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생을 갈구하는 마음에서 그 끝을 보기 원한다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시를 쓰는 동네다
‘그대를 위한 마지막 시’는 시가 아니다. 처음 집필해보는 책에서 그 진실한 의미를 간결하게나마 요약하고자 글귀를 적어 발악한 것이었다, 오로지 그 글만을 마음에 든다 말했기에 마침 행복의 근원을 찾아낸다. 참된 말과 형식의 말에서 구분하는 일로 흔히 싸워대지만 나는 진정 알았다고 자부한다. 글 몇 자 적고 시라는 명패를 달아 우쭐한다 말할 수는 없고 끄적이던 노트에서 시집이 되었다 당당하다 말할 수는 없었다. 시를 짓다 떠나갔으니 남아있는게 ‘시’ 밖에 없는지라 멍청한 버그 하나 못 잡는 기계처럼 글자놀이나 하고 앉아있는 것이다. 어쩜그리 집착을 하는지 컴퓨터로 코드나 두드리다 낭만 한 줄 적어보려 시작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만... 시작은 그런 것이 아닌지라 어쭙잖게도 칭찬을 받기가 항상 부끄러운 것이다. 하늘이 어쩌고저쩌고 그대가 어떻고 저렇고 이따위 말로 위안이나 삼으려고 하는 짓거리였으면 더욱이 좋았겠다... 쓰다 보니 그것만 머릿속 뇌관을 자극하는지라 글이 다 하나 같이 두부 한 모를 가리키고 있다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무슨 말이 그렇나 맞장구 치다가도 국립 중앙 도서관에 등록되어진 수 백 권의 시집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 깨닫게 된다 누구 하나 읽어달라는 외침 없이 정적의 글만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텅 비어버린 대학 도서관도 그렇다 학문을 깨우치고자 매일 부신 아침을 이겨내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저 맛난 밥 한 공기 미래에 던지고자 다니는 것이다 개도 밥 먹을 때는 안 건드린다는데 왜 인간이 먹고 살자는데 건드리는 것인가 이러니 기계들이 발전하며 앞으로는 우리 대신 꿈을 꾸고 낭만을 말할 날이 머지않았다 한국어 중국어 영어도 결국 인간이 만든 약속이라 java c html swift 또한 다를 바 없다 단지 소통 대상만이 다를 뿐 현실을 초월하는 이야기를 담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아 기계 오작동을 기리는 마음에서 시를 끄적여 봐야겠다 결국 교과서에 실려 또 하나의 문제 풀이로 소생하기도 하고 도서관에 병든 미라같이 고이 썩어가고 너무나도 낭만적이다 혹시 모르지 천지창조의 손가락 사이 만큼의 확률로 지구를 변화시킬 내공을 가지고 있을지 혹시 모르지 미래의 맛난 밥이 한 공기가 아니게 될지 혹시 모르지 나 또한 행복한 날이 찾아올지
지저귀는 새들을 따라 치킨이 되기 전에 글을 쓴다. 쓸쓸히 뒤진 후에 동전 하나 못가져가니 나 하나 기억해주길 바라며 뼈에 적어 흙에 묻고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기도나 하는 것 초등학생이 아는 문제 나왔다고 손이나 들고 그러고 있는 것 사진 찍는 걸 싫어했던지라 그 머리카락 한 올과 피부 획 하나 그리고자 글 따위나 적는 것 그것뿐이었다 그러니 본 모습이 처량하다 생각하는 이는 사진 찍는걸 시작하자
시작 詩作 / 이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