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담수첩] 자기전에 쓰는 짧은 글. Moist music box.

맥주 반 잔이 남았다.

만원의 네 캔중에 스텔라 하나, 하이네켄 둘, 지금 마시고 있는 블랑 1664.
다년간 마셔본 바로 나에게는 에일보다는 라거가 몸에 맞는듯 하다. 블랑은 라거가 아닐지도. 필스너 우르켈과 함께 제일 좋아하는 맥주, 그래서 둘 중에 한 캔씩은 꼭 산다.

홍콩영화 '대사건'을 봤다. 러닝 타임도 짧고 아무 생각없이 보기에 딱 적당했다. 왓챠플레이에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재미있게 본 영화라길래 보려고 찜 해놓은 많은 영화들을 뒤로하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성공적. 작금의 Show와 매치되어서 볼 만 했다. 역시나 관상의 방점은 나중에 지나고 나야 찍히나보다. 내 저런 위인인줄 알았는데는 이미 늦었다.

한 달 전 원치 않게 길러진 머리를 잘랐다. 양손잡이도 아닌데, 적절하게 머리를 쓸어 넘겼나보다. 그래서 원치 않게 가르마가 반으로 갈라졌다. 머리를 자르며 선생님께 물었다. 이거 원래대로 돌려 놓을 수 있을까요? 안 될거라 했다.

무의식중에 양손으로 쓸어 넘겼던 버릇은 그대로였다. 의식중에 머리를 말리며 원래대로...라고 할 것 도 없이 여전히 왼손은 머리를 쓸어 넘기고 오른손엔 드라이어를 들고 있었다. 조금은 의식하며 말렸는지 보이는 앞 부분의 가르마만 원래대로 돌아왔다. 눈을 치켜뜨며 거울을 바라보니 가르마가 사선이 되어있다.

가르마가 아직 온전히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는데, 이제 눈커풀이 말썽이다. 엄마 아빠가 뚜렷하게 가진 쌍커풀 유전자의 열성을 타고 난 나의 눈커풀의 한쪽이 접히기 시작했다. 몇 년에 한 번 꼴로 으레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꽤 오래간다.

속눈썹을 댕기면서 눈을 덥은 거죽이 펴지기를 바라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안 그래도 '매의 눈'인데 한쪽만이라면...외꺼풀이고 싶다. 왼쪽 눈꺼풀이 펴지지 않아, 오른쪽 눈꺼풀에 아이참을 붙이고 싶지는 않다.

길었던 머리를 짧지 않게 자르고 한달이 흐른 며칠전부터 유재하의 '그대와 영원히'의 가사가 입가에 맴돌았는데, 소름 돋았다. 유튜브는 어찌 알고 이런 노래를 나의 곁에 놓아 두고 가는 것일까.

유재하가 부른 그대와 영원히는 아직 듣지 못했다.

이전에 숲튽훈이라 놀려댔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교과서를 배게 삼던 그때 그 시절 최고의 앨범으로 남아있는 김장훈 5집에 담겨있는 '오페라' 이 노래가 원곡인지는 모르겠다.

내일 비가 온다 했었나...원래 문관철, 그의 노래였다고 했다더라.
턴테이블이 갖고 싶어졌다.


지금 시간, 새벽 2시.
축축했지만 달콤했던 음악 상자의 음악으로 클로징 했으니, 꿈속에서 고스트스테이션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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