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e's 번역 이야기] #21. "내가 찜했어"는 뭐라고 번역하지? - 임자 시리즈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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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아무도 임자 없는 거지? 그럼 내가 찜했어! 아무도 건드리지 마! 그런데 "내가 찜했어"는 영어로 뭐라고 할까?

Today I'd like to translate "내가 찜했어." into English. It means "(I call) dibs on it!" Funny thing is "내가 찜했어" also means "I made steamed dish.", because the noun 찜 means 'cooking something by steaming it'. So in order to avoid confusion, people use verb form when they want to say "steamed food". For example, "내가 쪘어." instead of "내가 찜했어." So if you ever hear a Korean say "내가 찜했어.", it doesn't mean they prepared a hot meal for you. It means they call dibs on something. ;-)


우리말을 영어로 옮겨 보는 "Bree's 번역 이야기"! 오늘은 "소소한 임자 시리즈 2탄"이다. 아무도 임자가 없는 것 같을 때 "이건 내가 찜!! 내가 찜했어! 내가 침 발랐어! 노바디 터치!!"라고 말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찜했다고? Steamed dish?


친구들과 같이 피자를 시켜 먹었는데, 마지막 피자가 한 조각 남았다. 오옷! 이건 누가 가로채기 전에 내가 먹어야지. "이 피자 내가 찜!!" 흠, 그런데 이 말은 영어로 뭐라고 할까?

가만, 단어를 먼저 살펴봐야겠군. "쪘다"는 말이 영어로 steamed니까...? 어? 어디서 혀 차는 소리가 들리는 거지?


쯧쯧, 브리님. 우리가 또 속을 줄 알았어요? 단어 그대로 옮기면 안 된다면서요?

에헴! 자! (정색하고) 우리말 문장을 영어로 그대로 옮기면 오역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젠 모두들 아실 거다. 그러니 일단 "내가 찜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부터 살펴보고 가자! (휴~ 자연스러웠어..)

"찜"은 "음식을 증기로 데우는 요리법 혹은 그렇게 만든 요리"를 뜻하지만, "찜하다"는 전혀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익히 알고 계시겠지만 "자기 것이라고 말하다, 내 거라고 소유권을 주장하다"라는 뜻의 속어다.

그렇다면 이제 이 말을 영어로 옮겨볼까?


내 거야! It's mine!


"찜하다"가 "자기 것이라고 말하다"라는 뜻이기 때문에 그 말을 그대로 옮기면 된다.

자기 것, 내 것: mine
그것은 ~이다: It is

따라서 누가 손대기 전에 "It's mine! That pizza is mine!"하고 외치면 "그거 내 거야. 내가 찜했어. 내가 먹을 거야!"라는 뜻이 된다.


니모를 쫓아가던 갈매기떼가 생각난다. Mine! Mine! Mine!

하지만 "Mine!"은 좀 평범하지 않은가? 어차피 마지막 남은 피자 한 조각 가지고 다투는 게 애들 같긴 하지만 이것 보다 좀 더 특별한 표현을 알아보자.


마지막 피자에 대한 소유권을 천명 하노라! I hereby declare the rightful ownership of this last piece of pizza.


hereby: 이 선언에 의하여 (문어체)
declare: 선언하다, 주장하다
rightful: 옳은, 마땅한
ownership: 소유권

I hereby declare the rightful ownership of this last piece of pizza!!

표현이 특별하다 못해 특이해졌다. "마지막 피자에 대한 소유권을 천명 하노라!"라니. 일단 문장이 너무 길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지막 피자는 친구 녀석의 입 속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하나 남은 피자를 두고 다투는 긴박한 상황이라면 보다 짧은 표현이 어울린다.


I declare the ownership of the last piece of pizza! 마지막 피자에 대한 소유권을 천명하노라~!!

아무래도 "반지의 제왕"이나 "왕좌의 게임"을 몰아 봤나 보군..

Mine보다는 좀 더 강력하면서도, I hereby declare the rightful ownership of this last piece of pizza!보다는 좀 더 짧은, 그런 문장은 없을까?


내가 찜했어! Dibs on it!


"내가 찜했어!"라고 말하고 싶다면 "Dibs on it!"이라고 외쳐 보자.

dibs: 소유권 (발음은 [딥즈]라고 한다)
on: ~에 대한 (통상 dibs on으로 붙어서 같이 쓰인다)
it: 그것

영어를 좀 하시는 분이라면 (네, 바로 당신!) 눈치채셨겠지만, 이 문장에는 동사가 없다. 원래는 어떤 동사가 생략된 걸까?

call
call은 여기에서 "전화하다"라는 뜻이 아니라 "부르다, 요구하다, 선언하다"라는 뜻이다. 마지막 피자에 대한 소유권을 남들이 외치기 전에 자신이 먼저 부르고, 요구하고, 선언한다는 의미이다.

I call dibs on it! 내가 찜했어.

그런데 워낙 자주 쓰이다 보니 앞부분 I call은 생략하고 그냥 dibs on it만 쓰는 경우가 많다.

Dibs on it! 내가 찜했어! 아무도 건드리지 마! 저 마지막 피자는 내 거야!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내가 먹고 살찔 테니까 너희는 모두 물러가 있어!


Dibs on it!

우리말에서도 사람을 "찜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영어에서도 마찬가지로 사람에게 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말 뉘앙스에서도 느껴지듯 '고급진' 표현은 아니기 때문에 친한 친구 사이에서라면 모를까, 가급적 사람에게는 dibs on이라는 표현을 함부로 쓰지 않는 게 좋겠다. 자기를 "찜했다"고 말하는 사람과 사귀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A: Wow, she's cute! I call dibs on her!
B: What do you mean, dibs on her? She's already taken.

A: 와, 저 애 예쁘다. 내가 쟤 찜한다.
B: 찜하다니 무슨 소리야? 쟤 이미 임자 있어.

이러면서 어제 배운 taken도 복습~!! :D


오늘 번역은 어떠셨나요? 앞으로는 맘에 드는 게 있을 때 먼저 찜해보세요. Dibs on it!

앞으로도 재미있는 번역 이야기 들고 오겠습니다. 지금까지 Bree였습니다! :)


덧붙이는 말씀: 번역가는 저마다 자신의 철학과 기준에 맞춰 고심 끝에 번역을 합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제가 번역한 것이 틀리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백한 오역이 아니라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번역'인 거라고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물론 건전한 토론과 질문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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