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는 '문라이즈 킹덤'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후에 세번째.
예전부터 보려고 마음먹은 영화인데 미루고 미루다 올레tv의 추천영화 메뉴에 뜬 걸 보고 보게 되었다. 제목부터 참 독특한 '다즐링 주식회사'. 아버지의 죽음을 전하기 위해 인도에 있는 어머니를 찾아가는 삼형제를 그린 영화인데, 영화 배경의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바로 기차. 다즐링 주식회사는 인도의 실제 열차명이라고 한다.
일단,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영상미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나 카메라 구도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나 영상들도 무수히 많이 쏟아져 나왔고, 디자인의 영감으로도 자주 쓰인다. 특유의 대칭구도와 사람의 표정을 갑작스럽게 줌인하는 방식, 컬러의 조합이 혀를 내두를 정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그 모든 미학이 응집된 영화라면, 2007년에 개봉한 '다즐링 주식회사'는 좀 더 날 것의 미학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인도의 기차 안 모습은 색감이 두드러지면서도 그것이 촌스럽지 않게 그려진다. 보면서 내내 인도가 저렇게 예뻤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단순히 예쁘게만 그려낸 것이 아니라, 인도가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켜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오랜만에 함께하게 된 삼형제는 서로 참 다르면서도 닮아있는 모습이다.
큰 형 '프란시스'는 이번 기회에 자신을 찾는 여정으로 삶자며 계획표를 세우고 동생들에게 따르라고 한다. 비서까지 동행한 형의 모습은 어딘가 조금 모자라 보인다. 셋 중 하나만 없어도 왕따를 시키고, 줬던 선물을 다시 달라고 하는가 하면, 서로의 비밀을 폭로한다. 마치 세 얼간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기차는 중간에 역에서 1-2시간 정차하기도 하는데, 사원에서 기도를 하고 사막의 낙타가 등장하기도 한다. 크고 작은 에피소드 안에 소소한 유머코드가 숨어있고, 영화 하나로 인도에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든다. 시골버스를 타는 장면에서는 문득 원모어찬스의 '럭셔리 버스'가 생각나기도 했다.

아무튼 행동들이 어이없고 바보같으며 우스꽝스럽다.
웨스앤더슨의 세 영화에서 모두 그 코드를 느꼈다.
약간은 이해안되는 듯한 꺼벙한 행동을 하는 시선으로 등장인물을 표현하는 방식. 근데 그게 사실은 인간의 본성 혹은 본능을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별 대수롭지도 않아보이는 소원을 비는 의식을 치르다 떠나는 기차를 겨우 잡아타고, 소동을 피우다 쫓겨난 기차에 돌을 던지는 장면들..
대단한 대작은 아니지만, 소소한 만족감과 영감만큼은 꽉 채워주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