노래 중, 하나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고 하나는 여왕님이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흑백만화도시 그리고 88


흑백만화도시

by 이스턴사이드킥

흑백만화도시 상상하다 알게 된 것은.
태양보다 아름다운, 토막나는 어지러움..
그저 서있다가 혀를 차며 알게 된 것은.
초심위의 도시보다 가소로운 흔적임을
나의 집 앞에는 흑백만화도시
뜨거운 문고리 흑백만화도시
나의 집 앞에는 흑백만화도시
뜨거운 문고리 흑백만화도시

돌아오는 저녁 집앞에서 드는 생각은
그립구나 내마음이, 착했구나 내사랑은.
마음이 안 편한 의자 앞에 보이는 것은
단단해진 목소리로 돌아가자 하는 태양.
나의 집 앞에는 흑백만화도시
뜨거운 문고리 흑백만화도시
나의 집 앞에는 흑백만화도시
뜨거운 문고리 흑백만화도시

나의 집 앞에는 흑백만화도시
뜨거운 문고리 흑백만화도시
나의 집 앞에는 흑백만화도시
뜨거운 문고리 흑백만화도시


이스턴사이드킥...
네 명의 남자들로 구성된 밴드입니다. 아니, 였습니다. 그들은 2년전 이맘때 서로 헤어졌으니까. 그래서 두 곡 중 하나는 제가 그들을 안 처음 곡, 하나는 마지막 곡이 되었습니다.

이스턴사이드킥...
감히 말하건대, 상투적이지만, 한국 록의 역사를 바꾸어 놓을 밴드였습니다. 지금은 보컬 오주환과 드럼 박근창은 밴드 '아도이'에서, 기타 류인혁은 '18그램'에서 활동하고 있고 베이스 배상환은 얼마전 갔던 김바다 공연에서 만났습니다.

이스턴사이드킥...
멱살을 붙들고 와서라도 다시 제자리로 돌려 놓고 싶습니다. 작곡과 기타를 맡았던 고한결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애쉬크로프트. 수제 디자이너 안경테 업체. 홍대앞 음악인들이 다수 일하고 있는 곳이죠.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안경테도 애쉬크로프트입니다. 그런데 고한결이 거기서 일한다네요. 그런, 별 일 아닌 사실을 알고 저는 한숨인지 웃음인지를 지었습니다.

이스턴사이드킥...
2년 전 이맘때쯤 그들의 마지막 공연엘 갔습니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88을 연주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울었습니다. 저와 여왕님은 보컬 오주환과 시선이 맞닿는 맞은 편 끝에 서 있었습니다. 그도 울고 고한결도 울고 여왕님도 울고 거기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울었지만 저는 울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88을 부르며 저희 쪽으로 꾸벅 인사하는 오주환의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보면서부터 제 입에선 저도 모르게 계속 이 말만 나오더군요. "에이, 나쁜 놈들... 나쁜 새끼들..."


88

by 이스턴사이드킥

말과는 다르게
밤은 어둡다
88의 가로등
배에 손을 올리고 자네
이제 편한가

다시 곧 이 밤이
지나서 가고
듬성히 누워서
불빛을 고르고 있으면
목이 기우네

바람은 조금씩 느려지고, 헤매고
알아들을 수 없네
길은 가로로 이어지고
나는 아직 혼자 앉아 있소

바람은 조금씩 느려지고, 헤매고
알아들을 수 없네
길은 가로로 이어지고
나는 그때 혼자 앉아 있었네

가까이 가보니
더 허전하다
88의 가로등
배에 손을 올리고 자네
이제 편한가

나의 발걸음은
한쪽이 짧다
헐거운 이 길은
다시 봐도
볼 것이 없네
밤이 가는가

바람은 조금씩 느려지고, 헤매고
알아들을 수 없네
길은 가로로 이어지고
나는 아직 혼자 앉아 있소

바람은 조금씩 느려지고, 헤매고
알아들을 수 없네
길은 가로로 이어지고
나는 그때 혼자 앉아 있었네


오늘 아침 봄비가 촉촉히 내리고 그들의 음악을 틀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말없이 음악을 듣던 여왕님이 문득 말합니다. "이런 음악을 던져놓고, 다들 어디로 가 버리면 안되는 거 아닌가?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

이스턴사이드킥...
다들 각자의 길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행복하리라 믿고 앞으로도 그러라 진심으로 축복합니다만, 2년이 흐른 지금도 이렇게 음악을 듣고 있을 때면, 너네님들은 어쨌거나 나쁜 놈들, 나쁜 새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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