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근력 운동도 함께 하는 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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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올라라, 허벅지!


요가라고 하면 그냥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스트레칭도 포함이 되긴 하는데, 의외로 근육을 써야 하는 동작들이 꽤 많다. 그래서 요가를 진짜 제대로 하려면 근육을 키워야 하고, 근력 운동을 하는 사람일수록 요가와 병행을 해주면 좋다고 한다.

특히나 내가 듣는 요가 클래스에서는 팔이나 다리, 복근 등의 힘을 기르는 동작을 중간중간 함께 해준다. 예를 들면 '개 기지게 켜는 자세'에서 '코브라 제세'로 전환할 때 꼭 중간에 팔굽혀펴기를 시킨다. 아, 굽혔던 팔을 다시 펴지는 않으니 엄밀히 말하자면 팔굽혀펴기는 아니고 팔굽히기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팔에 힘을 줘서 몸통을 바닥으로 천천히 낮추는 동작을 시킨다.

다리는 또 어떻고. '영웅자세'로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만 '스쿼트'를 살짝궁 닮은 '의자 자세(chair pose)'를 하면 허벅지가 본격적으로 불타오른다.



의자 자세. 중심을 잡기 위해 팔을 더 위로 올리기도 한다. 우리 클래스 선생님은 자꾸 더 앉으라고 하신다. 크헉.
출처: Myfitnesscraze



변형된 의자 자세. 사진 속 그녀는 웃고 있다. 왠지 모르겠다. 절대 웃음이 나올 수 있는 자세가 아닌데.
출처: Gaia


치명적인 그 소리


코어(복근)에 힘이 들어가는 자세들도 많은데, 그중 대표적인 건 '보트 자세(boat pose)'다. 두 다리를 들어올려 몸을 V자 모양으로 만든 상태에서 엉덩이만 바닥에 대고 균형을 잡는 자세인데, 몸이 뒤로 발라당 넘어가지 않도록 배에 힘을 잔뜩 주고 있어야 하는 자세다.



캬, 자세 봐라. 멋지다. 이때 복근에 힘이 없는 사람은 뒤로 발라당 넘어가곤 한다.
출처: Yoga International


요가 수업시간에 바로 이 '보트 자세'를 했는데, 선생님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조금 더 어렵게 만드셨다. 팔을 그냥 앞으로 뻗고 있는 게 아니라 마치 똥침을 하듯이 두 손바닥을 마주댄다. 그다음 두 손을 다리의 오른쪽, 왼쪽으로 방향을 바꿔가며 찌르는 거다. 물론 두 다리는 여전히 든 채로, 엉덩이만 바닥에 댄 채. 복근뿐만 아니라 옆구리까지도 자극이 팍팍 되는 운동이다.


이렇게 두 손을 다리 오른쪽, 왼쪽으로 찌른다.
출처: SparkCollector


모두들 인상을 잔뜩 써가며 열심히 이 자세를 하고 있는데, 교실 한 가운데 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부륵~.

근데 아무도 반응이 없다. 음, 내가 잘못 들었나? 가차없으신 선생님은 두 세트를 더 시키셨다. 오른쪽, 왼쪽, 오른쪽, 왼쪽. 그때 또다시.

부륵~ 부륵~.

오른쪽, 왼쪽. 찌르는 박자에 맞춰 치명적인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건 의심의 여지없이 방귀소리다.


교양인이 될 것인가, 자연인이 될 것인가


처음 한번은 실수로 잘못 들었겠거니 했다. 하지만 두손을 찌르는 타이밍에 딱 맞춰 들린 건 분명 방귀소리였다. 아, 이 상황에서 웃으면 자세가 다 망가질 텐데. 근데, 이 교양인들. 아무도 반응을 안 한다. 웃는 사람이 없다. 모두들 무심히 교실 앞 선생님을 바라보며 오른쪽, 왼쪽 찌르기만 반복한다.

그렇다면 나도 웃음을 참아야지. 그 사람이 얼마나 민망하겠는가. 이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누구 한 명이라도 키득거리면 교실 전체가 다 웃음바다가 될지도 모른다. 그 기폭제가 내가 되어선 안 된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교양인이 되어야 한다.

생각을 다른 데로 돌려보자. 방귀 끼는 건 자연스러운 거다. 더군다나 힘을 쓰며 요가나 운동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방귀가 나올 수도 있는 거고. 근데, 사람이 방귀 끼는 게 자연스러운 거면 그걸 듣고 웃음이 나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 아, 방귀 생각 좀 그만해! 생각하니까 또 웃음이 나잖아!

괜히 새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헛기침을 했다. 독한 교양인들 같으니라고. 이 상황에서 실웃음 웃는 사람 하나 없다니. 저 힘든 '보트 자세(boat pose twist)'를 하면서 나는 이를 악물고 웃음을 참았다. 교양인이 되기 위해. 어쩌면 이 많은 사람들 중에 또다른 누군가는 교양인이 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방귀를 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 방귀 생각 좀 그만하라고! 더 웃음이 나잖아!

그날 수업은 평소보다 유난히 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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