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의 죽음



15년을 함께했던 우리집 강아지 짱돌이의 예정된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시기에, 가족 각자의 사정으로 나는 당시 집에 짱돌이와 단 둘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짱돌이의 죽음도 나 혼자 발견해야 했고 텅 빈 집에서 자주 울었다.


짱돌이의 소식을 듣자마자 광주에 사는 이모는 내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자마자 이모는 나보다 더 서럽게 울었다. 울어주었다. 우리 가족은 이모와 몇 년동안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추억이 있어서 짱돌이도 이모에게는 친숙한 존재였겠지만 그래도 남의 강아지인데.. 이모의 서러운 울음은 약간은 의외였다. 짱돌이를 생각하며 울었던 것인지 아니면 짱돌이를 홀로 상실했을 조카의 감정을 떠올리며 울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이모의 전화는 굉장히 고마웠다. 이별을 당한 사람에게 누군가 함께 울어준다는 것이 그렇게 위안이 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어제 사촌동생은 SNS로 미미의 죽음을 알렸다. 미미는 이모가 13년동안 키운 강아지다. 나는 미미를 일년에 두 번 정도 이모집에 놀러갈 때 봤던 기억밖에 없어서 사실 미미의 죽음 자체가 내게 감정적으로 와닿진 않았다. 그러나 짱돌이가 죽었을 때 이모의 전화를 떠올리고는.. 이모한테 한 번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처리해야 할 일들이 좀 있기도 했고 막연히 '이모는 나보다 한참 어른이니까 성숙한 애도를 하고 있겠지..' 라는 마음으로 어제를 넘겼다.


최근 상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터라, 오늘 아침에 작업을 하다가 문득 이모는 평소에 자주 혼자 집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모에게 전화했다. 이모는 전화를 받자마자 훌쩍거리고 있었다. 이모 울어? 응.. 이모에게 미미의 죽음에 관해 몇 가지를 물었고, 이모는 울면서 답했다. 미미가 지병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죽기 며칠 전부터는 마약 먹은 것처럼 유난히 방긋방긋 웃었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우리가 죽으면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우리가 키웠던 반려동물이 가장 먼저 기다리고 있다는.. 전혀 위로되지 않을 이야기를 이모에게 횡설수설 전했다. 아따.. 그래도 우리 오쟁.. 전화도 다 할 줄 알고.. 라면서 이모는 연신 코를 훌쩍였다. 이모가 그랬듯 나는 서럽게 울어주지는 못했다. 다만 코가 시큼시큼 했을 뿐이다.


전화를 끊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정말 서럽게 소리내어 울었는데 울음의 정체가 묘연했다. 미미를 상실한 이모의 처지에 뒤늦은 감정이입을 한 것인지, 이모와 통화하며 봤던 냉장고에 붙여놓은 짱돌이 사진에서 갑자기 잊었던 그리움이 폭발한 것인지, 최근에 겪은 개인적인 일을 이모에게 이입한 것인지.. 아 이왕 울거 이모한테 울어줄걸 그랬네. 나도 이렇게 서럽게 잘 울 수 있는데.


어제는 있다가 오늘은 없는 것이 이별이다. 삶에서 이보다 더한 극적인 체험은 없다. 아마 이모에게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당분간의 격렬한 애도의 시간을 넘으면 출렁이는 지금의 마음도 점차 차분해질 것이다. 그런데 이모도 그것을 모를 리가 없겠지. 나보다 곱배로 더 잘 알겠지. 그동안 나보다는 훨씬 더 많은 이별을 경험해봤을 테니까. 그래도 이별은 수백번을 반복하더라도 익숙해지고 초연할 수 없을 것이다. 항상 이별하는 대상은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이며 앞으로 50억년을 더 산다고 한들 다시는 반복할 수 없는 인연이니까. 아마 떠난 미미의 마음도 굉장히 힘들고 아플 것이다. 미미도 울고 있겠지. 미미도 저 세상에서 많은 시간 애도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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